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요금 한시적 인하 따라 CES도 동일하게 적용
6조 이익 나는 한전과 달리 적자수렁 구역전기 죽을 맛

[이투뉴스] “인심은 한전이 쓰는데 왜 우리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 막대한 손해를 입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전기요금은 한전(한국전력공사), 열요금은 한난(한국지역난방공사)이라는 거대 공룡 사이에 끼어 구역전기사업만 죽어나고 있다”

구역전기(CES, 일정 공급권역 내에서 전기와 열을 직판하는 사업)업계가 전기요금 누진제 할인이라는 유탄(流彈)을 맞았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정부와 한전이 의사결정을 내렸지만, 함께 엮이면서 적잖은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적자수렁에서 허우적대는 CES업계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자선사업에 동참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지난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7∼9월)으로 19.4% 할인해주기로 최종 확정했다. 연일 지속되는 가마솥더위로 주택용 누진제 개선요구가 들불처럼 번진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채희봉 에너지자원실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누진제 개편은 없다”고 단언했으나, 불과 이틀 만에 뒤집어져 스타일을 구겼다.

끝없이 치솟던 누진제 비난여론은 우여곡절 끝에 일단 수그러들었지만, 그 화살은 구역전기업계까지 정통으로 맞혔다. 한전의 전기요금약관을 준용하는 구역전기업체 역시 한전의 주택용 누진제 할인방침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열요금은 한난대비 110%까지 올려받을 수 있지만, 전기요금은 일체 허용이 안된다.

문제는 적자에 시달리는 CES업체의 경우 전체 수용가 중 주택용 비중이 90%를 훌쩍 넘어 할인해주는 금액 대다수가 손실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물론 한전도 이번 요금할인으로 4000억원 넘게 마이너스가 발생한다. 하지만 한전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6조3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연결기준)을 낸 만큼 할인을 해줘도 곳간에 여유가 넘친다.

반면 누진제 구간을 50kWh씩 늘려서 적용할 경우 소규모 구역전기사업자는 월 7000만원씩 2억원이 넘는 매출액 및 영업이익 감소효과가 발생한다. 한난을 비롯해 공급세대가 많은 업체의 경우 월 2억원씩 3개월 누적으로 6억원 이상 경상이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연간 수십억∼수백억원의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손실만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 출범한 국내 구역전기사업은 현재까지 10개 업체가 13곳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가동 이후 단 한 곳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도시가스회사 등 모기업의 사업부문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 많아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모든 회사가 완전자본잠식을 당해 빚으로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CES업계가 빚더미에 올라선 이유는 비싼 LNG를 연료로 사용, 전기와 열을 생산·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전의 경우 원자력과 석탄을 이용해 저렴하게 생산한 전기를 훨씬 많이 사서 산업체 및 가정에 공급한다. CES도 일부 전기를 전력거래소에서 구매해 공급할 수 있지만 일정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통제받고 있다. 열까지 포함해 소위 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경쟁이 불가능한 사업구조다.

대표적인 분산전원이자 융·복합형 집단에너지 사업모델, 에너지신산업 선발대 역할 등 구역전기가 국가 전체적으로 수많은 편익을 제공하고 있지만, 정책지원은 거의 없다. 뒤늦게 전력당국이 CES발전소 용량요금(CP) 지급을 비롯해 일부 지원방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언제 성사될지 기약 없이 세월만 흘러가고 있다. CP를 받기 위해 ‘혁신형 구역전기 사업모델’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그나마 사업자들이다.

조용선 구역전기협회 회장은 이와 관련 “사업을 운영하기조차 버거운 구역전기업계가 이번 누진제 할인으로 또다시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익이 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약속한대로 CP지급, 전력거래 확대 등 정부 지원책이 하루빨리 마련돼 손실을 최소화하는 구조만 되더라도 감지덕지일 정도”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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