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3천억원 '켑코 에너지솔루션' 설립, 사업 본격화
레드오션 ESCO시장서 사업모델 개발…"포식자 될 것" 우려

[이투뉴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이 에너지효율개선사업(ESCO)에 정식 진출한다. 지난달 말 6개 발전자회사와 자본금 3000억원을 모아 계열사로 편입한 켑코 에너지솔루션(KEPCO Energy solution)을 통해서다. 지난 100년간 전기 판매사업자로 단일 업역을 유지해 온 한전이 에너지 컨설팅사업에 첫발을 내딛은 셈이다.

하지만 켑코 에너지솔루션의 주력사업인 ESCO사업은 저(低) 에너지가격을 지향해 온 국내 실정상 지난 20여년간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등 정책자금에 기대 공전을 거듭해 온 분야인데다, 한정된 시장을 놓고 기존 300여개 영세 ESCO사업자와 경쟁이 불가피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켑코 에너지솔루션은 한전이 1500억원, 6개 발전자회사가 250억원씩 모두 150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최근 서울 송파구 전기회관 1개층을 임대해 본사 조직을 꾸리고 있다. CEO는 최인규 전 전력연구원장이며, 한전 및 발전자회사 지원인력이 가세할 예정이다.

켑코 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전문인력 충원을 위해 에너지진단·ESCO사업개발 분야 경력자를 뽑고 있다. 동시에 에너지공단 등 유관기관과 접촉해 새 ESCO 사업모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조직이 정비되는 대로 LED, AMI, 태양광, ESS 중소기업들과 연대해 설비진단·개체 서비스를 통합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 켑코 에너지솔루션(kepco energy solution) ci ⓒ켑코에너지솔루션
주요 검토사업은 ‣아파트·중소기업 고효율 설비 개체 ‣가로등·터널등 LED 교체 ‣노후조명·변압기 교체 등이며, 향후 산업단지나 공공부문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사업개발이 잘 이뤄지지 않던 부문에서 신(新)시장을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 기존 사업모델과 큰 차이는 없다.

한전의 이번 신사업 진출은 ‘자의반 타의반’이다. 앞서 한전은 ‘업(業)의 변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열·석유·가스·신재생·IT를 아우르는 통합에너지 솔루션 사업자로의 변신을 예고해 왔다. 업역간 경계 붕괴, 판매시장 개방에 대응해 이 분야서 내공을 쌓은 뒤 향후 종합에너지 사업자로 거듭난다는 그림을 그려왔다.

이런 가운데 올 초 산업부가 6조4000억원 규모 공기업 신산업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전력분야 10대 프로젝트’로 한전 ESCO사업을 배정했고, 이 계획에 따라 최근 한전 및 발전사 이사회에서 SPC 출자가 일사천리로 결정됐다. 신사업 개발, 영업이익 과잉 누적 부담을 안고 있던 한전 입장에선 자연스런 투자명분이 마련됐다.    

관건은 국내 ESCO시장에서 한전이 애초 목표대로 소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기존 산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다. 일단 시장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낮은 에너지비용으로 ESCO사업이 민간투자를 유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덩치 큰 한전이 뛰어든다고 단시일내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업계는 차별화 전략과 내실이 부족한 상태에서 한전이 의욕을 내비칠수록 기존 영세 사업자들의 시장만 잠식해 그러잖아도 약체인 ESCO시장의 포식자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내 ESCO시장은 낮은 전기요금에 저유가, 부실진단과 저가 출혈경쟁까지 겹쳐 '레드오션'이 된지 오래다. ESCO는 에너지사용자를 대신해 절약시설 등에 투자한 뒤 절감액을 투자비를 회수하는 사업이다.

에너지컨설팅기업 한 CEO는 "한전 사업대상을 보면 투자가 활성화 될 분야가 거의 없는데다 수익회수가 불투명한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기존 ESCO와 차별화 하지 못하면 결국 한전이라는 대기업이 시장의 진공청소기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준비 안된 한전을 투입해 시장을 활성화 한다는 접근보다 우리 에너지절약산업이 왜 지금껏 변변한 대표기업 하나 키우지 못하고 정책자금에만 의존하는 처지가 된 것인지 진지한 반성과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한전의 경우 동남아 등 현 수준에서 진출가능한 지역을 공략하도록 역할을 주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ESCO 업계 역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ESCO협회 고위 관계자는 "켑코 에너지솔루션이 직접 사업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소위 브로커가 프로젝트를 가져오면 기존 전문기업과 윈윈하면서 같이 하겠다는데 과연 사업거리가 얼마나 될 지, 마진도 얼마 안되는 사업에서 서로의 역할이 있을 지 의문"이라며 "모호한 접근이 시장혼란만 부추기지 않을까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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