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난 총괄원가 Gcal당 7만원, 후발주자 10∼20만원으로 큰 격차
열요금만 올려선 소비자이탈 가속…경쟁력 없는 사업자 정리 필수

[이투뉴스] 사상 초유의 지역난방 열요금 고시위반 사태가 빚어지기 일보직전이다. 물론 고시위반으로 인한 개선명령과 과징금 부과 등 정면충돌이 아닌 정부와 사업자 간 협의를 통해 해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더 높고, 또 그래야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사태를 어렵사리 넘긴다 해도 근본 해결책 없이는 언제든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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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분명하다. 한국지역난방공사를 비롯한 소수의 선발사업자와 사업에 참여한지 얼마 안 된 중소사업자 간의 원가경쟁력 차이다. 열이라는 동일한 재화임에도 불구 원가격차가 크다보니 후발주자들은 곳간이 텅 비다 못해 기둥뿌리를 뽑아 겨우 연명하고 있다. 더 이상 뽑을 기둥도 없는 완전자본잠식 사업자도 상당수다. 

◆15만원/Gcal에 생산한 열, 8만원 받고 판다
한국에너지공단과 집단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난의 총괄원가(고정비+변동비)는 Gcal당 7만원 내외로 이달부터 7.34% 내려 사용요금 기준 6만3000원(기본요금 포함하면 7만원 수준)을 받고 있다. 한난 열요금을 준용하는 GS파워와 안산도시개발 역시 총괄원가는 이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빅3는 꾸준하게 이익을 내고 있다. 다만 같은 준용사업자라 하더라도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은 총괄원가가 이보다 더 높아 이익내기가 버겁다.

이 정도면 그래도 버틸 만 한 상황이다. 나머지 30여개 사업자들의 형편은 말이 아니다. 집단에너지업계는 후발사업자 평균 총괄원가는  Gcal당 14만∼15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래엔 인천에너지나 대전열병합, 인천종합에너지, 인천공항에너지 등이 9만∼10만원 안팎으로 좀 나을 뿐 대다수 업체 모두 10만원/Gcal이 훌쩍 넘어간다. 특히 CES(구역전기사업자)를 포함한 신생사업자는 20만원에 근접하거나 이를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민간사업자 대부분이 Gcal당 10만∼20만원에 열을 생산해 8만원(기본+사용요금) 내외로 공급하고 있는 만큼 팔면 팔수록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다. 이는 시장기준사업자인 한난요금대비 최대 110% 이내에서만 열요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한난이 7.34%의 열요금 인하(전체 17%대 인하요인을 분할 적용)를 결정하자 사업자들이 따를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열 생산원가 격차가 이렇게 큰 이유는 사업규모와 선점효과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즉 초기사업자인 한난의 경우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추후 GS파워에 안양·부천 분할매각)라는 대규모 공급지역과 함께 소각열과 발전배열 등 저가열원도 충분히 확보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또 화성과 파주처럼 중대형 규모의 CHP(열병합발전)까지 독자적으로 세우면서 사업지구 전체를 연결해 경쟁력을 높였다.

반면 후발주자 사업권역은 대다수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볼 수 없을 정도로 협소하다. 이를 거점으로 인근지역으로 확대해 나가려 해도 건설경기 악화로 사업대상지가 없거나, 있더라도 해당 지역에 새로운 사업자가 허가를 받는 양상이 반복됐다. 심지어 공급세대가 1만∼2만 세대에 불과한 아일랜드(섬)형 미니사업자도 여럿 있다. 저가열원 확보도 용이치 않은데다 CHP 용량도 적어 가스요금(100MW 미만 도시가스사 공급) 등에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구조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정책지원은 물론 사업자 자구노력 병행돼야
현재와 같은 사업구조를 유지하면서 중소규모 집단에너지사업자의 만성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열요금을 대폭 올려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10∼20% 정도 인상해서는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것이 문제다. 심지어 현재보다 2배를 올려 받아도 적자수렁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사업자도 있다. 지역난방 소비자는 물론 집단에너지사업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해법은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선 정책지원과 자구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데 전문가와 업계 모두 의견이 일치한다. 먼저 정책지원 측면에서는 전력시장 환경변화로 인해 전력생산 원가가 열부문으로 넘어오는 문제(발전배열 포함)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방적 지원이 아닌 분산전원 편익을 제대로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열네트워크 구축 등 사업자 간 열연계에 대한 구체적인 인센티브 제공과 부적절한 가스공급 이원체계 등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사안은 집단에너지사업에 대한 선제적 구조조정이라는 분석도 끊이지 않는다. 많은 전문가들은 썩은 가지를 놔두고는 집단에너지라는 나무를 살릴 수 없다고 말한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생존이 가능한 사업자를 선별해 내야만 정책지원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사업자가 자발적 구조조정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정부의 적절한 개입과 지원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인사는 “흔히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발적 구조조정이 이뤄지려면 한난 기준 열요금을 더 꽉 움켜쥐어 경쟁력 없는 사업자들이 나가떨어지도록 해야 하는데 해당사업의 인수·인계와 공급안정성 문제 등 후속조치를 고려할 때 오히려 말썽이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이상 소규모 아일랜드 사업자에 대한 가지쳐내기를 미룰 수 없는 만큼 인수·합병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획기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근 민간사업자에게 선택권을 먼저 부여한 후 인수희망자가 나서지 않을 경우 한난이 공적기능을 수행, 부실사업자를 수용하는 형태로 진행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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