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원안위, 월성 1,2,3호기 재가동 신청·승인 수순
정부, 기상청 장기전망 나오면 반영 동계 수급계획 수립

[이투뉴스] 지난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MI) 5.8 지진으로 멈춰선 원전 4기(월성 1~4호기)중 3기가 규제당국의 재가동 허가를 거쳐 내달초쯤 전력생산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원전 지진계가 계측한 충격이 매뉴얼의 수동정지 기준값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돼 동일 부지내 원전 4기를 동시 정지시킨지 두 달 반을 넘긴 시점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규제당국에 따르면, 한수원은 월성원전에 대한 막바지 안전점검 및 시험이 마무리 되는대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월성 1~3호기 재가동 승인요청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지진 충격을 받은 원전이 안전계통 등에 문제가 없는 지 최근까지 다양한 점검을 벌였는데, 월성 3호기는 시험을 이미 완료했고 월성 1,2호기도 곧 작업이 완료되서다.

일단 재가동 승인신청 대상에 월성 4호기(700MW)는 제외될 전망이다. 정지기간 당초 계획한 예방정비 기간이 도래함에 따라 약 35일에 걸쳐 전면정비(통상 ‘오바홀’이라 부름)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정대로 막바지 점검이 금주중 마무리 될 경우 원안위 심의일정을 감안하면 재가동 승인은 빠르면 이달말, 늦어도 내달초를 넘기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들 정지원전의 재가동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규제당국의 움직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 16일 월성원전을 방문한 김용환 원안위 위원장은 한수원으로부터 지진 이후 조치상황을 보고 받고 종합누설률시험(ILRT)을 수행중인 월성 1호기와 자유장지진계 이설 현장을 확인했다. 규제당국 수장이 직접 현장을 챙기는 행보로 원전 재가동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ILRT는 설계 기준사고 조건을 가정한 상황에서 원자로 격납건물 내부 기압을 크게 높인 뒤 누설 여부를 확인하는 고난도 건전성 시험이다. 사고나 지진으로 충격을 받은 원전에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 균열이 있는 지 점검해 볼 수 있다. 통상 원전은 10년마다 ILRT를 받지만, 이번에 월성 1호기는 전체 4기를 대표해 이 시험을 수행했다.

월성 1호기는 9.12 지진 당시 같은 부지내 2~4호기보다 더 큰 충격(대표지진계 계측값 1호기 0.0981, 2~4호기 0.0832. 1호기 지진동 분석값은 수동정지 기준 초과)을 받았고 가동년수도 가장 오래됐다. 이 원전의 건전성이 확인되면 나머지 원전 재가동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셈이다.

정지 원전 4기의 재가동 시점은 전력당국으로서도 큰 관심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는 이달말 기상청이 장기전망을 내놓는대로 동계 전력수급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수급대책은 기온전망을 토대로 얼마나 피크수요가 상승할 지, 수요증가 시 동원 가능한 발전설비는 충분한 지 등을 검토해 2~3중의 수급대안까지 세우는 계획이다.

하지만 당국은 월성원전의 재가동 시기를 단정할 수 없어 원안위 최종처분만 지켜보고 있다. 가동이 중단된 월성원전의 설비용량은 1호기가 679MW, 2~4호기 각각 700MW로 전체 설비규모는 2779MW다. 최근 건설된 원전이나 석탄화력에 비해 호기당 용량은 크지 않지만 기저부하의 공급자원 포함 여부는 다른 첨두부하 가동에도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어서 안팎의 관심이 높다.

중수로 원전인 월성 1~4호기는 발전기별 생산원가를 따져 우선 가동순위를 정하는 일명 급전순위에서 항상 20위권(정비원전 제외) 이내를 점유해 왔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재가동 시기가 추가 지연되거나 동계 피크수요 전망값이 높게 도출되면 공백을 메울 다른 발전기 동원책이 강구돼야 한다. 2014년 이후 최대피크는 혹서기가 아닌 혹한기에 발생하고 있다.

전력당국 한 관계자는 “아직 한수원으로부터 향후 일정을 통보받지 못했다. (한수원도)원안위만 보고 있다”면서 “항상 문제는 불확실성인데 최근 수년간 원전이 잠정설비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상기후 등에 대비한 수급대책 수립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미 충분한 공급능력이 확보된데다 전력수요 증가세도 정체인만큼 월성 1~4호기 재가동이 시급한 현안은 아니라는 시각도 많다. 지난달말 기준 국내 발전설비 총량은 약 103GW(1억300만kW)로, 고장·정비 설비를 제외해도 항상 85GW이상의 발전력이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신고리 3호기(1.4GW), 삼척그린파워 1호기(1GW) 등의 대형설비가 조만간 상업운전을 시작한다.

한전 관계자는 "유연탄 기저가 많이 들어와 있고 수요도 줄어드는 추세라 올해 동계 수급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고,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안에 기저발전소 10GW가 추가로 준공된다. 발전소가 모자라, 발전원가가 저렴하니까 정지원전 가동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도 명분도 없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