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구 미래에너지자원연구소 부회장

강천구
미래에너지자원연구소 부회장
[이투뉴스 칼럼 / 강천구] 70년대 중반 오일쇼크로 국가경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 오히려 중동의 오일머니를 우리가 벌어야 한다고 중동건설에 나섰던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은 일반인의 생각을 뛰어 넘는 발상을 했고 실천에 옮겨 큰 성공을 했다. 해외에서는 호주 최대 철광산인 로이힐을 소유하고 있는 라인 하트회장이 지난해 11월부터 로이힐 철광산개발을 시작했다. 탐사에서 개발까지 20년가량 걸릴 프로젝트이고 투자비만 110억달러(약12조5000억원)가 들어가는 대형 사업이다. 라인하트 회장(61세)은 호주 최고 갑부인 랭 핸콕 핸콕프로스펙팅 창업주의 외동딸이다.

랭 핸콕은 로이힐광산을 비롯해 BHP빌리턴, 리오틴토의 광산이 있는 호주 필바라지역 철광석 광산을 찾아낸 인물이다. 로이힐 광산은 올해부터 본격개발을 시작해 내년부터 연간 5500만톤의 철광석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세계 생산량(약19억톤)의 2.9%수준이다.

철광석 값이 급락한 상황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그러나 라인 히트회장은 낙관하고 있다. 그는 “1992년 로이힐 투자를 결정했을 때도 다들 반대했다”며 “철광석 값이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로이힐 프로젝트에 포스코는 지분 12.5%를 갖고 있는 3대주주이고 생산량의 일부를 사주기로 한 고객이다. 포스코는 로이힐 12.5%를 1조5000억원가량 투자했고 앞으로 싼 값에 철광석을 공급받게 된다. 또 로이힐 광산개발을 위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347km길이의 철도와 인근 수출 창구인 헤드랜드 항만건설을 수주해 최근에 완공했다. 지금 중국과 일본이 저유가 저광물가격 기회를 활용해 해외자원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인 페트로차이나는 최근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의 페루법인을 인수했다. 또 중국해양석유는 러시아기업 루코일로부터 카자흐스탄 유전지분을 매입했다. 일본의 미쓰이물산은 지난해 모잠비크 모아티제 탄광 지분15%를 취득했고 이토추상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니켈광산개발사업에 참여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정부기업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관(JOGMEC)은 일본 민간기업이 추진하는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에 앞으로 5년간 20억달러(약2조2658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 일본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해외자원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지속적인 자원가격 하락이 큰 이유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에 들어간 기업들이 가장 먼저 정리한 사업 중 하나가 자원개발이었다. 국내기업들이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처분한 해외광구가 26개에 달했다. 호주 캐나다 러시아 등 자원부국에 있던 알짜광구와 광산들이 이때 매각됐다. 캐나다 시카레이크 우라늄광산은 외환위기 때 저가에 급매된 대표적인 광산이다. 1980년대초 한국전력은 외환위기가 닥치자 이 광산 지분을 캐나다 카메코사에 팔아 벌렸다. 당시 대한광업진흥공사(현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이 광산에 대한 지분인수를 추진했으나 기존 참여사가 선매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 광산은 2011년부터 연간 8000톤의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원유와 광물가격 폭락이라는 돌발 변수가 오늘의 해외자원개발 부실로 돌변했다. 지금은 해외자원개발이 여러 비판을 받고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기업들이 쌓아온 투자경험은 독자적인 자원개발 비즈니스를 추진하는데 소중한 자산이다. 이를 기반으로 다시 자원개발에 나서야 한다.

우리정부가 해외자원개발을 정책 우선순위에서 내려놓은 이유 중 하나는 현재의 원유와 광물가격 하락이 한몫했다. 그러나 이는 근시안적 상황 판단이다. 자원확보는 단순 자원수입과 개발참여 등 단기·장기적 포트폴리오를 꾸려야 한다. 또 원유와 광물가격 하락이 지속될 시기부터 투자는 최적기이다. 최소한 5년 이상 투자가 계속 돼야하는 자원개발 특성을 고려할 때 더 늦기 전에 해외자원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지금처럼 민간기업이 나서지 않을 때 공기업을 첨병으로 내세워 다시 뛰게 해야 한다.

자원개발정책은 정부의 의지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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