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한국전력공사와 산하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발전자회사가 이른바 에너지신산업이라며 추진 중인 ‘학교옥상 태양광사업 프로젝트’가 시작부터 말썽이다. 한전과 자회사는 공동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인 햇빛새싹발전소(주)를 설립, 내년까지 4000억원을 투입해 전국 2000여개 학교 옥상에 학교당 약 100kW씩 200MW 규모의 태양광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전력공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의무적으로 일정량 구매하도록 한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확보를 원활하게 함으로써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의무이행률을 높이고 학교 입장에서는 임대료 수익을 올려 전기요금 부담을 낮춘다는 취지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력을 배경으로 한 햇빛새싹발전소가 일선 학교측과 옥상 임대료 등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민간 업체나 사회적 기업 및 협동조합 등 영세사업자들보다 훨씬 많은 임대료를 제공하겠다고 나서면서 시장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수법인이야 어떻게 해서든 RPS 비율을 높일 수 있는데다 공급대상이 주인이나 다름없는 발전공기업들이니 손 짚고 헤엄치는 격이다. 반면에 민간 영세업자나 협동조합 등은 채산성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햇빛새싹발전과 경쟁적으로 학교 옥상 임대료를 펑펑 쓸수 없는 원초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REC를 발전공기업에 팔려면 입찰을 통해야 하기 때문에 채산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입찰도 경쟁률이 높아 태양광발전 설비를 갖췄다고 해서 전량 입찰에 통과하는 것이 보장되지 않은 실정. 하지만 발전공기업은 직접 REC를 조달할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해 얼마든지 자회사격인 햇빛새싹발전으로부터 REC 구입이 가능하며 가격도 SPC의 채산성을 맞춰주는 선에서 결정이 가능하다.

바꾸어 말하면 태양광 REC를 공급하는 사람이나 공급받는 사람이 한 몸인 격이다. 따라서 사회적기업 차원에서 태양광사업을 벌이는 영세업체나 협동조합들은 처음부터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꼴이 되고 말았다.

에너지 시민단체인 에너지나눔과평화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한전 및 자회사가 추진하는 사업은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량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자기가 투자하고 자기가 구매하는 불공정방식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사업의 전면 재검토 또는 철회를 요구했다. 나눔과평화는 민간영역을 지원해도 부족할 공기업이 사업을 방해하고 말살하는 것이 바른 길이냐고 지적했다.

물론 특수목적법인이 전국의 각급 학교를 대상으로 민간업자보다 많은 임대료를 자금력을 동원해 태양광설비를 일사불란하게 설치한다면 단기간에 큰 성과는 올릴 것이다. 그러나 민간 생태계를 죽여가면서 생산한 신재생에너지가 갖는 의미를 따져본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공공부문은 민간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지원해가면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 옳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