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과 정부 인센티브 삭감으로 타격

[이투뉴스] 한때 재생에너지 업계의 총아로 부상했던 스페인 다국적 재생에너지 기업 아벤고아(Abengoa)가 스페인 역사상 최대 파산에 직면하면서 예상치 못한 최후를 맞이하고 있다.

불과 6년 전만해도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찬사를 얻을 정도로 급격한 성장세에 있었다. 미국 아리조나 주에서 세계 최대 태양열 발전소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청정에너지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발표하면서 이 스페인 회사의 최신 태양광 기술이 수천 또는 수만 가정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고 지역 고용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칭송했다. 그는 "외국계 기업이 미국에 진출해 공장을 세우고 미국내 일자리를 창출한 것은 매우 좋은 뉴스"라고 강조했다.

곧바로 아벤고아는 아리조나 주와 캘리포니아 주에 공장 2곳을 세우고 16만 이상의 가정집에 전기를 공급했다. 태양열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손꼽힌 이 회사는 알제리부터 라틴 아메리카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시켰다.

이 회사가 바이오연료와 태양열 발전 분야의 글로벌 리더라는 별칭을 얻었을 때 회사는 2억700만유로의 순익과 55억유로 규모의 연 매출액을 발표했다.

그러나 아벤고아의 무리한 사업 확장은 최근 불거진 문제의 화근이 됐다. 회사는 현재 스페인 역사상 가장 큰 파산을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회사의 손실이 급증하고 경제적 지원이 사라지면서 채권자들과 주주들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지난해 12월 UN 기후협약에서 약속한 야심찬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여러 나라들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꾀하면서 청정에너지는 미래 핵심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재생에너지 기술이 단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적으로 지속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뉴욕타임즈>는 아벤고아의 사례와 함께 보도했다. 특히 국제유가 하락과 정부 인센티브 삭감은 재생에너지 업계에 큰 타격이 되고 있다.

거대 영국 전력사인 SSE는 정부가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하자 풍력발전소 건설을 재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라시티와 다른 미국 재생에너지 회사들은 네바다 주가 지붕형 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철수한 이후부터 네바다 주를 떠나고 있다.

아벤고아의 경우 미국 정부의 대출 보장제도에서 2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스페인 정부의 보조금 혜택도 받았다. 그러나 태양열 사업들은 이익을 내는데까지 속도가 너무 더뎠으며, 그 사이 미미한 수준의 수익을 내서 현금 압박을 극대화시켰다.

1941년 스페인 세빌에서 다섯명의 엔지니어에 의해 세워진 아벤고아는 회사 초기 전력 미터기를 만들었다. 이 미터기는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발전소와 건물의 전기 시스템에 보조 패널을 설치하면서 이윤을 내기 시작했다.

1960년 이 회사는 아르헨티나에서 송전선을 세우는 등 중앙,남 아메리카 등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재생에너지로 사업을 확대시켰다. 아벤고아는 200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업용 태양열발전소를 산루카르 라 마요르에 세웠다. 

아벤고아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태양열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5GW 중 25%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한때 아벤고아의 주가는 주당 7.39유로로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으나 지난해 11월 파산이 진행되면서 주가는 40유로 센트까지 추락했다. 현재 주가는 71유로 센트다.

최근 아벤고아는 103억달러 채무 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생명줄 찾기에 나섰다. 재생에너지 전문가인 자비어 그라시아 브레바 N2E 회장은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기술) 노하우가 외국인의 손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회사는 미국 내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벤고아는 아리조나 주 태양열 발전소 두 곳을 운영하는 아틀란티카 일드의 지분 42%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발전소들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고 수 년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곳의 사업들은 부분적으로 정부의 보조금과 세금 공제로 6억500만달러의 재정 지원을 받았다. '굳 잡 퍼스트' 연구센터에 따르면, 아벤고아는 미국으로부터 대출 보장 프로그램을 통해 29억달러를 받았다.

에너지 기 연구소는 "아벤고아 솔라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야만 했던 것은 어떤 대출기관도 회사가 가지고 있는 리스크를 알고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비평단체인 이 연구소는 2011년 정유 산업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은 바 있다.

아벤고아는 미 연방 정부의 보증 대출금 10억달러를 대부분 상환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아벤고아는 자금 필요성을 과소평가해 투자자들을 호도했다는 이유로 미국과 스페인의 주주들과 채권자들에 의해 제소를 당했다.

한편, 스페인에서는 아벤고아 등 다른 청정에너지 제조사들이 의존해왔던 정부의 재정 지원은 대부분 사라졌다. 특히 청정에너지를 소비자에게 보장 가격으로 장기 계약을 맺은 회사들이 보조금 삭감 피해를 가장 많이 봤다.

아벤고아는 지난해 13억달러의 손실을 봤으며 지난달 직원들에게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도 못했다.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산업에 명암을 던지고 있는 아벤고아 사태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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