특별채용한 문고리 4인방 논란…절차 부적정
'총력투쟁 결의대회' 개최, 사장퇴진 본격 요구

[이투뉴스] 석유공사의 노사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CEO의 자질론을 넘어 이제는 비선경영 논란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공사 노조는 최근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반대, 임금인상 등과 함께 사실상 김정래 사장의 자진퇴진을 요구하면서 전면전에 나섰다.

▲ 지난 22일 한국석유공사 울산 본사에서 노동조합이 김정래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열렸다.

◆ 사장퇴진 요구 중심에 ‘비선경영’ 논란
석유공사 노조가 취임한 지 1년도 안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는 계약직으로 특별채용한 3명의 고문과 1명의 본부장을 통한 ‘비선경영’이 결정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석유공사는 그 동안 추진된 성과연봉제, 직무급 미지급 등이 소통에 소홀한 김정래 사장의 일방적인 추진 때문이라는 논란이 이어지면서 갈등의 골을 키웠다. 공기업의 운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으로 김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다소 과격한 가지치기를 행했다는 게 대내외적 평가다.

민간기업 출신 CEO로서 공기업 운영방식과의 온도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같은 온도차로 내부와의 소통이 서서히 단절된 CEO가 자신과 코드가 맞는 측근 다수를 특별채용하면서 노사간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고문직은 어떤 분야에 대해 전문적 지식과 경험으로 의견을 제시하거나 조언을 해주는 등 자문에 응하는 직책이다. 사실상 공기업에서는 서서히 사라져가는 추세이지만, 석유공사는 민간출신의 CEO가 원활한 운영을 위해 불가피하다며 인력 보강에 나섰다.

그러나 내실을 기한다는 이유로 임직원 전체 연봉의 10%를 자진반납하는 상황에서 1인당 약 1억원의 급여가 들어가는 별정직을, 그것도 한 명이 아닌 4명을 채용한 점은 ‘자구노력’이라는 경영방침과는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본부장 채용 과정에 대한 논란은 더 큰 무게가 실린다. 노조 관계자는 "본부장을 특별채용으로 임명한 경우는 이전에 없었다"면서 "공사 사규에 본부장 채용 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아 문제를 더 키웠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특별채용된 본부장 역시 당시에는 고문이자 본부장 직무대행으로 채용됐으나(4월 1일), 이후 직무대행이 아닌 정식 본부장으로서 상임이사로 임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확인 결과 해당 본부장은 지난 7월 22일 직무대행에서 본부장으로 공식 임명됐다.  

◆ 내부감사 결과 “채용절차 부적정”
석유공사 내부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사 감사실은 김정래 사장이 인재경영처의 경영혁신단 고문과 경영관리본부장을 전문계약직으로 특별채용한 일에 대해 ‘채용절차 부적정’으로 판단, 주의·경고조치를 내렸다.  

감사실은 지난달 27일 공시를 통해 “공사 직제규정에 의해 공사는 필요에 따라 고문, 전문계약직 등 별정직 직원을 둘 수 있다”면서도 “후보자의 채용 확정 이후 관련서류를 검토한 결과 최종후보자의 면접실시에 대한 기록이 빠져있다”고 밝혔다. 이어 “별정직직원 고용에 필요한 구비서류는 인사규정 제10조를 준용해 이력서 등 필요한 구비서류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 경력증명서, 학력증명서를 감사일(9월 9일)까지 구비하지 않아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미비서류를 구비·보완 조치해야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 노조 관계자는 “김정래 사장 취임 초기인 지난 2월 24일 채용된 경영혁신단 고문은 채용계획서가 채용 당일 사장결재를 거쳐 대상자로 확정됐다”며 “면접기록이 없다는 것은 실제로 면접을 진행하지 않은 것인 만큼 일반적인 채용 절차와도 거리가 멀고, 증빙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경영혁신단은 공사 프로세스와 자산 합리화를 위해 구성된 별도 사장직속 임시조직으로 고문이 채용됨으로써 단장 역할에 제약이 생겼고, 기존 본부장들의 역할도 위축됐다”며 “특별채용된 고문 3명, 본부장 1명 등 4명은 모두 사장의 예전 소속기업인 현대나 서울대 동문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적법한 채용절차를 거치지 않은 특혜인 만큼, 구비 서류를 보완할 것이 아닌, 채용 자체를 문제삼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 97% 찬성 사장퇴진 투표, 갈등 해법있나

▲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정래 석유공사 사장이 의원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5일과 16일 양일간 조합원을 대상으로 ‘사장퇴진’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조합원의 92%가 참석한 해당 투표 결과는 97.3%가 찬성으로 나오면서 현재 사장과 임직원 간의 갈등이 극심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노조 관계자는 “석유공사의 자회사인 오일허브코리아(OKYC)의 사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우선지명권을 가진 김정래 사장이 3명의 후보 중에서 현대 출신인 현 사장을 지명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공사와 공사 주변을 자신의 측근으로 채우는 행동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사 내부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금 석유공사는 공사 역사상 가장 침체돼 있는 시기이며, 어떤 사람이 사장으로 와도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라면서도 “김정래 사장의 문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임직원을 포용하는 자질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소통을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아닌 측근을 주변에 포진시켜 일방적으로 자신의 뜻만을 관철시키려는 것에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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