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본격적인 무더위와 함께 연일 최대 전력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미 지난 11일 기준으로 역대 여름철 피크치(7691만kW)를 경신했고, 혹서기인 내달 중순께 수요는 이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에너지소비의 전기화, 에어컨 등 냉방기기 보급 확대, 기후 변동성 확대가 지금처럼 지속되는 한 동·하계 전력피크 기록은 매년 새 기록을 갈아치우게 될 것이다. 특히 냉난방 수요는 요금에 따른 수요탄력성이 더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렇다보니 일부 언론은 벌써부터 ‘블랙아웃’이나 ‘전력난’이니 호들갑을 떠는 모양새다. 9.15 순환정전의 트라우마는 이처럼 깊다. 아쉬운 것은 여전히 순간 전력피크 때 예비율로 ‘전력이 부족할 수 있다’거나 ‘그래서 발전소를 더 넉넉하게 확보해야 한다’고 선동하는 세력이다. 전력수요 예측의 어려움과 수급정책의 잘잘못을 떠나 지금의 예비율은 누가봐도 비정상이다(공급과잉). 하루중 3~4시간, 연중 4~5주에 불과한 수요피크 구간만 논할 것이 아니라 나머지 21~20시간, 연중 47~48주의 평균수요와 평균예비력을 봐야 한다.

불행하게도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는 현행 전력수요 증가율과 공급력 확충 속도는 재앙 수준에 가깝다. 부작용이 없다면 전기료 대폭 인하 등 특단의 수요진작책이라도 동원해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다. 물론 이런 임시방편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수차례 경험했다. 공급부족-대규모 설비건설-공급과잉-요금인하-수요촉발-공급부족으로 이어지는 오류를 매번 되풀이해 왔지만 그때마다 처방은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다.

전기의 원가가 오르면 오르는대로 떨어지면 떨어지는대로 최종 소매요금에 이를 반영하는 원가연동제를 시행하고, 정치권이나 정부가 요금에 왈가왈부하지 않았다면 온수·냉수를 번갈아 틀어대는 ‘샤워실의 바보’ 신세는 진즉 벗어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력산업은 정치와 정부가 손을 뗄수록 건강해 질 것이란 학계 중진 인사의 고언이 새삼 와 닿는 시절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제 악순환의 고리는 전기소비자인 국민이 직접 나서 끊어내야 한다는 판단이다. 사실상 정부가 권장소비자가격으로 책정해 들이미는 청구서의 가격이 적정한지, 당장 청구하지는 않지만 공기업 부채나 미래세대 몫으로 일단 전가시킨 뒤 훗날 이자까지 붙여 상환을 독촉할 비용은 없는지 눈을 부릅뜨고 살펴볼 일이다. 미세먼지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 사고 위험이 없고 고준위 폐기물도 없는 안전한 전기, 그러면서도 언제든 부족하지 않고 품질도 좋은 전기를 요구하면서 여전히 우리는 값싼 전기를 원하고 있다. 소비자가 변해야 시장과 산업이 변한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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