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최근 서울 모처에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성과 발표회가 열렸다.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신산업, 화석에너지 등 에너지원과 정부 정책에 대한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향후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정부를 비롯해 산·학·연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 하며 현안을 주고 받는 등 분위기도 활기찼다. 준비한 자료집이 진즉 동이 날 정도로 행사는 성황이었다. 숱한 연구기관이 있지만 특히나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에너지에 관한 연구에서 공신력을 갖고 있으며,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날 오후 세션인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한 석유·가스산업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에 특별히 관심이 갔다. 주제발표중 눈길을 끌었던 것은 자원개발 민간투자 활성화 정책. 해당 주제를 발표한 연구위원은 민간기업의 자원개발사업이 활발한 일본의 사례를 비교분석하고, 올해 전액 삭감된 성공불융자제도의 효과를 역설했다. 위축된 업계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충분히 다룰 가치가 있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평가다.

하지만 발표 내용 중 쉽게 공감이 가지 않던 부분도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대형기업 중심으로 편중돼 있는 성공불융자 지원을 중소형 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부분 등이 그렇다.  그동안 업계는 자원개발 탐사사업이 리스크가 크고 성공률이 낮아 어쩔 수 없이 대형기업 위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정설처럼 받아 들였다.

발표가 끝나고 주제발표자와 이 부문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공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작은 사업 위주로 추진하면서 중소기업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논지다. 하지만 그건 이론일 뿐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빡빡한 다음 일정 때문에 연구위원이 자리를 떠나면서 더 진전된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이후 이 사안을 놓고 업계 여러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눴으나 대부분 공감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구위원이 실증분석으로 얻은 결과와 그가 말한 대책은 방향이 맞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에경연의 보고서가 이같은 평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에경연 보고서를 토대로 전략비축유에 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보고서에는 ‘우리나라 정부가 제3차 석유비축계획에 따라 석유를 비축해야 하므로 저유가 수준을 반영해야 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공신력있는 연구기관의 보고서인 만큼 기자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해당 부분을 기사에 인용했다.

이후 석유비축사업을 운영하는 한국석유공사로부터 “3차 계획은 얼마 전 종료됐고, 현재 4차 계획이 진행 중”이라며 “이 내용을 어디서 들었느냐?”는 질문을 듣고 당혹감을 느낀 경험이 있다. 팩트를 확인한 후 해당 문장은 결국 기사에서 삭제됐다.

물론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위원들도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에경연이 공식 발표하는 보고서는 연구위원 개인뿐만 아니라 해당 연구기관 전체의 신뢰성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에너지분야는 나름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지닌 만큼 이들이 내놓는 연구결과가 지니는 의미와 파급력은 상당하다. 좀 더 깊이 있고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는 이유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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