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근 단국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 오경근 단국대 교수.

[이투뉴스] 2007년 12월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EISA(Energy Independence and Security Act)의 RFS(Renewable Fuel Standard: 수송부문 신재생연료 의무 혼합제도) 프로그램 인준에 서명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오늘 우리의 후손들에게 더 강하고, 더 깨끗하고, 그리고 더 안전한 국가를 남겨주기 위해 첫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그것은 석유자원에 대한 의존성을 감소하고, 지구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그리고 수송부문 신재생연료의 생산량 증가에 대한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RFS는 2005년 EPA(Energy Policy Act)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지난해 RFS 1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10년 동안 미국의 옥수수 에탄올 공장은 75기에서 199기로, 생산량은 39억 갤런에서 146억 갤런으로 약 3.7배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바이오에탄올 생산과 직결되는 8만 개의 일자리를 포함, 약 38만개의 고용창출 효과를 봤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RFS 시행의 결과로 약 5억1000배럴의 석유 수입량을 줄일 수 있었고, 그 동안 90억 갤런에 해당하던 가솔린 수입량은 제로가 됐다고 자축했다. 물론 그 과정이 순조롭기만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옥수수 가격이 상승하면서, 다른 농작물들의 경작지가 옥수수 경작지로 바뀌는 등 농작물의 가격 상승으로 의한 인플레이션, 이른 바 에그플레이션(agriculture + in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그 혼란은 미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식량과 사료 등 대미 수입 의존성이 높은 이웃 국가들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것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급기야 미국은 옥수수에탄올 생산량에 제한을 두고, 비식용 작물 유래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기 위한 개발 전략에 집중하게 됐다. 아직까지 경제성을 확보하기에 어려운 문제도 남아 있지만, 5기의 상업용 공장과 18억 갤런의 섬유소계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상기 섬유소계 바이오에탄올 생산은 극히 초기단계로 2020년까지 360억 갤런의 비식용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겠다는 미국 목표의 4.8%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목표가 달성된 후 사회간접자본까지 고려한다면, 그 경제적 효과는 가히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내에서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국내 에너지원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율을 증가시키기 위한 정책들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수입의존도는 95%에 달하고 있다(석유수입비중 31.5%). 그 중 수송 분야는 에너지 소비의 18.2%를 점유하고 있으며, 화학적 이론에 근거해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18.2%를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수송 분야가 온실가스 저감에 상당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난해 12월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파리 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국가배출량 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 대비 37% 절감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정부의 입장도 기후변화 협약과 에너지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바이오연료의 원료가 되는 바이오매스의 광합성 작용을 논리로 바이오연료를 탄소중립 연료로 인정했다.

결국 에너지공단과 석유관리원의 이원관리 체제하에 지난해 7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RFS제도가 시행됐다. 현재 우리나라 RFS제도는 자동차용 경유 공급 시 바이오디젤을 혼합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고 현재 의무혼합량은 경유 97.5%에 바이오디젤 2.5%(BD2.5)이며, 점차적으로 혼합비율을 증가시켜 2020년 이후에는 선진국 기준인 5%까지 상향조정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여기서 미국의 RFS 프로그램과 국내 RFS제도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RFS는 LCA(Life Cycle Assessment)를 고려해, 바이오연료를 등급화했다는 것이다. 즉 전주기적 분석을 통한 이산화탄소 저감량에 따라 전통적 바이오연료(Conventional biofuel, 20% 저감), 차세대 바이오연료(Advanced biofuel, 50% 저감) 또는 목질계 바이오연료(Cellulosic biofuel, 60% 저감) 등으로 분류해 관리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일정 기간별 대비 목표 수요량이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점차적으로 양을 늘리겠다는 막연하고 소극적인 의지만 표명돼 있다. 또한 지난해 기준 수송용 바이오연료 의무혼합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가 33개국이라 한다면, 우리나라의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국제적 위상으로 보아 매우 늦은 시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 33개 국가 중 우리나라를 포함해 에콰도르, 말레이시아, 노르웨이 4개국만이 바이오디젤(BD) 혼합비율만 지정한 나라이고 다른 나라는 모두 바이오에탄올(BE) 혼합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바이오연료 중 바이오에탄올의 비중이 74%라고 한다(바이오디젤 23%). 즉, 바이오에탄올이 주요 바이오연료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임에도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바이오에탄올의 의무혼합 지정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에콰도르와 말레이시아가 BD5이고 노르웨이가 BD3.5로 지정되어 있음을 주지한다면, 국내 RFS는 에너지원 측면이나 양적인 측면에서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오에너지협회에 따르면 국내 경유 차량 성능과 원료 수급량 등을 고려할 때 BD5 정도까지는 무난하다고 말하고 있다. 국내 RFS정책이 이렇게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데는 국내 상황에 따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 사료된다.

