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폴리페서인지 아닌지는 당사자가 가장 잘 안다. 권력욕 때문이든, 명예욕 때문이든 저의를 속일수록 그렇다. 그래서 폴리페서와 순수 프로페서, 또는 소셜페서 감별은 쉽지 않다. 치밀한데다 나서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잘 간파하고 신중함까지 겸비한 이라면 더 그렇다.

볼썽사납기는 이런 위장술이 서투르거나 대놓고 폴리페서를 자처하는 부나방류다. 각종 칼럼에서, 각종 토론회에서, 각종 행사장에서 부지불식간 마각(馬脚)을 드러낸다. 수사만 화려할 뿐 깊이와 울림, 여운이 있을 리 없다. 학자의 기품, 최고 지식인의 양심 등을 운운하기조차 멋쩍다.

'정치교수학'이란 학문이 있다면 영락없는 낙제생들이다. 혹 최근 주변에서 '무슨 말을 하는거지?', '정체가 뭐지?', ''왜 이곳저곳 줏대 없이 나서지?’라는 의구심을 들게 하는 이가 반복해 목격된다면 십중팔구는 그런 부류일 공산이 크다.

사리사욕에 눈 먼 폴리페서가 목적 달성 후 부리는 만용의 사회적 폐해도 크지만,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이들이 한동안 동분서주하며 일으키는 시청각적 공해도 만만치 않다.

얄팍한 학식으로 궤변을 늘어놓는 것은 물론 위정자나 실세 입맛에 맞는 논리를 개발, 기어이 ‘그분들’의 흡족한 미소를 이끌어 낸다. 언젠가 자신을 어둑한 대학 연구실에서 비서와 기사가 딸린 널찍한 집무실로 인도할 이들과 눈을 맞추고 잔뜩 허리 굽혀 인사하는 것은 기본 에티켓이다.

이러니 폴리페서도 아무나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정권 후반기로 들어서서일까 최근 에너지 분야 폴리페서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드물지 않게 목격된다. 틈만 나면 정치적 논의에 비집고 들어가 한말씀 하는 솜씨도 5년전 그대로다.

다행이라면 전력·에너지 분야에는 좀처럼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들로부터 오염된 눈과 귀를 정화시켜 줄 진짜 학자들이 요소에 포진해 있다. 정치, 정부, 자본, 언론 등을 의식하지 않고 학자적 양심과 철학, 소신으로 무장한 이들의 한마디는 청량감 그 자체다.

문제는 이들이 발언할 기회 자체가 적은데다 애써 경청하는 이들도 드물다는 것이다. 정부나 위정자들은 적당한 침묵, 적당한 타협, 적당한 조언만을 원할 뿐이고, 필요할 때 손을 들어주는(거수기) 학자를 선호한다.

공명심에 자칫 그들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각종 위원회와 자문단 명단에서 배제되고, 연구용역도 끊길 수 있다. 얼마 전 기자가 인터뷰 한 김태유 서울대 교수는 우리 사회의 소위 전문가, 학자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아쉽다고 했다.

교수는 관록이 아닌 연구결과나 어느 시점에 어떤 정책자문을 했는지로 평가돼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와 언론이 힘을 모아 에너지·자원 분야의 참신한 신세대 전문가를 다수 발굴해야 한다는 충고를 새기고 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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