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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토의 물 자산관리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433호] 2016년 11월 17일 (목) 18:48:20 한무영 myhan@snu.ac.kr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우리 국토의 자산은 땅과 물로 이루어져 있다. 물과 관련된 자산의 목록에는 보이는 물(하천수, 지하수)과 보이지 않는 물(토양수, 식생수, 대기수)이 있다. 이러한 각각의 물의 요소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균형을 맞추어 생태계와 기후를 유지하고 인류에게 용수를 제공해왔다. 이 모든 물의 순환은 빗물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요소들을 개인의 자산으로 비유하면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일년에 내리는 빗물은 성과급 연봉이다. 가뭄은 연봉이 줄어든 것과 같다. 대부분의 빗물은 우리 국토에서 증발된 구름에서 만들어지니, 많이 증발을 시켜 구름을 만들어 비가 오게 하는 것은 개인이 열심히 일을 하여 연봉이 많아지는 것과 같다. 가끔 먼 바다에서 오는 태풍은 보너스와 같다. 하천수는 바로 사용할 수 있으니 현금과 같다. 지하수는 과거 조상들이 차곡차곡 쌓아둔 현금성 유산과 같다. 토양수, 식생수, 대기수는 귀중한 재산이긴 하지만 곧바로 현금으로 사용할 수 없는 유가증권과 같지만 그 양은 강물의 양보다 훨씬 더 많다.

지금 우리의 물관리는 철없는 가장이 자산을 관리하는 것과 같이 어리석다. 하천에서 물을 퍼서 도시의 상수도로 사용한 후 하수로 내보낸다. 처리를 하더라도 다시 강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하천에 흐르는 수자원의 양은 같지만 하류로 갈수록 수질이 나빠진다. 상수원을 상류로 옮겨야만 하는 이유다. 비가 많이 오면 강을 통해 바다로 다 버린 후, 가뭄이 되면 물부족을 겪는다. 이것을 방지하려면 물절약을 하여 사용량을 줄이고, 빗물을 떨어진 자리에 모아두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여야 한다.

지하수는 과거 수십, 수백년 동안 빗물이 땅속에 스며들어 만들어진 것이다. 선조들이 남겨준 유산과도 같다. 지하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빼내는 만큼 다시 빗물로 채워 넣어야 한다. 도로나 지붕으로 덮인 도시에서는 빗물을 보충하지 못해서 지하수 수위는 점점 더 떨어진다. 조상이 남겨준 유산을 생각 없이 써버리는 셈이다. 우리 후손도 우리가 받은 만큼의 유산을 받게 해줄 의무가 있다.

지표면 근처 땅속의 공극에 있는 토양수는 천천히 하천으로 물을 공급해서 겨울에도 하천이 마르지 않게 해준다. 토양수의 양은 하천에 있는 물보다 훨씬 많다. 국토 전역의 지표에서 골고루 올라간 수증기는 적당한 구름이 되어 다시 적당한 비를 고르게 뿌려준다. 하늘에다 구름의 씨앗을 뿌린 셈이다. 또한 촉촉이 젖어 있는 땅은 기화열에 의해 더위를 식혀준다. 빗물을 빨리 내다 버려 바짝 마른 도시는 증발하여 기화열을 만들 토양수가 없어 폭염이 발생하고 그만큼 빗물의 씨앗을 뿌리지 못해 강수량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식물의 몸을 이루는 식생수는 증산작용을 통한 기화열로 대기를 시원하게 해준다. 수증기는 다시 구름이 되었다가 비가 되어 내려온다. 나무가 많은 숲속이 시원하고 물이 많은 이유다. 대기수는 구름이 되어 태양의 직사광선을 막아주고, 비가 오게 한다.

지금 우리는 빗물을 성가신 존재로 여기고, 모든 건물, 도로, 산지, 밭에서 빨리 강으로 내다버리고 하천수를 주요 관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번 돈의 일부를 저축하는 대신 모두 다 써버리고, 없을 때는 굶는 것과 같다. 수증기를 증발시켜 구름을 만드는 물의 소순환을 줄이는 것은 열심히 일을 안 해서 성과급을 못 받는 것과 같다. 지하수 수위를 빗물로 충전하는 것은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을 남겨두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물자산을 분석해보면 물관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총 물자산의 90%는 토양수와 대기수 등 보이지 않는 물이다. 하천에 담겨져 있는 물의 양은 65억톤으로 총 자산의 2.7%밖에 안 된다. 일년에 내린 빗물의 양 1270억톤에 비하면 매우 작은 수치다. 지하수는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므로 떨어진 수위만큼이 양을 적자로 계산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 우리나라의 편협한 수자원 정책의 결과다. 수자원 계획에서는 하천수와 지하수와 같이 눈에 보이는 물만을 고려한다. 빗물은 빨리 버려야만 하는 폐기물로 관리되고 있다. 지하수는 개발해서 빼 쓸 것만 고려하고, 집어넣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토양수 및 식생수, 대기수 등은 고려를 하지 못하니, 그것이 하천수 지하수 등 보이는 물과의 연관관계는 더욱더 고려하지 않는다.

물관리 방법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빗물을 모든 수자원의 근원으로 생각하고, 가급적 떨어진 자리에서 최대한 저장하여 토양수로 채우거나 낮아진 지하수를 보충하고 나서, 넘치는 물만 강으로 보내야 한다. 도시 전역에서 골고루 수증기가 증발하게 하여 소규모 구름을 만들어 다시 비가 내리는 물의 소순환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토양수와 식생수의 기화열을 잘 이용하여 폭염도 대비해야 한다.

가정에서 수입에 맞추어 규모 있게 지출하고, 남는 것을 저축하고,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처럼, 국토의 물관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물자산의 각 요소의 특성과 상관관계를 고려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관리 방법을 기초로 한 물기본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면 폭우, 가뭄, 폭염 등의 기후변화 적응을 넘어 능동적으로 기후를 회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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