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블로우 튜브 'CK인젝터' 상용화 강소기업 CK월드
고비용 필터수명 2~3배 늘리고 에너지비용도 절감 실현

▲ ck월드 남일동 부사장이 국내 최초로 구축한 백필터 테스트타워 앞에서 ck 인젝터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투뉴스] 석탄화력발전소는 전력생산을 위한 연료 연소과정에 미세먼지(PM)나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2) 등의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이 때문에 사업자들은 탈질, 탈황, 집진기 등 다양한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운영하며 까다로운 환경규제를 준수하고 있다.

이중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역할을 맡은 설비가 바로 집진기다. 발전소 미세먼지의 99% 이상을 이 설비가 걸러준다. 집진기는 크게 전극을 이용해 먼지입자를 포집하는 전기집진기와 필터(Bag. 백)로 분진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백필터집진기로 나뉜다.

발전소의 경우 전기집진기 후단에 백필터집진기를 설치해 미세먼지 배출량을 극소화 하고 있다. 특히 백필터집진기는 전기집진기 대비 초기 설비비가 저렴하고 효율이 높아 제철, 시멘트, 소각로, 화학,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경북 성주군 성주일반산업단지에 사업장을 둔 CK월드(대표 조광섭)는 백필터집진기내 필터 내부로 압축공기를 불어넣어 주는 특수 블로우 튜브(Blow Tube)를 전문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2006년 백필터 탈진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CK 인젝터(CK Injector)'를 개발해 한·중·일 3개국에 특허를 냈다. 백필터의 고질적 문제인 눈막힘 현상을 해결, 작지만 독보적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중순 방문한 CK월드 성주 본사 및 CK 인젝터 생산공장. 사무실 입구 차양에 사명(社名) 대신 내붙은 “분진 없는 세상을 위하여”란 커다란 표어가 눈에 띈다. 공장 한 켠엔 지난해 설치한 망루 모양의 17m 높이 탈진성능 테스트타워가 우뚝 솟아 있다. 표어는 이 기업의 최종 사업목표를, 테스트타워는 이 기업의 부단한 기술혁신 노력을 각각 의미한다. 사명 첫 머리 CK는 'Clean Korea'의 이니셜이다.

▲ 성주 일반산업단지내 ck월드 본사 및 생산공장

“모양은 흉내낼 수 있겠지만 CK인젝터만의 성능을 따라잡긴 어려울 겁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엄청난 노하우와 기술력이 녹아 있죠.” 남일동 CK월드 부사장이 도넛 형태의 자사 인젝터를 들어보이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CK인젝터는 컴프레서의 압축공기를 백필터 상부에서 순간적으로 쏘아내려 기다란 주머니 모양의 백(필터) 내외부에 달라붙은 먼지가 집진기 사일로 하부로 원활히 수집될 수 있도록 해주는 기기다. 

파이프 형태인 기존 벤투리(Venturi) 타입 대비 2~3배 빠른 속도와 풍부한 양의 압축공기를 백 내부로 유입시켜 필터 막힘현상을 크게 감소시킨다.

CK월드에 따르면, 도넛처럼 중앙부가 뚫린 독특한 외형은 컴프레서의 압축공기가 밸브 여닫힘을 통해 순간적으로 공급될 때 주변 공기를 끌어들여 강하고 많은 양이 백필터로 유입될 수 있게 해준다. 기류가 곡면을 따라 빨려들어가 압력과 도달거리가 길어지는 '코안다 효과(Coanda effect)'에 착안해 개발했다.  

▲ ck인젝트 구동 원리.

이런 특성에 따라 CK인젝터는 백필터의 기본적인 성능향상은 물론 압축공기 생산과정의 에너지소비도 줄여준다. 기존보다 풍량과 여과속도가 각각 30% 증가하고 필터차압이 20~50% 줄다보니 전체 탈진효율은 50%가량 상승한다. 또 걸핏하면 막혀 교체가 불가피했던 필터의 수명이 2~3배 늘어나고 압축공기를 40~50% 적게 쓰다보니 그만큼 컴프레서 전력비용이 절감된다.

