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17.3.27 월 18:29
> 뉴스 > 오피니언 > 칼럼
     
[칼럼] 정의로운 전기요금으로 가는 길
이종영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428호] 2016년 10월 17일 (월) 08:00:56 이종영 jyyi@cau.ac.kr
   
이종영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이종영] 2010년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국내에서 200만부나 팔리면서 16주간 판매부수 1위를 차지했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에 대한 접근 방식의 다양성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신드롬을 불러 온 것은 우리 사회가 정의에 대한 갈망이 높다는 것을 반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는 현실이 국민으로 하여금 정의를 갈망하게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정의(正義)는 “각자에게 자기의 몫을 주는 것”로 정리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각자가 가져야 할 몫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있다.

올 여름의 폭염은 가정용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누진제를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언론과 정치권이 누진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현행 누진제가 정의롭지 않다는 국민의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음을 말한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이미 수년 전에 도입됐으나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언론과 정치권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장경제에서 요금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될 때에 정의로운 요금이 된다. 그러나 전기요금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전기요금은 가격을 결정하는 경쟁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영역이다. 한국전력공사가 전기공급을 독점하고 있어 경쟁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므로 정부가 전기요금에 대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개입하는 전기요금은 더 이상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작동하지 않고, 다양한 정책적 요소가 추가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는 정부가 전기요금에 다양한 정책적 요소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전기요금은 정부의 인가를 받아서 확정되기 때문에 공급자인 한국전력공사도 소비자인 일반 전기수요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실질적으로 전기요금을 확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정부는 전기요금을 수요와 공급의 원칙으로 정하지 않고, 총괄원가를 기본으로 해 각종 정책적 요소를 고려해 정한다. 전기요금을 정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기본공급약관은 전기소비자와 한국전력공사 간의 계약에 속한다. 기본공급약관은 전기요금을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 예비전력, 임시전력으로 구분해 정하고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도입한 것도 정부의 정책적 결정에 기반한다. 정부는 다양한 정책적 요소를 고려해 전기요금을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 다양한 정책적 요소가 전기요금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알지 못한다.

농업용 전기요금이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낮은 것은 농업을 지원하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용도별 전기요금의 책정기준을 모든 국민이 납득할 정도로 설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로운 전기요금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농업용 전기요금이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낮은 이유,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도입하는 이유 등 전기요금 결정에 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있어야 하고 국민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결정과정을 투명화해야 한다.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도입한 이유와 이를 유지할 필요성을 충분하게 설명하고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될 때에 국민들은 정부가 인가한 전기요금에 공감하게 된다. 정의로운 전기요금은 국민이 공감하는 전기요금이다.

전기요금에서 정의는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른 경쟁시장에서 찾을 수 없고, 정부가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다양한 정책적 요소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에 실현될 것이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에 대한 결론을 중요시하지 않고, 정의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공론화하는 데에서 정의를 찾고 있다. 전기요금은 지금까지 정부가 한국전력공사와 함께 일방적으로 정해 왔다. 정의로운 전기요금의 길을 현안적인 문제인 누진제 요금체계를 개편하는 자체에서 찾으면, 또 다른 분야에서 전기요금의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다양한 정책을 국민과 함께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국민이 투명하게 공개할 때에 국민이 공감하는 전기요금이 되고 정의로운 전기요금의 길은 열리게 된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더 많은 정보와 데이터,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 이투뉴스(http://www.e2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우)08381 서울특별시 구로구 디지털로 285 509호(구로동, 에이스트윈타워 1차) | Tel. 02-877-4114 | Fax. 02-2038-3749
등록번호 : 서울다07637 / 서울아00215 | 등록연월일 : 2007. 3. 5
발행ㆍ편집인 : 이재욱 | 편집국장 : 채제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욱
Copyright 2009 이투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2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