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 확고한 기재부, 실효성 논란에도 예타 강화
비밀준수 침해·국제컨소시엄 반발 가능성 등 제기

[이투뉴스] 기획재정부가 지난 10일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후 뒷말이 무성하다. 해외자원개발 추진 시 탐사사업에 예타를 적용하겠다는 대목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패율이 높고 추진이 시급한 경우가 많은 탐사사업에 예타를 실시하는 점이 옳은 것이냐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예비타당성제도는 대형 신규 공공투자사업을 사전 검토하는 제도로, 사업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달 23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에 따른 공공기관 예타 법정제도화를 계기로 예타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공공기관의 해외사업에 대한 예타 절차를 간소화하고 예타 조사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사업추진과 재무건전성 악화를 방지한다는 취지와 다르게 이로 인해 발생할 다양한 문제점이 예측되고 있어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에 개선된 예타제도는 ▶해외입찰사업의 일정이 시급한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전 예타 착수 ▶수시예타 활성화 ▶탐사사업 예타 시행 ▶추진과정에서 당초보다 사업비가 증가한 경우 타당성재조사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탐사사업의 앞날이 특별융자에 예타까지 더해져 밝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 ‘비밀유지’ 침해 시, 사업 추진 ‘제동’ 가능성
탐사사업에 예타를 실시할 경우, 비밀을 유지해야 할 계약 내용이 공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비와 사업계획서 등 기업이 비밀을 유지해야 할 민감한 내용들이 계약을 체결하기도 전에 정부를 비롯한 조사기관에 공개되고, 이는 민감하고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사업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보안각서 등을 통해 이를 방지한다고 밝혔으나,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경우 계약내용의 비밀유지 의무가 깨지는 것”이라며 “광구입찰 경쟁에서 우리의 패가 다 드러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입찰 비용이 공개되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겠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탐사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라며 “정부는 보안각서를 작성하는 등 나름의 대처방안을 강구하겠지만 광구를 매입, 확보해야 할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제컨소시엄 구성 시 해외 기업 반발 없을까
해외자원개발사업은 국제 컨소시엄 구성이 빈번하다. 최근 한국가스공사가 영국 BP(British Petroleum)와 20년간 장기 LNG 판매계약을 성사시킨 모잠비크 가스전 사업의 경우, 전체지분에서 가스공사 10%, 이탈리아 ENI 70%, 포르투갈 Galp 10%, 모잠비크 국영 에너지기업인 ENH가 10%의 지분이 나뉘어진 점도 그 중 하나다.

이처럼 국제컨소시엄이 구성된 광구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가 예타를 목적으로 사업계획서를 요구할 경우 파트너사인 해외기업의 반발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계약내용을 다른 나라 정부가 들여다보는 점을 긍정적으로 여길 기업이 과연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 예타 ‘승인’ 융자심의 ‘부적합’…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예타에서 합격점을 받은 사업이 이후 특별융자 지원을 위한 융자심의에서 부결될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예타는 공운법에 의해 시행되는 만큼 공기업의 탐사사업에만 시행되지만, 민간기업이 공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할 경우에도 적용된다. 예타에서 사업추진이 적합하다고 판단된 사업이 이후 융자지원 심의과정에서 부적합으로 판단될 경우, 예타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예타 검토기관인 KDI의 전문성 논란도 도마위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에 개선되는 예타방안은 기존 방식과는 다르다”며 “공기업이 자체적으로 분석한 사업의향서 등을 토대로 검토할 것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부분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 타당성재조사 대상 확대…“추진과정서 사업비 증가하면 재조사”
기재부는 “당초 예타 대상규모에 미달했지만 추진과정에서 예타대상 규모 이상으로 사업비가 증가한 사업 등에 대해 타당성재조사를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당초 추진과정에서 예타로 투자비 500억원이 적합하다고 판단된 사업이 이후 700억원으로 사업비가 오를 경우 예타 재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대다수 관계자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제도”라며 꼬집고 있다.

우려는 이뿐만이 아니다. 실패율이 높은 탐사사업의 특성상 예타를 통과한 사업이 연달아 실패할 경우도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기재부는 공기업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검토하는 것인 만큼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기존의 예타 검토기관인 KDI와 자원개발에 전문성을 지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통해 타당성검토를 진행함으로써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예타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개발·생산 사업에 대한 예타제도도 사업추진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이유로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온 자원개발업계는 탐사사업에까지 확대·강화된 제도 개선안에 한숨을 짓고 있다. 자원개발에 능통한 한 전문가는 “예타는 경제성 평가를 위한 장치”라면서 “이를 경제성 평가가 불가능한 탐사사업에 적용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타와 특별융자는 가뜩이나 추진이 어려운 탐사사업을 더욱 힘들게 만들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