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우리나라에서 미국 시애틀은 영화와 드라마로 유명하지 않나 싶다. '그레이 아나토미'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란 영화로 친숙한 시애틀의 하늘은 연중 절반 이상이 잔득 찌푸린 먹구름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름을 제외하곤 연중 비가 자주 내려 수목이 울창하고 늘 푸른 모습을 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번호판에는 각 주를 상징하는 그림과 글귀가 적혀 있는데, 시애틀이 속한 워싱턴주는 '늘 푸른 주'라는 의미의 '에버그린 스테이트(Everygreen State)'와 도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레이니어 산을 삽입해 놓았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산책을 하다보면 지붕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한 집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 시애틀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을 살펴보면 이를 더 실감할 수 있다. 도요타의 프리우스나 니산의 리프, 테슬라 자동차까지 많지는 않지만 하이브리드나 전기 자동차들을 길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인구의 1%밖에 안되는 시애틀 사람들이 전기차 판매량의 8%를 점유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작년말까지 1만2000여대의 전기차가 워싱턴주에서 등록돼 미국 내에서도 플러그인 전기차 대수가 가장 많은 곳 중 한 곳으로 꼽혔다. 

워싱턴주에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많은 세금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3만5000달러 이하일 경우 세일즈 택스(한국의 부가세와 같은 개념)가 없고 다른 세제 혜택들도 준다. 이 세금 공제법은 지난해 7월 만료됐으나 바로 부활해 2019년까지 연장됐다. 아울러 공공 주차장과 동네 도서관에는 전기차 충전소와 전기차 전용 주차장이 생기고 있어 장애인용 차량과 더불어 특권을 주고 있다. 전기차 주차공간에 불법으로 주차할 경우 한화 약 15만원 정도의 높은 과태료가 부과된다. 반면 전기차 운전자는 특별 주차 공간에 있는 충전기에 차량을 연결해 놓지 않아도 벌금을 내야한다. 충전소의 전기는 대부분 수력과 풍력으로 발전돼 추가적인 온실가스 배출 걱정이 없다.

아이의 학교 친구 엄아인 리앤은 폭스바겐 밴을 타고 다니다 어느날 닛산의 리프를 몰고 학교에 나타났다. 채식주의자에 평소 환경에 많은 관심을 보이던 리앤에겐 폭스바겐보다 리프가 더 어울려보이는 건 분명했다. 리앤은 밤새 집에서 충전하고 낮에는 아이의 등하교와 직장 출퇴근용으로 제격이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알고보니 좋은 조건에 나온 할인행사가 있었던 모양이다. 36개월간 199달러(약 24만원)만 지불하고 연 1만2000마일 할당량에 3년 리스계약을 맺었다고 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1만25달러 리베이트(환급)에 회사 차원에서 지원하는 5000달러 할인까지 반영된 가격이었다. 주정부 차원의 추가적인 보조금 혜택을 받았다면 실제로 지불하는 금액은 더 내려간다. 또 2년간 무료로 차를 충전할 수 있는 특혜도 제공받았다.

리앤처럼 전기차를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리스를 하는 미국인이 많다는걸 알게 됐다. 지난해 테슬라를 제외한 전기차 시장에서 리스 점유율은 7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과 2014년에는 80%가 넘었다. 반면 2011년에는 27%에 불과했다. 리스가 일반적인 고급 자동차 시장에서는 리스 점유율이 49.5%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전기차 리스가 얼마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전기차 주행마일이 아직 적고 매해 신기술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구매보다는 단기로 탈 수 있는 리스형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을 2년마다 더 좋은 모델로 바꾸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간파하고 있는 제조사들은 좋은 조건의 리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기차 7개 모델이 월 200달러 이하 리스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와 정부 보조금을 잘 이용하면 최저 100달러 이하에도 전기차를 빌려탈 수 있다. 휘발유용 자동차가 매달 평균 100달러 이상씩 지출한다고 생각하면 전기차 리스가 환경적으로나 가계에도 훨씬 이익이다. 주류 브랜드 전기차에 대한 할인리스에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전기차 인센티브까지 합치면 전기차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이다.

맑은 공기와 상록수에 둘러싸인 도시에서 살아서 그런지 가끔은 미국이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란 사실을 망각하곤 한다. 지붕 위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이나 도로 위를 달리는 친환경 자동차들을 보면 개인적 환경보호 참여 의식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도 자동차 회사와 정부가 함께 운전자들이 전기차를 선택하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는 노력을 벌이는 등 각종 정책과 지원 시스템을 추가해 친환경차의 보급은 물론 다양한 환경 노력이 일반인들의 생활 속 깊숙히 전파되길 기대해본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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