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원전 유보, 석탄화력 감축, 신재생에너지 확대
전원계획 성격 전환…착공 지연사업 취소여부 관심

▲ 신월성 2호기 전경

[이투뉴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의 실무작업이 연내 본격화 된다. 아직 산업통상자원부가 공식작업에 착수한 것은 아니지만 주형환 장관이 “(내년)7월에 발표하겠다”(7월 13일 국회 전체회의)고 시한을 못 박은 만큼 부(部) 차원의 초안은 이보다 최소 1~2개월 이상 앞당겨 제시돼야 해서다.

통상 수급계획은 수요·설비·수급 등 전문가 소위원회 구성을 거쳐 장기 전력수요 전망치를 도출한 뒤 여기에 걸맞은 연도별 설비계획을 세워 초안을 만든다. 이후 정부부처간 협의, 공청회, 국회 상임위 보고 등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7차 계획에 관여한 관계자는 “8차 계획은 이전 6,7차와 달리 계획의 성격과 역할 조정이 필요한데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믹스에 반영해야 하는 등 어려운 숙제를 모두 떠안았다. 바로 논의를 시작해도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고 말했다.

◆ 신규 원전 논의 유보할 듯 = 정부는 작년 7월 공고한 7차 수급계획에서 경북 영덕이나 강원 삼척에 2028~2029년 1.5GW급 원전 2기를 새로 건설하기로 했다. 다만 지역 반대 여론을 감안해 부지 확정은 2018년 인허가 단계로 미뤘다. 5차 수급계획에 반영한 신고리 7,8호기 대신 영덕에 2026~2027년 2기(천지 1,2호기)를 짓고, 추가로 2기를 영덕·삼척 중 한 곳에 건설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사이 기존 건설계획에 중대변수가 생겼다.

당초 2021~2022년 준공키로 한 신고리 5,6호기가 다수호기 밀집에 따른 안전성 논란과 지난 9월 경주 지진 이후 불거진 부지 부적합 시비로 사실상 후속 논의가 전면 중단됐다. 지진 이후 악화된 지역 수용성, 국회 차원의 건설 반대 움직임을 고려할 때 최소 공기지연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때문에 한때 원전 당국은 최악의 건설 불가 상황에 대비해 영덕이나 영광, 울진 등을 대체부지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는 후문이다.

8차 수급계획 기간 안에 한 차례 수명연장 기한마저 종료되는 월성 1호기(2022년 11월)를 잠정 폐지 설비로 볼지도 이번 계획의 관심사다. 내년 6월 문을 닫는 고리 1호기도 1차 10년 계속운전을 거쳐 영구 폐로하는 설비다. 즉 이번 수급계획은 부지 미확정 원전 2기와 건설차질 원전 2기(신고리 5,6호기), 계속운전 시한 종료 원전(월성 1호기) 등의 공기 조정 또는 대체 건설, 폐로 여부 등을 어떤 방식으로든 계획에 담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원전 당국 핵심 관계자는 “전력수요가 과거처럼 늘어난다는 전망이 나오지 않는 한 신규원전 건설계획 반영은 커녕 7차 계획 설비용량 유지도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 관측”이라며 “향후 원전믹스 전망에 대한 시뮬레이션 연구가 착수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력당국 고위 관계자는 “정치적 환경이 (원전건설에) 비우호적이다. 원전 현안은 차기계획으로 유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대봤다.

◆ 석탄화력, 온실가스 감축 초강수 = 산업부는 지난 7월 석탄화력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30년 이상 가동한 석탄화력 6기(삼천포 1,2호기·호남화력 1,2호기·보령화력 1,2호기)를 설비수명 종료시점에 맞춰 2020~2025년 사이 폐지키로 했다. 이미 연료전환 공사에 들어간 영동화력 1,2호기와 대체 건설을 확정한 신서천 1,2호기까지 포함하면 모두 10기 4070MW가 8차 계획 안에 문을 닫는다.

하지만 기(旣)확정 신규 석탄화력 건설사업이 적지 않아 정부 방침대로 추가 석탄 진입을 원천 봉쇄해도 석탄화력 비중은 큰 차이가 없다. 5,6차 수급계획에 반영된 건설예정 민자 석탄화력은 10기 8610MW에 달한다. 이들 발전소가 2021년까지 계획대로 완공되면 노후 10기를 폐지해도 전체 석탄화력 온실가스 배출량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환경운동연합이 7차 수급계획을 토대로 지난 3일 추정한 2030년 석탄화력 온실가스 배출량은 작년 대비 52.4% 증가한 2억6160만톤이다.

파리협정 발효에 따라 국가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려면 석탄화력 부문의 탄소배출량 관리 및 감축방안이 이번 수급계획에 담겨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발전업계는 결국 정부가 ①수급계획을 통해 기존 노후화력을 추가 폐지하고 ②발전기별로 감축목표를 부여해 자율감발을 유도하거나 ③건설 확정 발전기중 지연설비 취소하는 등 강수를 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최근 당국은 6차 수급계획 반영설비 중 부지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거나 건설이 불투명한 일부 사업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공사계획 인가 승인을 받으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기한내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개정 전기사업법(일명 ‘김동철 법안’)에 따라 허가 취소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읽힌다.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지역민원이나 부지 문제로 착공이 계속 지연된 사업들이 우선 살생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여건이 비슷한 다른 사업자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신재생 비중·경직성 전원 대책도 현안 = 정부가 2013년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설정한 2035년 신재생에너지 비중목표는 11%다. 7차 수급계획이 예상한 2029년 신재생 설비용량은 3만2890MW이다. 발전업계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저부하 비중축소 전망에 비춰볼 때 이번 8차 계획에서 신재생 목표를 전향적으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런 정책이 현실화 되려면 경직성 전원을 뒷받침 할 LNG·양수발전 등의 유연전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업계는 당국이 방치된 발전자회사 열병합발전소(일산·분당) 대개체나 양수발전소 신규 건설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남동발전과 동서발전, 한국수력원자력(양수) 등은 8차 계획 건설의향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전력수급계획 성격을 기존 설비계획(MW)에서 발전량 계획(MWh)으로 전환하고, 전력수요 전망을 기존 단일 전망에서 기준-고수요-저수요 등의 3가지 시나리오(Outlook)로 바꾸는 방안도 유력 시 된다. 김성열 산업부 전력산업과장은 지난 3일 국회 신성장포럼에서 발전량 기준 전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매 시점의 수요상황과 발전원별 코스트(비용) 등 변동성이 많아 발전량을 기준으로 일률적 계획을 세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타당성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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