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너지포럼, 화석에너지 시대 종말…저탄소경제 전환 필요
에너지전담조직 구성 및 예산 확보 등 지방정부 역할 강화해야

▲ 2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에너지포럼에는 좌석을 모두 메우고도 많은 인원이 서서 토론회를 지켜보는 등 200여명의 참석자가 몰렸다.

[이투뉴스] 파리협정이 조항별로 일부 다른 측면이 있지만 전반적 형식은 국제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협정 타결로 화석에너지 시대의 종말은 이제 피해갈 수 없어진 만큼 국가적으로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와 석탄화력 축소 등 저탄소 경제체제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아울러 신기후체제를 맞아 에너지 문제에 대한 지방정부의 역할론도 강조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선 에너지 전담조직 구성 및 예산 확보와 함께 에너지정책의 주류화, 에너지시민협력 강화를 펼칠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서울시와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는 26일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기후변화 및 에너지 분야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파리협정 체결에 따른 도시에너지 정책방향’을 주제로 서울에너지포럼을 열었다.
‘에너지 문제’의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고, 에너지 정책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매월 열릴 예정인 ‘서울에너지포럼’의 첫 스타트를 끊는 자리다. 이날 포럼은 자리가 없어 서서 듣는 참석자가 1/3에 달할 정도로 사람이 몰려 등 2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국제사회 큰 의미부여 반해 국내선 시큰둥
정부 기후변화협상대표단 법률자문을 맡았던 이재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리기후협약의 주요내용과 우리의 정책방향’을 통해 국제사회가 타결한 신기후체제(파리협정)의 주요 내용과 법률적 의미를 소개했다. 특히 그는 가장 논란이 컸던 파리협정의 법적 구속력 여부에 대해 ‘국제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조약’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 교수는 “파리협정은 형식적으로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조약인데 언론이 잘 못 해석하고 있다”며 “다만 포함된 내용이 법적 구속력이 있느냐의 문제는 각 조항별로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즉 파리협정은 당사국에 의무부여를 하지 않는 조항(전문 및 목적 등)도 있고, 추상적인 의무부여(3조1항, 4조)와 함께 강제성을 갖는 구체적 의무조항 등이 두루 존재한다는 것이다.

향후 대응방향에 대해선 우리나라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포지션(Position))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비롯해 차별화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역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대응전략 마련이 필요한지 충분히 숙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더불어 법적 구속력 없는 감축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국제환경법의 특성을 별개로 치더라도, 정치적 책임과 국제사회의 압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특히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민간기업의 인식과 대응(상품경쟁력 축소 및 규제로 작용)이 충분한 지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리협정 타결은 화석에너지 시대의 종말이 머지않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만큼 저탄소 경제체제로 이전하겠다는 정부 의지와 전략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폐지, 화력발전 축소, 신재생에너지 촉진, 배출권거래제 정착 등 정부의 장기적인 대응전략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파리협정과 도시 기후·에너지정책의 방향’을 발표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화석연료 정점이나 고갈보다 기후변화가 더 중요한 전환의 요건”이라고 파리협정 의미를 부여했다. 2℃ 아래로 지구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선 매장된 화석연료의 80%를 채굴해선 안되고, 1.5℃로 목표를 낮추면 태울 수 있는 탄소는 더욱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는 도시가 세계 에너지 소비의 60∼80%를 차지하고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절반을 넘는다고 말했다. 또 인구밀집도시 70% 이상이 기후변화 영향이 큰 해안에 위치하고 있는 등 도시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도시 및 지방정부가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이 시너지효과가 발생할 수 있도록 에너지정책을 만들고, 시민들과 함께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중앙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있지만 지방정부 역시 해야 할 영역이 있다. 우선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것을 비롯해 절약 및 효율개선, 신재생에너지 전환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와 원자력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서울시가 내세운 에너지정책인 ‘원전하나줄이기’가 올바른 정책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지속적인 수행은 물론 다른 지자체로의 확산을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의 역할 책임분담과 연계 ▶에너지 전담부서 구성 및 인력 재배치 ▶정책 개발 및 이행을 위한 재원 확보 ▶에너지시민협력을 위한 거버넌스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정치지도자의 리더십과 정책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선거에서 에너지가 주요 의제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버넌스 중요성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공감대 
▲ 주제발표에 이어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지정토론을 벌이고 있다.

주제발표에 이어 안병옥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장(기후변화환경연구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지정토론에서 먼저 조홍섭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파리협정은 화석연료에 기반 한 사회가 끝났고, 저탄소 사회로 넘어가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도 성장을 이어가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경제성장을 위해 필수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새로 설립된 에너지생산시설 중 60%가 신재생에너지일 정도로 전 세계가 새로운 시대로 가고 있는데 우리만 남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며 “지자체가 기후변화 및 에너지 관련 새로운 각성을 위한 정치적 근거지이자 씨앗이 돼야 하며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파리총회 당시 현지에서 일었던 ‘지구가 망하면 일자리도 없다’라는 새로운 담론을 소개했다. 기후변화는 환경문제가 아니라 경제문제이자 삶의 문제로, 석탄 중심 일자리에서 청정에너지 중심의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파리현장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과 중국, 산업계가 파리협정 타결에 적극 나섰다는 점은 이미 주요 나라와 산업계가 주판알을 다 튕겨봤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처럼 국제사회가 전환의 시대를 향해 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플랫폼에서 타야 할 것인지 타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부실한 대응을 질타했다.

안윤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는 파리협정이 저탄소 경제로 가는 시발점이라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성장모델을 만들기 위한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상무는 “저탄소(녹색 or 그린에너지)로 간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말로는 이해하지만 구체적인 모형이 있어야 한다. 특히 녹색경제가 가난한 사람들을 어떻게 해결해 줄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은 파리협정이 만족할 만 한 수준은 아니지만 보다 나은 합의를 이끌어 냈으며, 공백상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 파리협약 당시 수많은 재생에너지 확대 논의가 이뤄졌지만 누구 하나 토를 달지 않을 정도로 신기후체제가 재생에너지 전환의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도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서울시가 모범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에너지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더불어 에너지 분권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세밀하게 접근해야 하고, 이를 시민들이 쟁취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안병옥 위원장은 과거에는 정부가 기후변화를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지자체와 기업, 시민사회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리협정은 첫째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 시대로 넘어가는 전환점이라는 점, 둘째 온실가스 논의를 감축에서 적응까지 확대했다는 점 셋째 기후변화 및 에너지 문제에서 국가가 아닌 지자체 및 시민단체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이 큰 변화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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