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미세먼지 문제가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어디 가서 석탄발전소 운영하는 회사에 다닌다고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여기에 디젤자동차까지 타고 다니고 있으니, 아주 엄청난 죄인이 된 기분이에요”

석탄을 사용하는 산업단지 열병합발전업체에 다니는 한 관계자는 기자를 만나 이렇게 하소연했다. 온 방송이며 신문에서 매일 미세먼지 문제를 거론하고, 밥상에 오른 고등어까지 미세먼지로 골머리를 앓던 때였다. 지금도 그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석탄화력이 미세먼지 증가의 주범까지는 아니더라도 단일 산업으로는 가장 많이 배출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자동차가 크게 증가한 것도 미세먼지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데 대다수 전문가가 동의한다.

하지만 이 지경까지 상황을 만든 것은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사나 그 곳에 다니는 직원의 책임이 아니다. 또 디젤차를 타는 많은 국민에게도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위라고 원망해선 절대 안된다. 그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각자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모든 의사결정의 주체인 정부는 정작 말이 없다. 시대적 흐름과 역행하면서까지 석탄발전 비중을 계속 늘리는 내용의 전원계획을 짠 것은 바로 산업부다. 환경부 역시 정유사와 손잡고 ‘클린디젤’이라는 미명아래 디젤차 구매를 부추긴 측면이 많다. 잘못된 정책에 책임감을 느끼고 부끄러워해야 하는 대상은 결국 그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는 정책대안이나 개선방안을 내놓는 것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미세먼지는 물론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선 석탄화력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전기요금 상승을 이유로 미적대는 것이 대표적이다. 환경부는 부처 간 파워에서 밀리며 봉합하는 수준에만 머무르고 있다.

결국 국회가 나섰다.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따지는 경제급전 원칙을 환경과 건강을 고려한 환경급전으로 바꾸라는 요구다. 예산정책처에서 보고서를 내놓은 지 얼마 안 돼 장병완 산업통상자원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모두 참여해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입법발의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이번에도 전기사업법 개정을 반대할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온실가스 감축 문제나 미세먼지 저감 이슈는 정부를 떠나 이제 온 국민의 최대관심사가 됐기 때문이다.

무 자르듯 정책을 재단할 수 없거니와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변화에 더디고, 안주하려는 경향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더 이상 정부가 밀실에서 소수의 전문가와 함께 뚝딱뚝딱 에너지정책을 만들어선 안되는 이유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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