예를 들어 국내의 바이오매스 부족, 바이오연료 원료 생산국의 자국보호주의 등에 의한 바이오연료의 지속가능성과 시장성에 대한 불안요인은 오랫동안 잠재되어온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최근 저유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이러한 바이오연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바이오연료에 대한 국내의 낮은 기술 성숙도, 식량과의 비경합성, 환경 비훼손성, 토지이용 변화 등에 대해서는 여러 정책 입안자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될 부분이기도 하다.

필자는 대학에서 오랫동안 바이오연료 관련 기술개발에 종사해온 사람이다. 따라서 개인적 편견이 있을 수 있음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바이오연료를 포함한 바이오에너지는 우리의 미래 세대와 국가 장래를 위해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직면한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내 바이오연료의 보급 활성화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해보려고 한다.

첫째, 국내 바이오매스가 부족하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중국 등과 같이 넓은 영토를 가지고 농업이 발전된 나라에서는 구역화된 토지에서 균일한 바이오매스가 대량 생산될 수 있으며, 작물 종류에 따라 연중 지속적인 바이오연료 원료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 우리나라는 분명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해마다 보릿고개를 겪으면서 먹을 것조차 없던 시절,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울산에 석유화학단지를 구축했던 선배들의 혜안을 생각해보자. 오늘날 우리나라는 세계 6위 석유 수입국에 석유정제능력 7위권의 석유 강국이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중화학공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사결정이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바이오매스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바이오매스와 석유가 다를 게 무엇인가?

둘째, 극복해야할 핵심기술의 수요가 크다는 것은 아직 늦지 않았다는 뜻이다.
바이오연료 관련 기술 성숙도가 낮은 이유는 바이오연료 생산에 이질적인 기술들의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흔히들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에탄올을 식물자원 유래로 같이 평가하기도 하지만, 미시적 관점에서 세포의 3대 구성성분의 하나인 지질을 원료로 하는 것이 바이오디젤이고 탄수화물을 원료로 하는 것이 바이오에탄올이다. 원료부터 처리과정까지 완전히 다르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비식용 유래 바이오연료의 경제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이는 우리가 극복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 남아있다는 뜻이다.

셋째, 융합이라는 말은 기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EERE(Energy Efficiency & Renewable Energy)는 미국에너지부(USDOE) 산하 기관이긴 하지만, 독립적으로 다른 연방정부 기관들과 협동체재를 구축할 수 있으며, 백악관과도 직접적인 보고체계를 갖춘 기관이다. EERE하의 BETO(BioEnergy Technology Office)에서는 연구·개발·실증화 및 상용화 등을 모두 포함하는 중장기 계획(MYPP, Multi Year Program Plan)을 수립하고, 바이오에너지의 산업화에 힘쓰고 있다. 

국내의 경우, 태양광이나 풍력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원들과는 달리 바이오연료는 원료(농림부·환경부), 생산(산업부) 그리고 활용(산업부·국토부) 등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기관들의 다각적인 협조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소위 부처간의 융합은 바이오연료에 가장 필요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넷째, 국제적 흐름에는 능동적 자세가 필요하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 브라질과 에탄올 교역에 대해 얘기가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내년에 브라질과의 FTA가 체결되면, 자동차 수출 등과 맞물려 바이오연료에 대한 통상압박이 예상되기도 한다. 또한 국내 자동차의 제 1수입국인 미국에서도 국내에 에탄올을 수출하려는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바이오연료를 사용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자동차라면, 더 이상의 해외 수출은 어려워질 것이다.

다섯째, 대국민 홍보를 통한 국민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의 주유소에서는 E10이라는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다. 에탄올이 10% 혼합돼 있는 가솔린이다. 료유연자동차(FFV, Flexible Fuel Vehicle)를 렌트하고 E10을 주유하면서, 마치 지구의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냥 가슴이 뿌듯해진다. 우리나라가 아님에도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유 주유기에 BD2.5라는 문구를 넣으면 어떨까? 국내의 RFS제도를 인지하고 있는 국민들은 고작 16%라 한다. 가격 인상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RFS 취지에 동감하는 국민은 무려 89%에 달한다. 바이오연료의 필요성에 대해 대국민 홍보활동이 보다 적극적이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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