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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영란법과 사회책임 국제표준(ISO26000)
황상규 SR코리아 대표
[425호] 2016년 09월 12일 (월) 08:30:35 황상규 hwang@srkorea.asia
   
황상규
SR코리아 대표

[이투뉴스 칼럼 / 황상규] “아마 선생한테 와이로를 좀 써야 할 걸. 그것도 당신이 알아서 해줘요.”
“너무 아이들 문제를 갖고 와이로 와이로 하지 마세요….”
박완서 소설 ‘휘청거리는 오후’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와이로’라는 말은 ‘뇌물’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1960~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는 ‘와이로’의 사회였다. 초등학교 반장과 전교회장이 되려면 선생님들에게 이것을 상당 수준 갖다 바쳐야 했었다. 박완서 소설은 그 일단을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정경유착으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와이로’가 횡행하던 시대였으니, 이 정도는 약과 수준이었으리라.

많은 사람들이 김영란법이 복잡하고 어렵다,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킨다는 둥 말들이 많지만, 김영란법은 알고 보면 너무나 간단하다.

김영란법은 반칙이 없는 공정한(fair) 사회를 지향한다. 그렇다면, 공정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입장 바꿔 생각했을 때 억울하지 않아야 한다. 억울한 마음이 들면 나도 반칙을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반칙을 하는데, 나만 안 하면 그 사람은 바보가 된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악화(나쁜 것)가 양화(착한 것)를 구축(몰아냄)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 정도는 봐줄 수 있지 않느냐 항변이 있을 수 있다. 그 때도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된다. 이해관계가 비슷한 조건에서 다른 사람은 반칙을 하고 있는데, 내가 반칙을 하지 않았을 때, 내가 받는 피해를.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김영란법이 만들어졌다고 보면 된다.

김영란법이 식사(3), 선물(5), 경조사비(10)를 규제하는 네거티브 접근법이라면, 사회책임(SR)의 관점에서 능동적인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포지티브한 방법으로 공정한 사회로 가자고 하는 것이 사회책임 국제표준(ISO26000)이다.

ISO26000은 2005~2010년에 걸쳐 세계 70여개국의 정부, 기업, 노동, 소비자, 시민단체 대표들이 공동으로 만든 사회책임 국제표준인데, ISO(국제표준화기구)의 최종 투표를 통해 2010년 11월 국제표준으로 제정됐고, 2012년 8월에 국내표준(KSA ISO26000)으로 번역·제정된 바 있다.

ISO26000은 각급 조직의 사회책임 이행을 위한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원칙은 김영란법에서 추구하는 반칙이 없는 공정사회로 가는 방법론과 일맥상통한다. ISO26000이 제시하는 원칙은 설명책임의 원칙, 투명성의 원칙, 윤리적 행동, 이해관계자 이해 존중, 법규 준수, 국제적 규범 준수, 인권 존중의 원칙 등인데, 이 원칙은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조직들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모든 조직의 ‘경영’과 ‘경제운영’차원에서, 그리고‘직장’과 ‘일상생활’에서도 적용하고, 준수하여야 내용들이다.

현재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 기관들은 국회, 법원, 헌재, 감사원, 선관위, 인권위(6), 중앙행정기관(51) 등을 비롯하여, 지방자치단체(260), 공직유관단체(982), 공공기관(321), 각급 학교(2만1201), 학교법인(1211), 언론사(1만7210)  등 4만919 개인데, 이번에 여기에서는 빠졌지만, 중요한 곳은 여전히 많다.

ISO26000이 제정된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다음과 같이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예로 들어 보면 ▶대통령·국회의원의 사회적 책임 ▶경찰·검찰·법원의 사회적 책임 ▶관료·공무원의 사회적 책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기업,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 ▶언론(신문·방송)의 사회적 책임 ▶금융기관·연기금의 사회적 책임 ▶대학의 사회적 책임 ▶종교기관(교회·절)의 사회적 책임 ▶의료기관(병원·의원)의 사회적 책임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 ▶평가·검증기관의 사회적 책임 ▶원조기관의 사회적 책임 ▶스포츠의 사회적 책임 ▶소비자·소비자단체의 사회적 책임 ▶시민단체(NGO·NPO·재단)의 사회적 책임 등이 있다.

김영란법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번에 적용대상에서 빠진 각급 조직의 관계자들은 시행령, 시행규칙에 따라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회적 역할과 기능 및 책임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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