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향 REC거래시장 투명성·불공정 불신 팽배
자체공사·수의계약은 신재생 수탈 및 부실화 구조

[이투뉴스] 일정규모(500MW)이상 석탄화력·원자력·LNG발전소를 가동중인 발전사를 대상으로 2012년부터 시행중인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제도가 일부 발전사들의 '수퍼 갑질(甲)'과 사실상 장외시장 역할을 하는 발전사 자체공사·수의계약 사업으로 누더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실태파악은 물론 기존 제도 정상운영 여부에 관심을 쏟지 않아 시행 5년째를 맞은 정부 핵심정책의 부실화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발전업계와 신재생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전 산하 발전공기업 6사와 대형 민자발전사들이 RPS실적을 이행하는 공식적 통로는 매년 상·하반기 두차례 에너지공단이 개설하는 REC입찰 거래와 매주 2~3회 가량 열리는 현물시장 스팟물량(REC) 거래 등 2가지다.

이중 입찰시장은 유가하락과 예비력 상승의 영향을 받은 SMP(전력시장가격) 급락으로 SMP가 kWh당 130원을 웃돌던 시절 발전사들과 REC장기계약을 체결한 사업자들의 한숨이 깊어가는 반면 현물시장은 수요증가로 KWh당 가격이 최대 154원까지 상승하는 등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신재생 사업자들은 기존 발전사와의 장기계약을 취소 또는 철회해 현물시장에서 REC를 판매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발전사들은 이를 계약 불이행으로 규정,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양측은 거래는 계약 시 사업자가 제출하는 이행보증보험 증권으로 엮여있을 뿐 최소 규정도 미비한 상태다. 지금처럼 장기적으로 저(低)SMP가 유지되면 사업자들의 원성과 계약시장 이탈시도가 격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발전사들이 항상 키를 쥐게 되는 RPS시장구조에 피로를 느낀 사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누가 갑(甲)이냐 을(乙)이냐를 떠나 시장 투명성과 공정경쟁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것은 분명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단의 REC 입찰시장은 이상하리만큼 항상 입찰가가 낮고, 현물시장 역시 발전사들의 일방향 입찰이라 마음만 먹으면 판매자간, 또는 구매자간 담합이 가능하다"면서 "이런 불신은 기존시장을 계속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기류는 이대로 RPS정책을 고수해야 하느냐는 논의로 확대되고 있다.

신재생업계와 일부 야당 의원들은 ▶시공단가가 크게 떨어져 재정부담이 줄었고 ▶SMP가 과도하게 하락해 신재생 수익성이 악화된 만큼 ▶정부(한전)가 매년 고정가격에 신재생 전력을 사들이는 옛 발전차액지원제(FIT)를 재도입 ▶신재생 보급을 촉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RPS장외시장 역할을 하고 있는 발전공기업 자체공사나 수의계약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그나마 REC시장은 양반'이라는 게 시공업계 등 시장 참여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우선 발전사가 발전소 유휴부지 등을 활용해 시행하는 자체공사는 발전사들의 '갑질'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일단 입찰은 기술평가와 가격평가를 두루 고려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실상은 시종 최저가로 사업자를 선정해 왔다는 게 이 분야 참여기업들의 증언이다.

일례로 A발전사는 최근 수MW규모 자사 공사 입찰에서 최저가를 써낸 B대기업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 MW당 원가가 12억5000만원이상 드는 이 사업의 낙찰가는 MW당 11억원 미만이다. 시공사 적정마진까지 고려하면 최소 13억5000만원이 받아야 하는 프로젝트다.

이번 입찰에서 A사는 1차 기술평가에서 참여사들의 통과 여부만 따졌고, 최종 낙찰은 자금여력을 보유한 대기업이 써낸 최저가를 선택했다.

B시공사 관계자는 "워낙 시장이 안좋다보니 대기업들이 무리수를 쓰면 중소업체는 속수무책"이라며 "가격보다 품질을 따져야 할 발전사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은 한 이런 관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기술과 품질을 우선 시하는 최적가 입찰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발전사들이 민간 EPC업체들과 체결하는 수의계약을 바라보는 시각은 한층 더 부정적이다.

현재 이 시장에서 일부 발전사들은 자산운용사들과 약정을 체결, kWh당 170원대에 15년 거래를 보장하는 변칙적 FIT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유형의 계약 시 펀드가 요구하는 이자율을 5.5%대로, 파이낸싱과 REC계약이 필요한 신재생업자는 이들의 갑질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신재생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이는 발전사와 자산운용사가 짜고 재생에너지 사업자를 수탈하는 구도이자 RPS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면서 "이런 사실을 정부당국이 알면서도 모른 채 하고 있다면 이는 정상적 RPS시장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수의계약 시장은 한전이나 발전사 인맥이 없으면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복마전인 것으로 안다"면서 "과거 이런 식으로 체결된 대규모 수의계약 사업이 부실공사와 비리로 얼룩져 있다는 사실을 정부만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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