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기술경영경제정책 대학원협동과정

[이투뉴스 칼럼 / 허은녕] 예전에도 자주 그랬지만, 이번에는 미세먼지와 누진제 문제가 국가 이슈와 지구 전체 이슈를 이기고 있다.

국제원유가격이 10배 이상 올라 고생하던 1970~80년대 1, 2차 석유 위기 때, 우리나라 정부는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도입하여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을 수립, 진행했고 그 높던 원유 수입가격에 석유수입부담금을 추가하여 더 높이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석유기금을 조성했다.

천연가스와 원자력의 도입 덕분에 낮은 가격으로 풍부한 전기와 난방을 실시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와 동시에 둘 다 온실가스가 적게 나오는 에너지원이었기에 경유버스 일색이던 대중교통수단이 전철과 천연가스 버스로 바뀌게 되어 이들이 내뿜는 매연이 거의 없어졌으며, 연탄과 벙커C유로 난방을 하던 아파트들이 천연가스와 지역난방으로 바꾸면서 서울 등 도시의 공기가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정책 시행 이후로 도심의 미세먼지나 전기요금 부담이 크게 줄었으니, 문제제기가 있었을 리 없다.

또한 엄청나게 높아진 수입가격 위에 또 수입부담금을 붙여 만든 석유기금은 이후 천연가스망 건설 등 각종 에너지인프라 건설에 사용되었으며, 지금도 신재생에너지 설치보조금과 신기술 R&D 등에 활용되고 있다. 그때의 정책입안자가 이러한 환경적, 정책적 이득을 미리 생각하였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30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 살펴보더라도 매우 잘 수립하고 또 시행한 정책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정책은 세계적으로도 대표적인 에너지정책 성공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에너지 문제의 기본이 되는 에너지원 선정과 에너지 안정공급 두 이슈를 제대로, 정면으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금의 누진제와 미세먼지에 관한 논의를 보면, 기본이 되는 에너지원 문제와 에너지 안정공급 부분에 대한 논의가 없이 표면적인 문제만을 다루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인정한다면,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들이 앞으로 더 잘살 것으로 전망한다면, 또한 IEA 등 국제기구가 전망하듯이 전기가 앞으로 주요 에너지원이 될 것임에 동의한다면, 앞으로 전기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임을, 그것도 조금이 아니고 많이 늘어날 것임을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더 새로운 전기 수요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논의하여야 하지 않는가? 어떤 방법, 어떤 에너지원으로 얼마나 더 많이 전기를 생산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이 현재의 문제들을 정면으로, 그리고 제대로 다루는 것이 아닌가?

선진국들은 21세기 들어 기후변화협약 문제가 크게 대두될 것으로 보고 2001년부터 장기에너지정책을 수립하고, 기존의 에너지 안정적 확보 문제에 더하여 기후변화협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 정책의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

유럽은 기존의 북해유전과 프랑스 원전에 더하여 풍력을 중심으로 하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절약기술개발로 더 이상의 원유 수입을 하지 않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이는 방향으로, 미국은 자국의 셰일가스 생산기술개발에 성공하여 석탄발전소를 대체하고 원유 수입을 줄여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문제와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성공한 선진국들의 공통적인 점은 모두 기술개발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에너지신산업을 발표하고 바로 그 문제, 즉 기술개발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보이질 않는다. 사람이 일일이 나와서 전기검침을 할 필요 없이 정보통신 기술로 언제나 내가 사용한 전력량을 알려주고 또 우리집과 일터에 더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딘지도 알려주는 기술, 주변 집들이랑 같이 남는 에너지를 나누어 쓸 수 있게 해 주어 에너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기술, 에어컨의 효율이 두 배 이상 높아져서 더 오래 틀 수 있거나 아님 더 적게 에너지를 사용하게 하는 기술을 어떻게 개발하고 활용할지 등 이런 방안을 더욱 더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닐까?

세계에너지협의회(WEC)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안정공급 및 환경지속성 지수 부문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101위와 94위 수준이다. 미세먼지와 누진제 이야기만 하고 있기에는 우리의 상황이 전혀 여유롭지 않은 것이다. 올바른 에너지 정책의 기조는 어떠한 정책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바로 국민을 이롭게 하고 안심시키는 것 그 이상일 수 없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행정부와 입법부가 함께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보고 싶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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