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적정성 여부는 물론 개편을 둘러싼 공방이 여전하다. 초반 판단미스와 잇따른 실책으로 점수를 크게 잃은 정부와 여당이 부랴부랴 태스크포스를 꾸렸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첩첩산중이다.

이번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둘러싼 거센 회오리는 이상한 구도 속에 진행됐다. 지속되는 폭염으로 전기요금 폭탄이 우려되자 국민여론은 물론 전문가, 언론, 정치권까지 나서 유독 주택용에만 적용되는 누진제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심지어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개편에 힘을 싣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럼에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꿈쩍을 하지 않았다. 초기 이러한 전선이 형성된 배경은 청와대와도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레임덕 얘기가 나오는 마당에 국민여론에 밀려 전기요금제도를 바꾸는 것을 누구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진제 비난여론이 갈수록 강도가 세지면서 정부 스텝은 자꾸 꼬였다. 

특히 누진제 비판여론이 극에 달한 8월 둘째주 채희봉 에너지자원실장이 나서 ‘부자감세’와 ‘블랙아웃 우려’까지 거론하며 당장은 손댈 수 없다고 항변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포털사이트 기사마다 정부를 비난하는 댓글이 수천개가 달리는 등 불난 곳에 기름을 들이부은 꼴이 된 것이다. 결국 불과 하루 만에 청와대와 여당이 나서 개편을 시사하고, 이틀 만에 누진제 한시할인이 일사천리로 결정됐다.

물론 정치논리가 명확한 사실관계나 타당한 이유 없이 에너지정책(경제논리)을 휘두르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까지 포퓰리즘에 입각한 수많은 정치권의 개입이 에너지산업의 난맥상을 만드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누진제 문제와 관련 에너지업계는 채 실장에게 “정치논리에 맞선 소신있는 공무원”이라는 평가보다는 “정무감각이 그렇게 없어서야…”라는 질책의 목소리가 더 많다. 이는 정부가 누진제에 목매는 이유가 본연의 기능인 하절기 전력피크 완화가 아니라는 것을 대강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이유는 “에너지신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40년도 더 된 누진제는 전기절약이라는 목표달성에는 어느정도 유효했으나, 주택용이 전체 전기수요의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그 효용가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반면 누진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신산업에는 너무나 큰 도움을 주는 든든한 우군이다. ‘누진제 따먹기’가 없다면 안되는 사업이 적잖기 때문이다. 특히 태양광발전 대여사업 등 신재생 분야와 에너지 프로슈머, 가정용 연료전지, 자가열병합 등은 누진제가 사라지면 사실상 물거품이 될 우려까지 제기된다.

한전은 물론 산업부 스스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정책방향을 제시한 지는 이미 오래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 상황이 바뀐다고 한 입으로 두말을 하는 것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복잡하고 힘든 사정이 있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국민과 소통과 공감 속에서 에너지정책의 원칙을 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