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량 조절 못하는 원전·신재생 지속 증가제주선 2년來 다섯번 풍력발전량 감발·정지신재생 예측 및 제어·가변속 양수 검토 필요

▲ 2011년 쓰나미 발생 이전 일본내 전원구성 분포. 경직성 전원량에 비례하는 비경직성 전원이 전 국토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日 electrical japan web

[이투뉴스] 전력수요가 늘거나 줄어도 발전량을 조절할 수 없는 원전·신재생 등의 경직성 전원(電源)이 계속 늘어나면서 섬(島)이나 다름없는 한반도내 계통운영이 머잖아 새로운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주에선 최근 2년 사이 다섯 차례나 풍력발전량까지 임의 감발·정지한 사례가 발생했고, 육상에서도 원전·신재생 설비 급증으로 경직성 전원 대(對) 비경직성 전원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발전업계와 전력당국에 따르면, 현재 원자력,태양광, 풍력, 부생가스 등은 전력수요 변화와 관계없이 항상 전출력으로 운전하거나 반대로 출력제어 없이 가동되고 있다. 원전의 경우 기술적으로 발전량 조절이 어렵고, 태양광·풍력은 날씨나 계절이 발전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폐기물이나 부생가스 역시 전력생산이 주목적이 아니어서 연료 여건의 영향을 받는다. 이들 발전력을 ‘통제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의미의 경직성 전원으로 분류하는 이유다.

반대로 전력거래소 EMS(전력계통운영시스템)로부터 기동·정지·출력조정 지시를 받는 석탄화력, LNG복합, 양수발전, 수력 등은 비경직성 전원에 해당한다. 석탄화력은 연료투입량이나 연료교체로 최대 50%까지 발전량 감발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LNG복합중 가스터빈(스팀터빈은 가스터빈 종속)과 수력도 출력 조절이 손쉽다. 다만 석탄화력은 출력조정 시 효율하락 폭이 큰데다 발전원가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원자력과 함께 기저부하층을 떠맡아 정격용량에 가깝게 운영된다.

수요 감소에 대응해 발전량을 줄이는데 그치지 않고 공급이 과다할 경우 아예 부하 역할까지 가능한 전원도 있다. 양수발전은 펌프를 돌려 하부 저수지 물을 상부저수지로 끌어올릴 때 전력을 소비하고, 배터리 계열 ESS도 충전 시 마찬가지다. 발전기 특성에 따라 굳이 세분화 하자면 원전·신재생은 고경직성, 석탄화력은 중경직성, LNG복합은 비경직성, 양수와 배터리 등의 ESS는 유연성 전원으로 각각 재분류 할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을 항상 일치시켜야 하는 계통운영 측면에서 최근 제기되는 우려는 바로 경직성 전원의 점증이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과 환경오염 저감 대안으로 원전과 신재생 용량을 키우고 있는데, 공교롭게 이들 전원은 모두 출력제어가 어렵다. 원전은 중앙급전발전기중 유일하게 24시간 고정출력 발전을, 비중앙발전기인 태양광, 풍력, 폐기물, 부생가스 등은 발전량 증감에 관계없이 전량을 계통에서 우선 수용한다.

지금 추세로 이들 전원이 증가한다는 전제 아래 상정 가능한 최악의 경우는 ①전력수요가 낮보다 2000만kW 이상 줄어드는 심야 경부하 시간대에 ②원전이 수요 대부분을 감당할 만큼 대량 고정출력을 내는 가운데 ③풍력 등 신재생 발전량까지 늘어나는 상황이다. (단 태양광은 수요가 많은 낮 시간대에 주로 발전하다가 일몰 이후 발전을 중단, 부하 패턴에 부합하는 경직성 전원의 특성을 띈다)

지난해 최종 완료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전원 구성비 전망자료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2만1716MW 규모인 원전설비는 오는 2029년 3만8329MW로, 7335MW 규모였던 신재생 설비는 3만2890MW로 각각 크게 증가한다. 신기후체제 대응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도 그만큼 계통운영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형 원전은 발전소 불시 고장정지 시 탈락량(공급중단량)이 많아 주파수 하락폭까지 커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250MW 규모 풍력단지가 운영되고 있는 제주에서 경직성 전원 문제는 이미 수면 위 현안이다. 주로 전력수요가 연중 가장 적고, 상대적으로 풍력발전량은 많은 봄·가을 심야시간이 취약하다는 게 현지 계통 기술진의 전언이다. 전력당국에 의하면 사실상 육상과 별개 계통으로 운영되는 제주에선 지난해 3회, 올해 2회 등 최근까지 다섯 차례나 임의 풍력발전량 감발·정지 조치가 이뤄졌다.

일단 풍력터빈 날개 각도를 바람 방향으로 세워(일명 피칭콘트롤) 발전량을 줄여보고, 그래도 부족하면 브레이크를 걸어 아예 일부 터빈을 정지시키는 임시방편이 동원되고 있다. 당국은 계통 안전성 확보를 위해 발전설비 용량의 10% 비율로 ESS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발전사업자들의 반발이 일자 이를 잠정 유보한 바 있다.

발전량 예측이 어렵고 출력 변동폭이 큰 신재생 전원 증가는 또다른 차원의 계통유연성 확보도 요구하고 있다. 전력거래소 제주지사는 수요-공급 편차가 큰 기간 해저 HVDC 전력 융통량(육상→제주 수전량)을 260MW에서 80MW까지 낮추고, 최대출력이 100MW인 남제주 기력발전기 출력을 40MW로 내려 풍력발전이 일시 정지하더라도 즉각 연계선과 기력발전기로 대체 공급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한다. 실제 수년전 제주에선 갑자기 잦아든 바람으로 70MW 규모 풍력터빈이 동시 정지, 급전 담당자들의 가슴을 쓸어내린 사례가 있다.

경직성 전원 증가에 대응해 전력수급과 계통운영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대안으로는 적정수준의 ESS 확충과 원전 비중 일정수준 이내 제한, 신재생 발전량 예측 및 제어시스템 구축, 실시간 전력시장 개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중 출력과 부하 역할을 동시수행 가능한 ESS를 적정수준으로 확충, 수급·계통운영의 유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우리나라와 전력수급 여건이 유사한 일본은 2011년 쓰나미 재앙이 터지기 이전까지 주파수 추종 운전까지 가능한 가변속 양수시스템이나 일반양수를 원전 설비용량(4만9110MW)의 절반 이상(2만7607MW)으로 운영하며 수요-공급의 양적 불균형을 해소했고, 태양광·풍력의 폭발적 증가로 계통난이 발생한 최근에는 배터리ESS를 활용해 계통운영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실시간 주파수 제어는 리튬이온 배터리 ESS로, 장시간 출력-부하는 가변속이 가능한 양수시스템으로 분리 접근해 사전에 경직성 전원 증가 대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면서 "배터리 ESS의 경우 대용량화가 어렵고 양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으므로 두 기술의 양립과 역할분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유럽의 경우 TSO(송전망운영자)가 전력시장내 옥션(경매)으로 에너지저장장치에 대해 보상을 주지만, 한전(FR용)이나 사업자(한수원 양수)가 부담을 떠안는 우리나라 방식은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시장 운영 개선과 더불어 미래 전원믹스 전망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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