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한국형 기후 적합, 국산화 촉진 측면 EERa 적합”
외산 “실제 운전여건 반영한 APF는 이미 검증된 기준”

[이투뉴스] 전력사용량을 대폭 줄이고 에너지효율 개선 효과가 큰 가스 냉난방시스템이 주목을 받고 있다. 가스 냉난방시스템은 하절기와 동절기의 최대전력부하를 분산시켜 피크전력을 낮추고, 가스를 열원으로 난방에 직접 활용해 전기를 열로 재전환할 때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 손실 및 송배전 전력손실을 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전력예비율이 15% 이상을 유지하는 최근의 안정적 전력수급 상황 속에서도 정부가 2015년 가스 냉난방설비 보조금 예산을 당초 60억원에서 70억원 증액해 총 130억원을 지원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런 가운데 가스 냉난방시스템인 GHP(가스엔진히트펌프)의 에너지소비 효율기준 전환을 두고 국산과 외산 간 갈등이 첨예하다. GHP는 주로 학교나 공공기관 등 조달시장에 들어가는데, 외산은 모두 일본제품이다. 국산은 LG전자가 독자기술로 개발해 영업 중이며. 외산의 경우에는 얀마 제품은 삼천리ES, 아이신은 삼성전자가 각각 국내 영업을 맡고 있다. 한때 국내 시장에 진출했던 미쓰비시와 산요는 사실상 철수한 상태다.

현행 효율표시인 COP(Coefficient of Performance)는 실질적인 운전조건에 따른 효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그동안 이어져왔다. COP는 어떤 일정의 온도조건에서 운전한 경우의 한 포인트로서 계절에 따른 운전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용 시에는 외기온도의 변화에 따라 냉난방에 필요한 능력이나 에너지소비가 달라진다. 실질적인 효율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 1년에 걸친 총합부하와 총 소비전력량을 계산해야 한다.

한마디로 차량의 연비 표시와 같은 셈이다. 자동차사들이 차량의 ℓ당 연비를 나타낼 때 일정거리를 정속 운전해 나오는 주행거리를 표시하는데 실생활에서 운전자들이 체감하는 주행거리와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스 냉난방기 에너지소비효율 표시도 실제 운전여건을 최대한 반영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너지공단이 효율표시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국내 제조업체가 주장하는 EERa(통합냉난방효율) 기준과 일본 제조업체가 밀고 있는 APF(Annual Performance Factor) 기준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APF는 일본 도쿄의 연간 평균온도를 외기온도 기준으로 정격냉난방 능력, 저온난방능력, 중간 냉난방능력을 더한 5가지의 평가점을 계산해 연간 총합부하에 맞춘 소비전력량을 산출해내는 방식이다. 일본의 경우 이미 10여년 전 JIS를 개정해 기존의 COP를 APF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일산 제품은 모든 기술개발이 APF 기준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를 국내 효율표시로 전환할 경우 곧바로 보급이 가능하다. 한랭지향의 별도 생산 라인업도 구축되어 있어 AFP 기준에 한랭지를 추가해도 별도의 기술개발에 나서지 않고 한국시장 확대가 용이하다.

반면 국내 제조업체는 한랭지가 적고 습도가 높은 일본 기후에 맞게 개발한 AFP 기준은 우리나라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겨울철 한랭지 효율까지 포함해 통합난방효율을 적용한 EERa 기준이 타당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 상 평균 운전기간이 냉방 보다 난방 운전기간이 길고, 한랭지의 난방효율 지표까지 반영한 EERa 기준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특히 GHP와 EHP(전기냉난방기)는 열교환기, 팬 등 부품의 80% 정도를 공유하고 있고, EHP는 2012년부터 EERa 기준을 성능지표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우리의 EHP와 기술기준이 동일할 경우 GHP 기술개발도 한층 빨라지고 해외시장 진출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산화 기술개발 촉진과 함께 국내산업 활성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가뜩이나 엔저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마당에 효율기준까지 일본 제품에 초점을 맞춘 AFP가 적용될 경우 국내 GHP 시장을 외산에 잠식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가스 냉난방기 보급은 단순히 해당업계의 영업에 그치는 게 아니다. 에너지효율 개선 측면에서 국가적 명제이기도 하다. GHP 효율기준 재정립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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