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휘발유와 경유 등에 붙어 있는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유류세 인하 주장의 핵심은 순수한 기름값보다 세금이 더 많은 가분수형 가격체제라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국제 유가가 아무리 내려도 국내 휘발유와 경유값은 일정 한도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유류세를 내려서 소비를 증진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우리는 결론부터 말해서 이같은 유류세 인하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우선 유류세가 왜 휘발유과 경유에 붙어 있는지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류세는 휘발유와 경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세금형태로서 환수하는 시스템이다. 즉 유류를 사용할 경우 생기는 환경오염과 건강의 유해성, 교통혼잡을 유발함으로써 생기는 사회간접자본의 수요 증가 등에 대비해서 만든 세금이다.

세계 각국은 이처럼 석유 소비를 가능한 한 줄이기 위해 유류세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유독스럽게 과도한 세금을 매기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어떤 의미에서 유류세를 더 매김으로써 유류소비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인구는 5000만명을 넘어서는 대규모로서 국토면적은 협소하기 짝이 없다. 더욱이 기름 한방울 나는 않는 국가로서 유류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유류세 체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또한 석유류의 사용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데다 석유류가 지금은 비록 턱없이 낮은 저유가 상황이지만 근본적으로 유한한 자원이다. 그렇다면 유한한 자원을 없애는데 기여할 유류세의 인하보다는 유류세를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환경오염을 조금이라도 더 막고 대체 에너지 개발을 촉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의 유류세는 선진국 단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서 낮을 뿐 아니라 그렇게 높은 수준도 아니다. 한국석유공사가 내놓은 ‘휘발유와 경유의 세금체계’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유류세액은 리터당 881원으로 OECD 32개 회원국 중 19위에 머무르고 있다. 유류세가 가장 비싼 나라는 네덜란드로 원화환산 세액이 1273원이며 영국과 터키가 1262원으로 공동 2위다.

유류세를 내리지 않았어도 근년의 저유가로 벌써 우리나라의 휘발유와 경유 소비는 현저히 늘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 휘발유소비는 7656만배럴로 전년보다 4.2%, 경유는 1억5635만배럴을 소비해 7.9% 각각 늘었다. 이는 곧 유류세를 내리면 휘발유 및 경유 소비는 더욱 늘어날 것임을 예고해주는 지표다.

유류세 인하는 이와 함께 고소득층에게 유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자동차를 보유하더라도 경차를 사용하거나 운행빈도가 낮은 빈곤층과 서민층의 경우에는 유류세 인하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고급 대형 승용차를 소유하거나 운행이 많은 계층에게는 더 많은 도움이 돌아가게 된다. 이밖에도 에너지원간 소비 패턴이 달라질 수도 있어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흔들 소지도 있다. 우선 앞에 보이는 조그만 이익을 위해 유류세를 인하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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