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이투뉴스] 바닥인 줄 알았던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4년 하반기에 배럴당 100달러였던 유가가 지난해 하반기에 30달러대로 떨어진 이유는 세계 경기둔화로 인한 석유수요의 정체도 한 몫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석유 공급 과잉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5년간 석유공급 측면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 북미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대량 생산시대에 접어든 오일샌드, 셰일오일 및 치밀오일과 같은 비전통자원의 본격적인 개발이다.

그 동안에는 유가가 하락하면 전 세계 석유생산량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을 중심으로 석유공급을 줄여 유가 반등 조치를 취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생산량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리고 있다. 이 배경에도 역시 비전통자원이 존재한다.

최근 계속되는 유가 하락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의 전통석유보다 상대적으로 생산비용이 높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미국과 치킨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저유가가 지속될까?

◆ 셰일오일, 초기생산 감소 급격…시추기간 짧아
1년 전 미국 내에서 2000개가 넘게 운영됐던 시추리그 수는 지난주 700개로 감소했으며, 이런 현상은 매월 일산 10만 배럴의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수압파쇄기법을 활용해 생산되는 셰일오일의 급격한 초기생산 감소 특성을 고려하면 지금의 생산 시추 감소현상은 2~3년 후엔 일산 200만 배럴 규모의 생산량 감소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공급시장 점유 유지를 위해 또는 유가 하락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을 석유판매를 통해 메우려는 산유국의 지속적인 생산량 유지 혹은 증산전략과,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의 석유생산량과 그 속도에 따라 석유 공급은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단기적인 유가 하락은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2~3년 후엔 석유 공급의 감소로 유가는 상승 국면으로 돌아서고 상향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개발 투자가 생산으로 이어지는데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점과 석유수요가 일정하다는 가정 하에 유가는 향후 1~2년 간 배럴당 50달러 대의 상대적인 저유가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생산 설비 투자 감소 및 지연에 따른 생산량 감소를 고려하면 5년 뒤에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 美, 비전통자원 개발서비스.인프라로 산유국 실현
이런 가운데 북미지역이 생산 및 운송을 위한 석유개발 서비스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미국의 치밀.셰일오일 유전은 유가가 상승하면 2~3개월 이내로 생산을 재개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향후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예측하기 힘든 이유가 된다.

잘 알려진 것과 같이 비전통자원이란 기존의 전통석유자원과 비교해 탐사위험은 거의 없고 대량으로 부존하지만 개발 및 생산비용이 높아 저유가 시기엔 개발을 하지 못하는 석유자원이었다. 그러나 지속되는 고유가와 생산기술발전으로 인해 점차 감소되는 전통석유자원의 생산량을 상쇄할 수 있는 석유자원으로 부상해 더 이상 비전통자원이 아닌 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 비전통자원의 종류와 특성

특히 세계 제일의 석유소비국이며 수입국이던 미국이 2014년 하반기부터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에서 석유를 제일 많이 생산하는 산유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비전통자원 덕분이라는 의견이 많다. 기술발전에 힘입어 경제적 생산이 가능하게 된 대표적인 비전통자원인 셰일오일과 치밀오일 개발 덕분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보된 석유 확인 매장량은 1조7000억 배럴 규모이고 이는 전 세계가 60년 가까이 사용할 수 있는 양에 해당된다. 비전통 석유자원인 캐나다의 오일샌드는 약 1조7000억 배럴의 자원량과 1700억 배럴 규모의 확인매장량을, 베네수엘라의 초중질유는 약 2조2000억 배럴의 자원량과 약 3000억 배럴 규모의 확인매장량을 갖고 있다.

또한 비전통 가스자원의 매장량은 약 3경3000조 입방피트로 현재 전 세계 가스 확인매장량의 5배 이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중 50% 정도를 셰일가스가 차지하고 있다. 향후 생산기술의 발전을 감안하면 비전통자원의 확인 매장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비전통자원, 매장량 증대.운영비 절감 등 개발 필요
비전통 자원개발은 전통석유자원과 달리 탐사 위험이 없고, 대규모로 부존하는 특징을 갖고 있어서 넓은 광구면적을 소유해야 경제성 있는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비전통자원은 많은 매장량을 기반으로 장기간에 걸쳐 일정한 생산량 유지가 가능하지만, 높은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용을 감안하면 일정수준 이상의 유가가 유지돼야 경제성 확보가 가능하다. 매장량을 증대하고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 습득 및 기술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해부터 지속되는 저유가로 비전통자원의 경제성이 하락했지만 2000년대 초반 배럴당 20달러 대에서도 경제성이 확보됐던 비전통자원의 개발은 기술혁신에 따른 생산량 증대와 운영비용의 하락으로 지금과 같은 저유가 시기에도 생산성과 경제성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전통자원의 경제성이 낮아진 이유는 고유가 시대가 시작된 2005년을 기점으로 많은 석유회사들이 동시에 경쟁적으로 사업투자를 감행해 개발비용이 2~3배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재 저유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들은 대부분 2005년 이후에 추진한 사업이다.

그러나 다시 저유가가 되면서 시추비용과 같은 석유개발 서비스 비용도 감소하고 기술혁신으로 생산비용도 낮아지면 지금과 같은 저유가에서도 충분히 경제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대규모 매장량 확보와 안정적으로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비전통 자원은 한국과 같은 석유자원 부족국가에게는 장기적인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매력적인 분야라는 생각이다.

다만 비전통 자원개발은 기술력 및 유가 의존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 하에 투자가 이뤄지는 분야이므로,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연속성 있는 정책 추진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춰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유가는 변하지만 확보한 매장량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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