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해외사업을 성공해서 부럽습니다. 한국도 빨리 이뤄야 하는데, 비결이 뭐죠?”

“비결이라뇨? 우리 60년 걸린 거에요. 연어도 팔고, 곡물도 팔고…팔 수 있는 건 다 팔아보고 망해도 보면서 오늘에 이른 거에요. 쉬워 보였나요?”

한 에너지기업 관계자는 일본 5대 종합상사 중 한 곳인 마루베니 관계자를 만났을 때의 일화를 이렇게 전했다. 단순 무식하게, 꾸준하고 한결같이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쌓은 노하우는 작은 회사를 유통업부터 에너지산업에 이르는 다양한 비즈니스를 펼치는 차세대 성장기업으로 키워냈다.

최근 저유가에 적극적으로 자원개발을 펼치는 일본의 종합상사가 조명되고 있다. 물론 그들이라고 해서 항상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최근 코트라가 발표한 ‘일본 종합상사의 전략변화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최종이익은 전년대비 적게는 400억~500억엔, 많게는 5000억엔 넘게 감소했다. 원인은 자원가격 버블붕괴다. 특히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은 경쟁적으로 자원개발 투자에 올인한 결과 손실이 급증해 사상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지금이 해외자원개발 투자 적기라며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4월 일본정부는 향후 5년간 일본기업의 자원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3조엔 규모의 자금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JOGMEC(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을 통한 출자 및 채무보증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하고 출자지원조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우리는 어떤가. 본격적으로 자원개발에 몸담은 지 겨우 10여년이 됐지만, 사업을 주도했던 공기업은 손발이 다 잘려나가고 살림살이는 물론, 입던 옷까지 벗어 내놓는 알몸 신세가 됐다. 정부는 아직 역량이 부족한 민간 기업으로 급하게 중심 축을 옮기려고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당사자인 민간기업도 환영하지 않는데, 정부가 민간 역할 확대에 목청을 높인다는 점이다. 그 근거 중 하나가 일본의 종합상사다. 일본도 민간 중심으로 성공했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실패를 거듭하며 60년을 버텨 온 인고의 결실을 과연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자원업계에 정통한 한 교수는 일전에 “한국의 근성은 자원개발과 맞지 않는 것 같다. 무조건 빨리하는 게 미덕인, 느리고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건 죄악시하는 ‘빨리빨리’ 근성은 앞으로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어쩌면 처음부터 자원개발에 손을 대지 말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고 털어놨다.

분명 자원개발 추진 과정에서 부실과 낭비는 없어야 한다. 하지만 실패와 부패를 구분짓지 않고 싸잡아 공격하는 태도는 훗날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내리 꽂힐 것이다. 부패에는 냉정하되, 실패는 용인할 줄 아는 인내와 관용이 요구된다. 거기에는 시간의 흐름도 포함된다. 우리는 고작 10년을 보냈을 뿐이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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