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위 규모 GS영양풍력발전소를 가다
세계 최대규모 50.4MW급 ESS설비 구축

▲gs 영양풍력발전단지 전경

[이투뉴스] 영양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비가 내렸다. 가로등마다 이 고장의 특산물인 고추가 지역의 상징물로 달려있다.

버스터미널에서 영양읍 무창리 방향으로 삼십분 가량 가니 차창 밖으로 산등성이에 내려앉은 안개 속에서 천천히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의 하얀 블레이드(날개)가 보였다. 서울에서 4시간 가량 걸리는 이곳은 첩첩산중으로 ‘육지 속의 섬’으로 부를 수 있을 만큼 사람들과 떨어져 있다.

영양이 청록파시인 조지훈과 소설가 이문열씨의 고향이자, 유독 사찰과 교회 등 종교시설이 많다는 택시기사님의 설명을 듣다보니 곧 관음정사라는 사찰을 뜻하는 푯말 뒤로 풍력발전기의 우람한 덩치와 마주할 수 있었다. 

안개 속에 머리를 감춘 풍력발전기의 하얀 블레이드가 회전하며 숨바꼭질마냥 숨었다 보이기를 반복했다.

2014년 6월 착공해 지난해 9월 상업운전을 개시한 영양풍력발전소에는 풍력발전기가 모두 18기 세워져있다. 풍력발전기는 3.3MW 터빈(베스타스 V112모델)과 타워(84m), 블레이드(55m)로 구성돼있다. 전체 설비용량은 59.4MW로 국내에선 강원풍력(98MW)과 영양 제1풍력(맥쿼리PE 운영, 61.5MW)에 이어 세 번째 규모를 자랑한다.

영양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는데 소요된 비용은 약 2000억원 가량이다. 연간 발전량은 134GWh로 연 매출액은 전력시장가격(SMP)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합쳐 약 240억원 수준이다. 매출구성은 SMP와 REC가 4대 6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본래 SMP의 비중이 높았으나 최근 가격하락과 REC가중치가 높은 ESS의 대규모 설치로 REC의 비중이 더 커졌다는 GS E&R관계자의 설명이다.

변전소를 겸하고 있는 단지 내 사무실에는 3명의 직원이 상주해있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풍속이나 전력생산량 등 다양한 정보를 모니터를 통해 상세히 보여주는 스카다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스카다 시스템을 통해 단지에 세워진 전체 풍력발전기의 상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사무실 한 구석에는 직원 수만큼 하얀 안전모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바로 옆 사무실에는 단지 내 풍력발전터빈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베스타스 직원 4명이 상주해있다. 이외에도 영양 현지사무실에 엔지니어 8명, 서울사무실에 지원인력 5명이 일하고 있다. 단순 업무 외에 항시 영양 지역민을 만나 소통하는 대외업무도 맡고 있었다.

사무실 옆으로는 파란 지붕을 얹은 세계 최대 규모의 풍력연계 전력저장장치(ESS)가 눈에 띈다. ESS의 설비용량은 50.4MW로 LG화학이 EPC를 맡았다. 지난 1월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 영양풍력발전소 변전소에서 현장직원이 스카다시스템을 통해 단지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GS E&R관계자에게 세계 최대 ESS설비를 구축한 까닭을 물었다. 이 관계자는 향후 기후변화대응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이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전력계통안정을 위해 ESS가 필요하다는 회사에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5.0수준의 높은 REC가중치가 부여되는 만큼 국가적인 장려나 경제성도 중요한 이유라고 꼽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ESS 설치에는 과거 LG그룹에 속해있던 양사의 전략적 판단과 협력이 주효했다. LG화학은 자동차배터리 이외에 풍력발전과 연계할 수 있는 새로운 ESS제품을 설치해 트랙레코드를 획득할 수 있는 시장이 절실했고, GS E&R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유지보수를 비롯해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공급해주는 파트너가 필요했다. 양사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세계 최대 규모의 ESS설치가 가능했다.

풍력발전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로 옮겼지만 아쉽게도 안개가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언덕 한쪽에는 지역민이 정성스럽게 가꾸고 있는 배추밭이 펼쳐져있다. 본래 풍력발전단지 안에 부지는 GS E&R의 소유이나 지역민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회사는 지역민을 위해 장학금 지원을 비롯해 가뭄이 들 경우 살수차를 지원하고, 가정의 달 연례행사를 비롯해 영양김치축제, 고추축제 등 지역지원을 하고 있었다.

지난 1월에 영양군과는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의미하는 CSR사업에 대합 협약을 체결했다. GS E&R은 이 같은 대외업무를 통해 풍력발전사업에 대한 지역민들의 인식이 꾸준히 개선되길 바라고 있었다. 진흙으로 변한 단지 도로를 따라 수개의 풍력발전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조금씩 비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 위진 gs e&r 풍력사업실 실장
◆[인터뷰] 위진 GS E&R  풍력사업실 실장

"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낮은 국민인식 개선이 절실합니다"

2010년부터 영양풍력발전단지 개발업무를 담당한 위진 실장은 발전소 준공까지 풍력발전에 대한 낮은 국민적 인식이 가장 큰 난제였다고 토로했다.

기후변화대응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국가적으로 시급한 문제인 만큼 재생에너지 보급이 중요하나, 미흡한 홍보로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가 낮아 주민수용성 저하를 야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통해 보조를 하는 만큼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있으나, 민간을 상대하는 일선 지자체나 산림청, 환경청의 입장이 중앙부처와 다르다고 밝혔다.

위진 실장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개념을 정립한 선진국들은 상대적으로 국민의 반대도 적은 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이 과거 겪었던 과오들을 하나씩 밟아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령 저주파의 경우 진동형 소음으로 자동차 운전 등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노출되고 있으나 국내에선 유독 풍력발전기에서 나오는 저주파가 문제가 되고 있다. 위 실장은 유럽에선 이미 풍력발전기에서 발생하는 저주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대중화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에선 저주파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이 낮은 만큼 반대도 많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대중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일부 환경단체에 한해 풍력발전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중적이라는 점도 꼬집었다. 예로 원자력발전을 반대하는 자리에선 재생에너지 보급을 외치지만, 실제 풍력발전단지를 세우는 곳에선 환경을 해친다며 지역민과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사안을 두고 이중 잣대가 존재하는 것.

대기업이 떼돈을 벌고 있다는 선입견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양풍력발전만 따져도 약 2000억원 이상 투자비가 소요됐으나 순수익이 아닌 매출이 연간 200억원 수준으로 회수기간이 최소 10년 이상인 만큼 많은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은 아니라는 설명. 오히려 회사가 석탄발전사업을 하는만큼 RPS 공급의무사로서 재생에너지보급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는 시각이 더 맞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결국 가장 중요한 점은 지역민과 원활한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풍력발전기가 세워지는 곳은 통상 산간 오지로 지역민 입장에선 평상시 발생하지 않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요구가 많은 편이다. 수용할 수 있는 요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요구도 있다. 결국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며 서로 접점을 찾는 일에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풍력발전사업을 비롯해 재생에너지사업은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을 추구하는 국가정책에 순응하는 사업으로 GS E&R에서도 점차 확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위진 실장은 “현재 풍력발전사업은 인적네트워크가 구축된 영양지역 등 기존 사업부지를 중심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원하는 다른 사업자와 협력도 내부 심사 등을 거쳐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상북도 영양읍 무창리=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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