특히 이 기기는 공기분사량과 속도가 동시에 증가해 최대 12m 길이 필터도 탈진이 가능하다. 공간제약과 건설비 절감을 위해 집진기와 필터 길이를 늘리는 최근 추세에도 부합한다.

남 부사장은 “필터재질과 집진기 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교체 때마다 수억원씩 고정 투입되는 필터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집진을 장기간 원활하게 유지시켜 전체적인 생산성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며 “집진기를 직접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모든 혜택이 돌아가는 혁신기술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CK 인젝터의 탁월한 성능은 업계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있다. 포스코는 2013년 고로 용량을 30% 증설하면서 기존 블로우 튜브를 이 기기로 전환, 별도로 백하우스(집진기)를 증설하지 않고도 집진공정 효율을 높였다. 또 세아철강은 CK인젝터의 특성을 살린 장척필터 전기로집진기로 설비공간과 비용절감을 실현했다. OCI나 LG화학은 아예 백필터 제작 사양서에 'CK인젝터 타입만 가능하다'는 단서를 붙이고 있다.

CK월드가 지금까지 제품을 납품한 기업은 이들 기업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농협사료공장, 동서식품, 동부메탈, STX조선, 동양시멘트, 쌍용양회, KCC, LG생활건강, 금호석유화학, 삼성토탈, SK에너지, 지자체 등 300여개사에 달한다. 일본 덴카화학, 신일본제철, 도요타계열사 등도 CK인젝터를 선택했다. 집진기 전문기업인 제이텍이 서천화력에 첫 적용한 하이브리드 집진시스템도 CK월드 인젝터를 썼다.

(사진위) 기존 벤투리 타입 펄스젯 (사진아래) ck 인젝터 적용 블로우 튜브

남 부사장은 "한번이라도 스마트폰을 써 본 사람은 다시 폴더폰을 사용하기 어렵 듯, 한번 CK 인젝터의 성능과 비용절감 효과를 확인한 사업장은 다시 과거 방식을 쓸 수 없는 게 이 제품의 매력"이라며 "집진기 성능개선 공사는 물론 새 집진기 제작·설계에 이 기술이 표준화 되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기술을 개발했다고 판로가 탄탄대로인 것은 아니다. 규모가 영세한 집진기 업계는 기술보다 가격경쟁에 혈안이 돼 원가절감이 주요 관심사다. 블로우 튜브 등 탈진기기가 집진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10%에 불과한데도 단가경쟁만 쫒다보니 이런 신기술 적용에 미온적이다. 필터수명이 연장되면 그만큼 매출이 감소하는 필터공급사나 유통사의 시선도 곱지 않다.

도위양 CK월드 전무는 "성능으로 집진기를 평가·선택해야 이후 운영경비가 크게 절감되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환경설비를 투자부담으로만 인식하다보니 조금이라도 단가가 저렴한 설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지금까지 아무도 이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에 나서지 않은 것"이라며 "탈진이 중요한 공정인 시멘트업계나 식품업계가 왜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개선 전(왼쪽)·후(오른쪽) 필터 내부. ck인젝터 가동 5분만에 눈막힘 현상이 개선됐다.

CK월드는 지난해 성주 본사 유휴공간에 환경산업기술원과 공동으로 최대 12m까지 장척필터 탈진성능 테스크가 가능한 CK 테스트타워를 건립했다. 집진기와 필터 길이가 점차 길어지는 시장 추세에 맞춰 CK인젝터 및 기존 블로우 튜브의 성능을 실증하고 탈진성능을 현재보다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국내기업이 집진기 백필터와 관련 기기 종합테스트 설비를 구축한 것은 처음이다.

남일동 부사장은 "결국 집진기를 전체 공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설비로 보느냐, 단순 폐기물처리 시설로 보느냐 관점의 차이에 따라 집진설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사용자가 앞장서 혁신기술 적용을 유도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 전무는 신기술인증 등 적용근거를 우선 요구하는 발전사들의 관행에 대해 "민간기업처럼 명분보다 실제 효율향상과 성능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비용과 시간이 장기간 소요되는 인증이 도리어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성주=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ck월드 ck 인젝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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