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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울대 옥상의 진화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422호] 2016년 08월 09일 (화) 08:30:39 한무영 myhan@snu.ac.kr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건물의 옥상은 대개 쓸모없는 버려진 공간으로만 생각되어 왔다. 도시 내 대표적인 불투수 공간인 건물 옥상은 비가 오면 그대로 흘려 내보내 도시침수를 일으키고, 땅으로 침투되는 빗물의 양을 줄어들게 하고, 또한 건물의 복사열로 인하여 도시의 열섬현상의 원인이 된다. 또한 그만큼 경작지가 감소된다. 건물을 만든 사람은 물-에너지-식량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시금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때이다.

다르게 보면 옥상이란 하늘이 주신 태양 에너지, 빗물 등이 가장 먼저 인간에게 도달되는 축복된 장소이다. 하늘이 주신 에너지와 물을 잘 활용하면 새로운 녹지공간을 창출할 수 있고, 모두가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러한 옥상의 진화과정을 서울대에서 볼 수 있다.

관악산에 올라가서 서울대를 내려다보면 대부분의 건물 옥상에는 냉방기의 실외기만 덩그러니 올려져 있다. 한 여름 낮에는 옥상면이 태양열을 받아 뜨거워져서 60℃까지 상승해 맨발로 올라가면 발이 데일 정도이다. 캠퍼스의 220개 건물 전체의 꼭대기가 모두 60℃로 달궈진 불판으로 바뀌어 관악산 계곡 전체가 더워진다. 냉방을 하면 건물의 내부는 시원해지지만, 그만큼 에너지를 방출해 주위는 더욱 더워져서 열섬현상을 부채질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옥상을 하얀색으로 칠하면 햇빛을 반사하여 적은 비용으로 옥상의 온도를 낮출 수 있지만, 그 복사열은 다시 서울시 상공의 대기를 덥힌다. 그리고 물과 식량 등 사회적 책임을 위한 역할은 기대할 수 없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32동 옥상 한켠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에너지는 일년간 m2당 150~200kW이다. 하지만 이 옥상에서도 물과 식량에 대한 책임은 지지 못한다. 또한, 관악산 위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사람들의 시선을 유인할 정도로 주변 경관과도 조화롭지 못하다.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는 죽은 공간이 된 셈이다.

35동에는 스스로 빗물을 저류하는 방식의 오목형 옥상녹화가 설치되어 있다. 전체 옥상면적 2,000 m2 중 840 m2의 옥상에 꽃밭과 텃밭, 그리고 연못을 만들었다. 옥상위에 떨어지는 빗물은 저류판에 저장되어 홍수를 방지한다. 저류된 빗물은 수자원으로 활용하여 별도로 수돗물을 주지 않아도 된다. 꽃밭은 전혀 유지관리를 하지 않아도 4계절 아름다운 모양을 연출해낸다. 텃밭은 교수, 학생, 지역주민이 함께 가꾸면서 소통의 공간이 된다. 공동텃밭에서는 감자도 수확하고, 배추도 길러서 김치를 담궈 지역의 어려운 분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

연못에는 물고기가 자라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반긴다. 덕분에 가장 꼭대기인 5층은 단열효과와 기화열 덕분에 보통의 건물보다 여름에는 3℃가 시원하고, 겨울에는 3℃가 따뜻하다. 다만 요즘같이 더울 때 피할 그늘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 하겠다. 이처럼 35동의 옥상은 하류에 홍수피해를 주지 않으므로 하류의 사람이 행복하고, 식량을 생산하니 건물에 있는 사람이 행복하고, 열섬현상을 줄여주니 도시 전체가 행복하다.

35동의 옥상 프로젝트는 물-에너지-식량을 서로 연계하고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일석사조'의 역할로 미래형 물관리 모델로서 최근 국제적인 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최근 공과대학 34동의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34동 건물 옥상은 더욱 효과를 발휘하도록 만들어 보자. 일부 면적은 태양광을 설치하여 에너지를 생산하고, 일부는 꽃밭과 텃밭을 만든다. 태양광 패널에 떨어지는 빗물은 깨끗하므로 별도의 처리 없이 통에 모아서 옥상녹화나 연못에 물을 공급할 수 있다. 태양광 패널의 높이를 보통의 시설보다 1m만 높인다면, 그 밑에 식물을 키우기도 하고, 휴식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특히 태양광 패널 세척 시 빗물을 이용하면 염소가 섞인 수돗물보다 더 효율적이다. 이렇게 하면 물-에너지-식량은 물론 에너지생산, 공간의 효율적 활용, 구성원의 소통 등이 이루어지는 '일석육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34동 옥상이 완성되면 서울시의 물순환 건전화, 푸른도시 만들기, 원전하나 줄이기 등의 정책에도 도움이 되는 모두가 행복한 옥상의 모델이 될 것이다. 물, 빛 그리고 풀을 그대로 활용하여 우리 삶에 도움을 주는 옥상은 미래형 도시의 모델로서 다시 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관악산에 올라가서 서울대에 있는 많은 옥상들을 보자. 그리고 새로운 모델이 적용된 옥상을 상상해 보자. 태양광과 녹화가 적절히 조화된 옥상은 관악산으로 과도한 열에너지를 방출하지 않을뿐더러 조화로운 경관을 창출해 낼 것이다. 또한 건물의 구성원은 물-에너지-식량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고, 구성원들 간 그리고 이웃 간의 소통의 장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태양광-녹화 옥상이 서울시는 물론 전국에 전파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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