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인 43% “다시 태어나면 기술인의 길 걷지 않겠다”

지난 2년간 우리사회의 기술 경시풍조가 사라지지 않고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지난 18일부터 2주간 기계, 화공, 전기 등 12개 분야에서 활동 중인 국내 전문기술인(명장, 기술사 등) 250에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국내 전문기술인의 77.2%가 “우리사회의 기술 경시풍조를 체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 관계자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유교적 직업관’이나 ‘기초기술에 대한 사회적 냉대’ 등이 기술 경시풍조 해소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기술인에 대한 경시풍조 현상을 고용형태별로 자영업(64.0%)이나 교육․연구기관(70.6%)보다 기업체(78.2% : 대기업 79.6%, 중소기업 77.0%)에 고용되어 있는 기술인이 경시풍조를 상대적으로 높게 체감했다. 분야별로 산업디자인(88.9%), 통신(87.6%), 기계(79.3%)분야에서 높게 나타난 반면 금속(41.6%), 정보처리(66.6%), 전자(69.2%)분야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50대 기술인(83.9%)이 경시풍조를 가장 많이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전문기술인이 기업 내에서 느끼는 고용불안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체에 근무하는 기술인을 대상으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0.9%가 “고용불안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밝혔고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는 응답자도 21.0%에 달했다.

 

명장, 기술사 등 조사대상 기술인의 42.8%가 다시 태어난다면 “기술인의 길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들은 희망 직업으로 공무원(39.2%)과 변호사, 의사와 같은 전문사무직(32.7%)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전문기술인의 30.8%가 “다시 태어나면 ‘공무원’이나 ‘전문사무직’을 갖겠다”는 셈이다. 기술경시풍조는 전문기술인의 ‘가업의식’까지 희석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인들의 절반가량(44.4%)은 “자녀의 기술직 계승을 만류하겠다”고 응답했다.

 

한편, 전문기술인들은 ‘미흡한 대우’와 ‘기술전수 회피’를 경험할 때 상실감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보수, 진급 등에서 대우가 미흡할 때(26.8%)’와 ‘기술을 배우려는 후배가 없을 때(24.0%)’ 가장 큰 상실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는 ‘주위에서 기술직을 낮게 볼 때(21.2%)’, ‘사무관리직과 차별대우할 때(11.6%)’, ‘신기술 습득의 어려움을 느낄 때(9.6%)‘ 등의 순이었다.

 

전통기법을 활용한 가구제작 명장인 Y씨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전통제조방법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며 기술을 전수할 마땅한 후배를 찾기도 힘들다”며, “오히려 일본에서 제품의 우수성을 알고 동업이나 기술전수의 제의가 더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전문기술인 74.4%는 유사경력의 사무직보다 임금 적게 받는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74.4%가 “유사한 경력의 사무직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다”고 응답했으며, 사무관리직을 ‘100’으로 봤을 때 평균 ‘83.3’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더불어 조사대상자의 44.0%는 “사무관리직으로 전환할 기회가 생기면 옮기겠다”고 답했다

 

부족한 대우와 임금 수준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문기술인의 자기개발 노력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0.4%의 기술인이 “새로운 기술․기능의 개발과 연마를 위해 노력한다”고 답변했고 “매우 노력한다”는 응답자도 33.2%에 달했다.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응답은 6.4%에 불과했다.

 

전문기술인들은 국내 기술인의 인식과 자긍심을 제고하기 위한 시급한 과제로 ‘기술수준에 대한 합당한 대우 보장’(41.6%)과 ‘기술정책의 우선순위 제고’(34.0%) 등을 많이 꼽았으며, 다음으로 ‘자기개발 인센티브 강화’(14.8%)나 ‘교육기회 확대’(6.0%), ‘우수기술인 포상 확대’(2.8%)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1977년이후 2003년까지 격년으로 열린 15차례의 국제기능올림픽에서 14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던 우리나라가 지난해 헬싱키대회에서 6위로 추락한 사실을 알고 있는 국민은 많지 않다”면서 “우리사회에 만연한 기술 경시풍조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초일류 기술강국 실현의 꿈은 점점 현실과 멀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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