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발전모델 연구용역 입찰공고 하루 만에 잠정보류
해체설ㆍ진흥공사 회귀설 등 뒤숭숭…자구책 마련 ‘흔들’

[이투뉴스] 산업통상자원부의 ‘해외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 방안 연구’ 중간보고회의가 지난달 25일 열린 후 뒷말이 무성하다. 이런 가운데 기능 축소설 등이 제기된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자체적으로 ‘중장기 발전 모델 수립’ 연구 용역 입찰을 지난 2일 공고했다. ‘자구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 공사 측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공사는 바로 다음날인 3일 입찰을 잠정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의 연구 용역이 끝나기 전인 만큼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산업부와 협의를 거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로 해석되는 입찰보류를 두고 일각에서는 산업부가 공기업의 자구책 대비를 가로막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광물자원공사, 자원개발 능력 없다?
산업부를 비롯한 이번 해외자원개발 연구용역기관은 자원개발에 있어 광물자원공사와 석유공사가 분명한 운영능력의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자원개발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된 광물자원공사를 과거 진흥공사 기능으로 회귀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자원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버리는 방안을 고려중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공사 내부에서도 진흥기관인 과거로 돌아가길 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들었다”며 “자원개발사업을 계속 가져가자는 입장과, 진흥기관으로 돌아가자는 입장으로 나뉘어 의견을 교환하며 고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광물자원공사의 자원개발 운영능력이 객관적으로 검증됐는지는 솔직히 불분명하다”며 “포스코, LS니꼬동제련, 삼탄 등 민간기업이 선도적으로 이끌 뿐만 아니라 광물자원이 없는 여건에서의 공기업 중심 광물개발사업은 우리나라가 예외적”이라고 설명했다.

◆ ‘자원공기업 역할’과 ‘중장기 발전방안’ 고심
광물자원공사가 이번에 추진하려 했던 연구용역의 주목적은 ‘공사의 중장기 재무건전성 확보와 지속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다각적 대안 검토’다. 공사의 대내외 여건 및 검토 배경 분석, 자원개발 전문 공기업의 역할 검토,  중장기 공사 발전방안 제시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국내외 광물시장 동향과 시장재편 방향을 분석하고 공사 내부 역량을 객관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국가에너지 안보 정책과 관련한 공사의 기대 역할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자원개발 공기업으로서 기능개편과 공사의 수행사업 범위 등을 새롭게 제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광물자원개발 공기업으로서 세계광물시장 변화에 대응하려는 것”이라는 공사의 앞선 설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산업부와의 협의가 진행된 후 돌연 입찰을 잠정 보류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공사 측은 “산업부의 연구용역과 기획재정부의 기능조정이 진행 중인 만큼 자칫 오해가 생길까 싶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 “3개월만에 업계 개편? 하베스트 부실 인수와 뭐가 다른가”
학계 한 관계자는 “현재 자원개발분야가 그만큼 혼란스럽다는 방증 아니겠느냐”며 “산업부가 당초 3개월만의 연구용역으로 수십조원이 투입된 산업분야를 개편하겠다는 의도 자체가 또 다른 부실”이라고 일갈했다. “하베스트 졸속 인수와 근본적으로 다른 게 없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그는 “산업부 역시 자원개발 책임에 있어 자유롭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행보는 그렇지 않다”며 “자원개발에 전문성이 없는 딜로이트사가 3개월만에 산업을 개편할 타당한 대안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의미다. 연구 결과가 나오더라도 4월 총선 이후나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법률 개정이 필요할 경우 이에 대한 후속 조치도 필요하다는 것. 이에 따라 결국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공기업의 자구노력마저 정부의 분위기에 맞춰 진행할 경우 내부 반성과 대책 마련이 적절히 이뤄질 수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산업부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공기업이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여지를 줘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산업부와 광물자원공사 측은 괜한 억측은 자제해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각에서는 "산업부가 딜로이트 연구용역 결과에 자신없는 것 아니냐"는 조소까지 나오고 있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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