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강희찬] 최근 여러 매스컴을 통해 (초)미세먼지에 관한 뉴스를 자주 접하곤 한다. 연일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으로 보도되면서, 정말 이런 환경 속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고 야외활동을 해야 하는지 답답하기까지 하다. 좀 엉뚱하지만 기후변화 문제를 주로 연구하는 필자로서는 초미세먼지 이야기는 내심 반갑기까지 하다. 이유인 즉, 화력발전소나 내연자동차가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해 기후변화를 유발한다고 열심히 주장해도 국민들 반응은 시큰둥하지만 이게 (초)미세먼지를 배출해 천식, 기관지염, 알레르기성 비염 등을 유발한다고 하자 국민들이 큰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몇몇 관심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초)미세먼지의 주범이 누구인지 찾아보고, 중국발 (초)미세먼지냐, SUV 등 중대형 경유차냐, 석탄화력발전소냐를 두고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사실 (초)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증폭되고 이동하는 경로는 상당히 복잡한 변수와 조건에 의존하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손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선택에 포함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문제를 실제 생활가운데 건강이나 경제적 손실로 느끼지 못하고 이들 (초)미세먼지만 우리의 건강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이나 경제적 손실은 초미세먼지와 같은 지역 오염물질에 비해 훨씬 더 크게 나타난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은 장기에 걸쳐 나타나고, 미치는 영향과 범위가 일정하지 않고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어 마치 우리 주변에 실제 나타난다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어떤 위협요인이 사람들에게 인지되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경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매스컴, 책 등을 통한 정보의 전달, SNS 등 주변 사람들과의 정보교환, 경제적인 인센티브 등이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초미세먼지에 대한 폭발적 관심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개인에게 직접적인 피해위협 ‘경험’이야말로 인식제고에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개인의 피해가 실질적 위협으로 다가오자 이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이를 주변사람들과 공유하며 종국에는 정치적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최근 전기차가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고, 2018년 이후부터는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평가받게 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동차 배출가스로 인한 건강상의 위협은 소비자의 자동차 선택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아직은 높은 전기차의 구입비용과 충전인프라 부족에 대해, 보조금 등을 통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정부가 특별히 나서지 않아도 소비자들은 전기차의 구매와 이용에 관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 그 파급효과는 향후에도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유발된 건강상의 위협은 국민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염 감소장치 부착 등에 관한 발전사업자 설명의 타당성과 논리성을 떠나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소가 유발하는 건강상의 위협이 감지된 이상,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추가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향후 전력 소비량을 바탕으로, 전력공급량과 그 원료 구성(전력믹스)을 결정했다면, 이제는 이를 전력소비자의 선호를 감안하여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결정되어야 한다.  앞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로  20기 더 건설한다는 계획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목표인지 국민들도 조금씩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미세먼지가 불러온 대기오염 및 건강상의 위협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인해 전기차가 확대되고, 석탄화력발전소가 무분별하게 건설되는 것에 제동이 걸리면, 간접적으로나마 온실가스 배출량도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은 더 크고, 지금보다 미래세대를 더 힘들게 할 것이지만 이 위협을 알리고 공감하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다. 초미세먼지 문제는 어찌 보면 우리의 노력만 있으면 개선효과를 금세 확인할 수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소를 통한 기후변화 문제 해결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우리만 노력해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에 더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더 많은 고민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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