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폭스바겐 등 1회 충전으로 400∼600km 주행, 한국산은 제자리걸음
하이브리드서 플러그인으로 무게중심 이동…테슬라 등 국내상륙도 본격화

▲ 1회 충전으로 400km를 달릴 수 있는 르노 전기차 조에(zoe).

#르노 “우리가 만든 전기자동차 ‘조에(ZOE)’는 2시간 충전으로 400㎞를 달릴 수 있는 최장거리 시판(市販) 전기차다”
#폭스바겐 “I.D.는 향후 폭스바겐의 전기차 개발에 근간으로 활용될 MEB(Modular Electric Drive Kit) 플랫폼을 최초로 적용한 전기차이며, 1회 충전으로 최대 600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투뉴스] 세계 자동차업계가 친환경차, 특히 전기자동차로의 시장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대형 자동차제작사 대부분이 이전보다 뛰어난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자동차시장의 미래가 전기자동차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서다. 특히 폭스바겐그룹의 배출가스 조작사건 이후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열린 2016 파리 국제모터쇼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친환경차가 최대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주요 브랜드들이 저마다 경쟁력을 내세워 양산 전기차, 콘셉트 전기차 등을 내세우며 소비자 마음을 선점하기 위해 나섰다. 또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발표하는 업체까지 나오면서 이번 파리모터쇼는 사실상 친환경차 전시장으로 굳어졌다.

먼저 디터 제체 다임러 그룹 CEO는 메르세데스-벤츠가 2025년까지 10개의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체 CEO는 이 새로운 10개의 모델이 2025년까지 메르세데스-벤츠 전체의 글로벌 판매량 중 15~25%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향후 출시될 새로운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는 ‘EQ’라는 서브브랜드를 달고 나올 것이라고 제체 CEO는 예고했다. 구체적으로 이번 모터쇼에서는 최대 500㎞ 주행거리를 확보한 크로스오버 형태의 ‘제너레이션 EQ 콘셉트’를 선보였다. 제너레이션 EQ 콘셉트카는 2개의 전기 모터를 탑재한 시스템에 최대 300㎾까지 낼 수 있는 배터리 체계를 갖췄다.

이와 함께 고성능을 기본 콘셉트로 깔고 있는 메르세데스-AMG도 친환경 요소를 강화했다. 메르세데스-AMG는 F1(포뮬러원) 기술을 바탕으로 높은 퍼포먼스를 구현하는 동시에 하이브리드 방식을 도입한 하이브리드 슈퍼카를 개발할 계획이다. 토마스 웨버 메르세데스-AMG R&D 총괄은 외신 인터뷰에서 “하이퍼카로 부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는 AMG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친환경과 다소 거리가 있었던 슈퍼카들도 친환경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 페라리가 대표적이다. 페라리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라페라리 스파이더’를 공개했다. 798마력의 12기통 자연흡기 엔진에 163마력의 힘을 내는 전기모터를 결합해 성능을 극대화했다.

스포츠카로 통하는 포르쉐도 파리모터쇼에서 ‘파나메라 4E-하이브리드’를 공개했다. 이 차는 330마력의 2.9리터 V6 가솔린 엔진과 100㎾ 출력의 전기모터가 조합돼 총 462 마력을 발휘한다.

단순한 전기차 전시에만 나선 것이 아니라 속도 알차게 바꿔나가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린 전기차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높은 주목을 받았다.

르노는 신형 Z.E. 40 배터리를 탑재한 ‘조에(ZOE)'를 선보였다. Z.E 40 배터리를 장착한 르노 조에는 NEDC 사이클(New European Driving Cycle) 기준 주행 거리 400㎞를 확보했다. 현 조에 모델의 출시 당시 주행거리의 무려 두 배에 달하며 현존하는 모든 주요 전기차량 중 최장거리라고 르노는 밝혔다. 신형 Z.E 40 배터리의 도심 및 교외 지역 실제 주행 거리는 300㎞다.

LG화학과 손잡고 개발한 Z.E 40 배터리(고밀도 리튬이온 기술 적용) 충전 시간은 표준 배터리 충전 시간과 비슷하다. 유럽에 널리 도입된 공공 충전시설에서 주행거리 80㎞를 추가하기 위해 필요한 충전 시간은 30분밖에 되지 않는다. 신형 Z.E40 배터리는 유효에너지가 41kWh다. 이는 기존 표준 배터리(유효 에너지 22kWh) 저장 용량의 두 배에 달한다.

