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서곡…이익은 기업이, 부담은 국민에게 전가
정부, 폐해 없애고 장점은 살리는 정책적 의지 확실

[이투뉴스]지난 6월 발표된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에 포함된 천연가스 도입·도매시장 경쟁체제 도입이 결국 민영화의 서곡이라는 점에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면 경쟁도입에 따른 폐해는 없애고 장점은 살리려는 정책적 의지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2025년 이후 도매시장을 개방하는데 긍정적 평가도 내려졌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직수입자간 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가 야당의원들의 반대와 민영화를 우려하는 의견을 넘지 못하고 직수입자간 거래 조항이 철회된 바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조정을 통해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천연가스 도매시장을 민간에게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전용과 산업용 등 자가소비용 천연가스 직수입물량을 확대하고, 직수입자 간 거래를 허용하며 2025년 이후 도매시장에 민간참여를 허용하는 내용의 ‘에너지신산업 성과확산 및 규제개혁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4일 열린 한국가스공사에 대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가스 도매시장 개방 정책에 대한 타당성을 놓고 격론이 오갔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천연가스 도매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명분으로 시장을 개방할 경우 천연가스 도매시장의 민영화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데 반해 국가적 측면에서 수급불안이 가중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계획대로 자가소비용 천연가스 물량이 확대되면 가스공사를 중심으로 한 국가적 수급 불균형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큰데다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는 경우 도시가스 소매요금 인상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장기계약 위주의 가스공사의 도입 포트폴리오상 의무도입물량이 정해져 있어 공급이 꾸준한 가운데 주요 수요처인 발전용, 산업용 물량이 자가소비용으로 대체되어 국가 전체 규모에서는 과공급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런 경우 넘친 물량에 대한 도입비용과 비축비용까지 소매단계의 판매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높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현재의 전력 시장구조에서는 발전사들이 저가의 가스를 도입한다고 해도 전기요금 인하 등의 효과를 당장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가스공사가 도입하는 가스 가격에 따라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발전소의 발전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발전사들이 가스공사보다 낮은 가격으로 가스를 도입한다고 해도 전기요금 인하효과는 없고, 민간발전사들의 수익만 커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천연가스 직수입자 간 거래와 도매시장 참여를 허용할 경우 발전용과 산업용 수요자들은 수익성이 높은 직수입업자의 가스를 공급받기 위해 경쟁하게 되고, 이는 가스도매시장의 완전 민영화 도입을 압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국제LNG가격이 높아지자 직수입자들이 직수입계획을 포기하고 가스공사에게 물량공급을 요청해 그 손실을 가스공사가 떠안았던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천연가스 직수입 확대 및 직수입자 간 거래 확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경수 의원은 “직수입물량 확대와 직수입자 간 거래 허용으로 인해 가스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우려와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직수입자들의 체리피킹 행태가 재발할 우려 등 천연가스 도매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조건들은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며 “정부가 내놓은 계획은 결국 국민적 반대가 팽배한 민영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일방적 추진을 중단하고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도 직수입업체가 낮은 가격으로 중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초과물량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국가와 국민이 짊어지는 반면 수혜는 기업이 독식하는 부실의 사회화, 수익의 사유화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면서 민간발전사가 저가의 LNG를 도입한다고 해도 그 수익을 민간발전사가 독점하게 돼 전기료 인하 등의 국민적 혜택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천연가스 직수입과 같은 뜨거운 이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정부의 태도는 문제라며 지금은 도입가격 인하에 따른 편익을 국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은 정부가 천연가스 도매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정책을 펴겠다는데 대해 가스공사 측은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2025년 이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또한 도매시장 개방이 논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사안이라는데 이견이 없다면서 정부가 경쟁정책을 도입하려 할 때는 경쟁체제에 따른 폐해는 없애고 장점을 살리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확실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폐해가 되풀이 되는 정책이라면 시행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여 뒤를 남겼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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