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 패러다임 변화 이끌 차세대 주체로 진화

[이투뉴스] 바야흐로 나 홀로족의 전성 시대다. 밥도 혼자, 영화도 혼자 보는 사람이 점차 늘면서 '나홀로족'이라는 단어가 더이상 낯설지 않다. 혼자 방송하는 1인 미디어는 나홀로 수익 산업으로 등장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에너지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태양광 모듈판 하나만 있다면 누구나 1인 발전업자가 된다.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수익을 목적으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생산 및 소비하고 남은 전력을 이웃에 판매하는 '에너지 프로슈머'는 에너지 산업에서 뜨거운 감자로 '블록체인'과 같은 신개념 기술이 등장하면서 그 의미가 바뀌어가고 있다.

1인 발전업자인 프로슈머는 에너지 산업을 바꿔갈 차세대 산업 주체로 진화할까. 아니면 소수 정예 힙스터들의 전유물로 남을 것인가. 프로슈머의 가능성에 대해 주목해 봤다. 프로슈머란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친 말이다.

기존 전력 산업은 커다란 변화를 앞두고 있는게 분명하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중앙 집중 화석연료발전 시스템에서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분산형 시스템으로의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에너지 시스템의 민주화를 장려하고 프로슈머의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이에 따라 에너지 프로슈머의 등장이 전력시장에 끼칠 영향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프로슈머의 영향력은 전체 에너지 시장까지 퍼지고 있다. 시민들의 투자를 독려해 태양광 시스템 부품과 배터리와 같은 신기술 개발을 직간접적으로 도울 수 있다. 아울러 이들은 에너지 시장의 경쟁을 부추기고 발전 용량과 에너지 믹스를 다양화시키는 등 에너지 시장의 기능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다. 또 에너지 시장의 과점을 막고 도매 시장가를 낮추는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럽 재생에너지연합은 영국의 에너지 프로슈머가 지난해 기준 100만명에서 2050년 24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벨기에의 프로슈머는 전체 가구의 8~12%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만약 프로슈머 비율이 50%까지 늘어날 경우, 유럽 에너지 배전 네트워크는 비효율적이고 상당한 양의 녹색 에너지를 낭비하게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로슈머의 확대에 따라 발전사들은 낭비 전력을 줄이고 전력 시스템의 효율을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게됐다.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생산된 에너지를 인근 지역 내에서 소비시켜 장거리 송전으로 인한 낭비를 줄여야 한다.

대형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공급받던 방식은 이제 구식 취급을 받고 있다. 반면, 보조 시스템으로 취급받던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점차 주체적인 공급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태양광 등 분산 전원의 제조와 설치, 운영이 확대되면서 이를 거래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했다.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IT 대기업들의 진입

디지털화는 에너지 전환을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하는 주요 열쇠다. 네트워크 안보와 효율 보장은 분산형 재생에너지를 스마트 그리드로 연결시켜야 가능하다. 가령 인텔리전트 피드인과 부하 관리 등은 분산형 전원에 필수적이다. 디지털화는 자가발전과 자가소비를 가능케하는 프로슈머와 함께 에너지 민주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애플과 구글 등 IT 대기업들이 에너지 구세대를 압박하면서 에너지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전기 자동차와 스마트 홈, 스마트 그리드, 가전과 제품, 전력소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삼성과 캐노니컬(Canonical), 슬락닷잇(Slock.it)은 협력 통해 이 사업분야에 뛰어들었다. 삼성은 스마트홈과 퍼스널 모니터링, 스마트 시티, 자동차 등 다양한 인텔리전트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캐노니컬은 스마트 디바이스 조정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았다. 슬락닷잇의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애플리케이션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을 구현하고 있다.