▲ 페라리가 내놓은 고성능 하이브리드 수퍼카(라페라리 아페르타)

◆고성능 배터리 도입 추세, 국내 제품은 아직 미흡
폭스바겐은 1회 충전에 600㎞를 주행할 수 있는 미래 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I.D.는 향후 폭스바겐의 전기차 개발에 근간으로 활용될 MEB(Modular Electric Drive Kit) 플랫폼을 최초로 적용한 전기차다. 1회 충전으로 최대 600㎞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과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골프와 동급인 I.D.는 콤팩트 전기차로 2020년 출시될 예정이다. I.D. 파일럿 모드를 적용할 경우 완벽한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한다고 폭스바겐은 설명했다. 이 기능이 포함된 모델은 2025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 같은 전기차 라인업을 바탕으로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 중 최초로 100만대를 생산·판매해 전기차 시장에서도 선두 브랜드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BMW는 한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기존보다 약 50% 이상 늘어난 i3(94Ah)를 파리모터쇼에서 최초 공개했다. 배터리는 에너지 저장밀도가 높은 리튬이온 셀로 구성되어 33kWh의 용량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표준 NEDC 사이클 기준으로 주행거리가 최대 300㎞로 늘어났다. 특히 에어콘과 히터를 켜놓은 조건의 일상 운행 시에도 재충전하지 않고 최대 200㎞를 달릴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전용모델인 ‘아이오닉’을 중심으로 다양한 친환경 차량을 선보였다. 올해부터 유럽시장에 출시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아이오닉 일렉트릭’, 출시를 앞둔 ‘아이오닉 플러그인’의 3가지 라인업을 공개했다. 또 프랑스 파리에서 택시로 이용되고 있는 ‘투싼 수소전기차’도 전시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기존 니켈수소 대비 충방전 성능이 우수한 고성능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를 채용, 한번 주유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것은 물론 부산에서 2박3일의 여행까지 가능할 정도로 연비 등 효율성이 높다. 100% 전기차인 아이오닉 일렉트릭(EV)은 경량화된 차체에 88kW 구동 모터와 28kWh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가 더해져 다이나믹하고 파워풀한 가속감을 제공한다. 여기에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91km(유럽기준 270km)로 수도권 출퇴근은 물론, 제주도 일주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외국 선도업체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세계 굴지의 전기차 브랜드 국내진출 가속도
미국 등의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가 국내 첫 판매 차량을 ‘모델S 90D’로 정하는 등 본격적인 국내 진출에 나섰다. 테슬라는 지난 27일 환경부 산하 교통환경연구소에 모델S 90D의 배출가스와 소음에 관한 인증을 신청했다. 국내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증을 받아야 하는 만큼 국내 진출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 국내 판매가 추진되고 있는 테슬라의 모델s.

테슬라는 아직은 모델S 90D의 인증만 신청했지만 모델S의 다른 트림이나 모델X 등도 차례로 인증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테슬라는 고급 세단 모델S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판매 트림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기차는 배기가스 자체가 없어 사실상 타이어 소음 인증만 통과하면 되기 때문에 테슬라 모델S 90D의 환경 인증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에 제작자 등록을 하려면 판매 차량에 대한 사후관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 인력과 시설을 확보했다는 내용 등을 입증해야 하는데, 테슬라는 딜러사 없이 미국 본사가 직접 판매하기 때문에 이 같은 부분에서 협의가 필요하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 혜택 여부도 판매를 앞두고 큰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테슬라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기 위한 기준 중 충전소요시간(완속충전시 10시간 이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 아직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테슬라는 아직 환경부에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전기자동차 SM3 Z.E.를 판매하고 있는 르노삼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뛰어난 주행능력을 자랑하는 신형 전기차 조에를 한국시장에도 투입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조에는 유럽 연비 측정방식인 NEDC 기준 1회 충전으로 400km 주행이 가능하며, 이는 시판되는 모든 전기차 중 최장거리다.

베르티에 르노그룹 마케팅 이사는 “프랑스는 세계 제3위 전기차 시장이며 현재 유럽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5대 중 한 대꼴로 조에가 팔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조에의 프랑스 판매 가격은 2만3600유로(약 2900만원)이다. 프랑스에서 친환경차를 사면 정부로부터 6300유로를 지원받을 수 있고 만약 디젤차를 타다가 바꾸면 추가로 3500유로를 할인받는다. 최대 할인을 받으면 1만3800유로(약 17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이제 세계 자동차업계는 전기차의 성장성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휘발유와 디젤차에서 하이브리드를 거쳐 2030년쯤에는 순수 전기차가 세계 자동차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전 세계 전기차 출하량이 오는 2025년 2300만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동차메이커는 상대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 및 배터리 분야 시장분석기관인 SNE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전기차 출하량은 287만대 가량으로 예상되며, 2020년엔 864만대, 2025년엔 2376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대로 진행되면 향후 10년 내 전기차 시장이 가솔린 시장을 앞지를 것이란 분석도 곁들였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의 폭발적인 성장요인은 미국의 ZEV와 유럽의 유로6 등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강력한 환경규제와 중국정부의 대폭적인 전기차산업 지원책”이라며 “전기차 제약요소였던 비싼 배터리가격과 주행거리 등이 대폭 개선돼 2020년 이후에는 경제성 측면에서 가솔린차를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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