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브론 앞질러 세계 2위 기업 올라설 듯

[이투뉴스] 저유가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석유회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재편을 노리고 있다. 로얄 더치 셸의 주주들은 지난달 27일 영국 석유가스 생산기업인 BG그룹을 500억 달러에 인수하는 것에 최종 승인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셸과 엑손모빌 등 대형 석유회사들이 저유가를 기회로 경쟁사나 소기업들을 인수해 업계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해 왔다. 배럴당 100달러 이상이던 유가가 30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가파른 유가 하락 때문에 지금까지는 큰 움직임이 없었다.

셸의 투자자들은 생산과 매장지의 추가적 확보와 LNG 업계에서 1위기업으로 덩치를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해 인수를 최종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셸사는 최근 헤이그에서 만난 주주들 가운데 83%가 인수 거래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셸의 벤 반 뷰어든 최고경영자(CEO)는 "셸과 BG의 결합을 위한 주주들의 긍정적인 투표 결과에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양사의 인수합병은 공식 발표 이전부터 한동안 루머가 돌았다. BG는 비록 중간 규모 석유 회사지만 액화천연가스 분야의 선두주자로 셸의 주요 인수 타깃으로 여겨졌다. 양사의 통합으로 셸은 액화천연가스 상장 회사들 가운데 선두 자리에 설 것으로 관측됐다.

BG 그룹은 브라질 해상에서 석유와 가스전 해저 개발을 하고 있어 셸의 경험을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셸은 멕시코만과 나이지리아의 심해개발 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유가가 떨어진 시기에 석유가스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거금을 지출한 것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반 뷰어든 CEO는 과감한 조치를 위하기 위한 적절한 시기였다고 주장했다.

셸은 인수를 위한 현금과 주식 거래에 투자 단체들을 설득해야만 했다. 초기엔 700억달러로 인수가격이 책정됐지만 셸의 주가가 떨어지자 500억달러로 금액을 축소했다. BG 그룹의 주주들은 이달 중순경 합병에 대한 투표를 할 예정이다.

셸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이 될 때 이번 거래로부터 수익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셸의 예상대로 유가가 반등하지 않더라도 셸이 이익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반 뷰어든 CEO는 "BG 인수는 셸을 개축하는 도약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번스타인 연구소의 오스왈드 클린트 연구원은 유가에 상관없이 BG는 셸의 전반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업그레이드하고 향후 자본 지출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셸이 미국 등지에서 액화천연가스 공급을 더 확보해 비용을 줄이고 가격을 최대화하기 위해 수송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셸은 두 회사의 탐사 포트폴리오 중 최고만을 고르고 이윤 잠재력이 낮은 자산을 팔아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셸과 BG의 통합된 회사는 셰브론을 앞질러 엑손모빌 다음으로 가장 큰 석유회사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시장 가치는 유가 하락 전 셸의 가치보다 낮을 것으로 예측됐다.

한편 셸은 BG 인수를 지지한 주주들에게 어떻게 보상을 해야할지 고심하고 있다. 유가 폭락으로 셸의 시장 가치가 10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투자자들의 배당금이 불안해지자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셸은 이번 인수가 배당금 지불 능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셸은 자금 마련을 위해 투자액을 축소하고 직원 감원을 계획하는 등 사업 재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인수사례를 두고 에너지 업계는 향후 벌어질 업계 흐름을 미리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거나 통폐합하는 등 사업 재편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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