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그를 처음 본 것은 지난해 10월말 열배관 용접부에 대한 초음파검사 허용여부를 따지는 시연장에서다. 며칠 전에 발령을 받았다며 명함을 건네는데 어색함과 겸연쩍음이 교차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모습은 어깨에 힘을 빼고 사업자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였다. 산업부 에너지수요관리과장을 맡다 이번에 자리를 옮기는 양원창 과장 얘기다.

사실 중앙부처 공무원 중 과장급은 애매한 위치다. 맡은 분야의 정책을 좌우하는 실무책임자라는 점을 보면 한없이 중요하면서도 길어야 2년, 짧으면 1년도 안 돼, 소위 '알만 하면' 휙휙 이동한다. 국·실장급처럼 나름 파워맨이라 평가하기도 애매하고, 사무·서기관처럼 실무자라고 인식하기도 힘든 자리다.

이런 점에서 대개의 경우 새로 온 과장들은 해당 산업계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때로는 가볍게 보이기 않겠다는 각오로 처신에 꽤 신경을 쓴다. 또 이를 상대해야 하는 업계 역시 이에 걸맞게 대우하는 편이다. 한 마디로 사업자들을 상대로 어깨에 힘을 빼기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가 온 시점도 중요하다. 당시 집단에너지업계는 사면초가 상황이었다. 연료비는 치솟는데 열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아 폭발 일보직전까지 갔다. 최대기업인 지역난방공사 조차도 흑자기조 유지를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업계 전체가 수렁에서 허덕였다. 열요금 제도개선을 위해 2년 가까이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댔으나 정작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어깨에 힘을 빼고 사업자들을 만나니 소통이 이뤄졌다. 그들과 눈높이를 맞춘 상태에서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집단에너지사업자의 최소한의 생존여건인 ‘한난+10%’ 수준의 열요금 제도개선을 마무리 지었다. 기재부와 청와대까지 관여하는 열요금 조정을 도시가스와 연동시키는 방안도 고안, 적용했다. 열연계를 통한 경쟁력 확보와 전력시장에서의 푸대접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나섰고, 적잖은 성과를 냈다.

덮어놓고 사업자 편을 들었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지역난방 소비자보호에도 앞장섰다. 위태롭던 열공급 안정성을 다독여 정비에 나섰고, 총괄원가상한제 도입 역시 더 치솟을 가능성이 높았던 열요금 상승을 원천차단하는 효과를 냈다. 지역난방 사용시설 서비스개선과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떠나기 직전 ‘집단에너지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한 것도 쉽지 않았다. 

단언컨대 집단에너지업계에서 단 한명도 나쁘게 말하는 이가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하나 같이 “정말 애 많이 쓰신 분이다. 위기상황에 와서 응급조치만 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산업을 만들 수 있도록 기초를 닦기 위해 노력했다. 에너지 전체에 집단에너지를 이렇게 인식 시킨 과장은 처음”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용비어천가 식의 헌사(獻辭)를 하려는 의도는 없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 돼야 할 기자와 공무원과의 유착시도는 더욱 아니다. 그에 대한 사업자들의 평가와 오랫동안 고민하던 바람직한 공직자의 자세가 겹쳐져 큰 맘 먹고 나섰다. 소통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온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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