◆블록체인, 에너지 구세대 흔드나

원자력과 화석연료 발전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디지털화는 에너지 산업에서 이미 엄청난 구조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오랫동안 유지됐던 전력 사업 모델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에너지 산업의 격변 시대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에너지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전력공급 시스템이 발전→TSO(송전망·계통운영)→DSO→공급업자→소비자라는 다단계식이라면, 블록체인은 발전업자→소비자로 중개인이 필요없는 신개념 시스템이다. 은행과 같은 중개인 없이 개인간 거래를 간편하게 만드는 블록체인은 공공 거래장부라고도 불린다. 거래를 공개적으로 관리한다는 의미다. 금융계에서는 이미 이 기술이 어느 정도의 성숙도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내에서 모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다.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거래가 저장되지 않는 대신 참여하는 모든 컴퓨터에 배포된다. 분산된 거래 시스템을 관리하는 최적의 기술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에너지 산업에서 아직 신생아 수준이다. 직접적이고 자동화 거래에는 양과 질, 가격 등 개별적으로 정의된 표준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체 에너지 시스템을 흔들만한 잠재성을 갖고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기존 전력소들의 업무인 배전과 가스 지역난방, 재생에너지 거래, 전력망, 측정 서비스, 검침과 청구서 발송 등이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블록체인을 통해 처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과 속도, 유동성 장점

중개인을 거치지 않는 블록체인 거래는 상당한 비용 절감을 거둘 수 있다. 처리가 더 신속해지고 전체 시스템이 더 유동적이 될 수 있다.

블록체인기술엔 중앙 서버가 없기 때문에 해커가 공격할 수 없다. 전력 거래 정보가 블록체인에 분산 저장돼 전력 흐름과 상업적 활동의 기록을 조작하기 불가능해 정보 안보 수준을 높일 수 있다. 모든 참여자들은 공급업자와 소비자 간의 거래를 지켜보며 모든 컴퓨터에 자동 저장된다. 이에 따라 승인된 거래는 이후 변경이 불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전력망 관리가 더 쉬워진다. 전기가 필요 이상으로 발전됐을 경우 잉여 에너지는 자동으로 저장되어야 하며 반대로 저장된 에너지는 수요가 발전 용량보다 더 높을때 자동적으로 공급돼야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전력망 관리와 저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스마트 거래는 전력 관리에 이용돼 발전소와 시장에 균형을 줄 수 있어야한다.

◆마이크로 그리드- 탄력적, 에너지 효율, 지속가능성 높여

블록체인 기술은 마이크로 전력망 확대에 네트워크의 효율과 안보면에서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부 대형 전력소들의 참여로 블록체인을 이용한 시범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브룩클린에서 신생기업인 트랜잭티브 그리드(Transactive Grid)사가 마이크로 그리드 사업을 시작했다. LO3에너지와 컨센스시스(ConsensSys)의 합작사인 이 회사는 처음으로 블록체인을 통해 이웃간 에너지 판매를 테스트하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한 프로슈머들은 잉여 발전량을 중앙 전력망에 보내는 대신 이웃들에게 개별적으로 팔 수 있다.

트랜잭티브 그리드는 프로슈머들의 전력 판매 방법을 다양하게할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계획이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초과 에너지를 모두 판매하게 하거나, 저소득 지역에 일부 전력을 기부할 수도 있게끔 다양한 판매 모델을 담은 앱을 계획하고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그리드 싱규래리티(Grad Singularity)사도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개발도상국에 분산 에너지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MIT 신생기업인 솔라코인(SolarCoin)은 태양광 에너지를 사고팔 수 있는 디지털 화폐를 만들었다. 태양광 전력1MWh당 1코인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거래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

◆프로슈머 잠재력

에너지 산업에서 블록체인은 소비자와 프로슈머, 커뮤니티 에너지 사업에 다양한 이득을 안겨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용 절감과 안보가 가장 핵심적인 장점이다.

비용 절감은 에너지 소비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비용 지출을 낮춘다. 소비자들은 더 다양하고 유동적인 공급 선택권을 갖게 된다. 블록체인 거래 모델은 단기간에 거래 파트너를 찾고 거래를 맺도록 공급업자를 바꿀 수 있다. 에너지 소비자들은 발전시설과 에너지 소비간의 직접적인 거래를 통해 더 투명성을 갖게 된다. 에너지 소비자는 자기가 소비하는 에너지 믹스를 구체화할 수도 있다.

분산 시스템은 중앙 전력망보다 허리케인 같은 자연 재해에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메이저 기반시설이 망가졌을때 지역적인 마이크로 그리드에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프로슈머의 등장은 에너지 발전과 전달, 소비 방법에 커다란 변화를 암시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발전과 지역적 관리, 믿을만한 에너지 공급, 스마트 그리드 참여로 인한 이윤의 극대화가 기대된다. 아울러 전력소와 소비자 간의 관계에도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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