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업체가 비상식적 규모의 풍력발전부지 독식
풍황계측기 설치업체에 부지 우선권 부여 필요

[이투뉴스] 허술한 전기위원회의 발전사업허가 규정으로 비상식적인 규모의 풍력 발전사업허가가 속속 승인되면서 관련 업계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등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업체가 관련 규정의 틈새를 뚫고 시 단위를 아우르는 크기의 발전사업허가를 승인받으면서 기존 해당 부지에서 사업을 진행했던 업체와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업체들이 관련 부지를 독식하면서 향후 풍력발전사업을 진행하는 다른 사업자의 부지 확보를 제한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최근 전기위원회가 발전사업허가와 관련해 심의한 내용을 담은 회의록 및 관련 자료를 보면 세 업체가 강원도 고성군과 삼척시, 태백시에서 각각 333MW, 285MW, 165MW 의 대단위 풍력발전사업 허가가 승인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한 업체가 100MW가 넘는 단지를 조성한 사례는 아직까지 전무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척의 경우 285MW규모의 발전단지 조성을 위해선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자연도 1등급지 등 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부지까지 포함해야 한다. 이미 해당 업체들이 현실성 없는 사업을 전기위원회에 제출했다는 뜻. 나머지도 지역 내 산간 전체를 풍력단지로 삼는만큼 실제 환경성 검토나 풍황자원 측면에서 불가능한 요소가 많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존에 사업을 추진했던 업체와 부지가 중첩된 만큼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이미 부지에서 사업을 추진하던 업체는 황당하다는 입장. 우리나라처럼 바람이 불규칙한 지역에선 풍력발전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최소 1년간 풍황계측기를 설치해 풍황자원을 확인해야 한다.

또 난류나 단지설계 등 기술적 검토도 이뤄져야 하고, 지자체나 지역민 간 협의도 빼놓을 수 없다. 어느 정도 단계를 밟아 윤곽이 보여야 전기위원회에 발전사업허가를 신청하는 게 통상의 절차였다.

하지만 실제 풍력발전사업을 추진하려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준비가 확인되지 않은 사업자들이 전기위원회에서 사업허가를 받으면서 우선권을 주장하자,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상황에 놓여 가슴을 쓸어내렸다.

업계에선 이 업체들이 해당부지에 대한 선점효과를 거두기 위해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발전사업을 진행하려는 다른 업체들과 협상을 통해 우선권을 통해 지분을 요구하거나 다른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보라고 비난한다.

무엇보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전기위원회의 발전사업허가 규정이 부실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풍황자원이나 환경성 검토 등 풍력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담기지 않은 규정으로 서류만 제출하면 승인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실제 사업을 진행하려는 사업자와 그렇지 않은 사업자 중 옥석을 가려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문제발생 직후 전기위원회는 지난달 11일 중첩지역에 대해 풍황계측기를 우선 설치한 업체에게 부지에 대한 우선권을 주고 있다. 하지만 중첩되지 않은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규정이 없어 관련 규정이 보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체 한 임원은 “우스개 소리로 다른 업체와 중첩되지 않은 부지를 제외하고 한반도 전체에 대해 발전사업허가를 내도 법적으로 승인받는데 문제가 없다”며 “발전사업허가를 받으면 최소 4~5년간 사업준비기간이 주어지므로 해당 부지에 실제 사업을 하려는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여지는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첩된 부지를 제외한 일반 부지에서도 일정기간 풍황계측기를 설치한 업체에게 우선권을 줄 필요가 있다”며 “시일이 급한 만큼 제도 보완을 위해 관련 기관의 발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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