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선 당위성’ 공감대 형성, 일반인 헌법소원까지 제기
전면폐지는 LPG업계 내부서도 견해차…단계적 완화에 무게

[이투뉴스] LPG자동차 사용제한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결국 법안 개정을 통해 규제개선의 물꼬가 터졌다.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택시, 렌터카의 일반인 구매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이 지루한 논쟁 끝에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7년부터 일반인들도 LPG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액법 개정안 국회 통과는 30여년 만에 LPG자동차에 대한 사용제한이 완화됐다는데 의미가 크다. 다만 등록 후 5년이 지난 택시, 렌터카를 중고차로 매매할 수 있게 한 조건부 완화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는다.

현행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LPG의 수급, 사용상의 안전관리,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자동차 또는 사용자에 대해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지금까지 LPG자동차는 택시·렌터카 사업자나 장애인, 국가유공자만 구입이 가능했다.

이 같은 제한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 LPG자동차 사용제한 규제에 대한 여파는 세계LPG협회 통계자료 ‘Statistical Review of Global LP Gas’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2013년말 기준 전 세계 LPG차량 운행대수는 미국, 일본, 호주, 영국, 중국 등 70여개국에서 모두 2491만대로 전년대비 6% 증가했다. 2000년 750만대를 기록한 이후 연평균 10%의 가파른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충전소 운영개소 및 수송용 LPG사용량도 각각 7%, 5%씩 증가하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국내 LPG자동차 시장은 2010년 245만9155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11년 1만584대가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 1만1745여대, 2013년 2만2872대, 2014년 5만5484대 등 지속적인 하향세를 보였다.

지난해 1월 ‘글로벌 오토가스 서밋’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킴벌 첸 세계LPG협회 회장이 “LPG는 녹색경제 전환의 주요 에너지원이다. 세계 각국이 LPG보급 확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 점에서 LPG자동차 기술력과 충전 인프라가 세계적인 수준인 한국을 세계 각국이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 정부는 이 같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정책을 펴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조사한 OECD 18개국 수송용 연료 세금비중 통계에서도 이 같은 시장 위축배경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조사통계에 따르면 OECD 18개국 휘발유의 경우 세금비중은 평균 52.8%로 네덜란드가 62.4%로 가장 높고 오스트레일리아가 35.1%로 가장 낮다. 우리나라는 49.9%로 15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LPG는 18개국 평균이 28.4%이며 우리나라는 30.1%로 9위를 차지하고 있다. 네덜란드가 41.1%로 가장 높고 룩셈부르크가 15.4%로 가장 낮으며, 일본이 16.4%로 17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적 대명제인 온실가스 저감 및 대도시 대기질 개선 차원에서 친환경 LPG자동차 보급확대를 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기에 산업적 측면에서도 LPG자동차 사용제한 규제를 완화 또는 폐지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구축한 만큼 해외수출의 기대치가 높다는 점에서다.

이번 액법 개정안 통과로 30여년 만에 물꼬를 튼 LPG자동차 사용제한은 앞으로 중고차를 넘어 차량 전반에서 규제완화 논의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국정감사는 물론 잇따른 의원입법을 통해 점진적으로라도 LPG자동차 사용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여론의 관심이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민경기가 위축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연료비 등 경제성을 중요시하게 된 만큼 일반 운전자들도 자동차 연료 선택권에 대한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반인 100명의 연명을 통한 헌법소원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이처럼 규제개선의 당위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음에도 전면폐지에 이르기까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LPG자동차 사용제한을 제한적으로 완화하는 액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장관이 직접 나서 폐해가 크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산업부가 앞으로 행보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상직 산업부장관은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관계부처와 협의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만 LPG는 휘발유나 경유하고 세금 부과가 다릅니다. LPG는 휘발유나 경유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세금이 낮은 수준이죠.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취약계층이나 이런 부분에 지원의 형태로서 LPG자동차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재부에서도 LPG자동차를 더 확대하는 부분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또한 업계 간 이해관계도 분명히 상충됩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확고히 했다.

거센 반발 움직임을 보인 정유업계와 주유소업계도 당초 LPG에 대한 세율을 낮춘 것은 소수 약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사용제한 완화에 분명한 반대를 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연료 업계에서의 반대도 반대지만 LPG업계 내에서도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규제개선이 필요하다는 총론에는 이견이 없지만 각론에서는 견해차를 보인다. 전면폐지에 따른 셈법이 다른 것이다.

규제의 전면폐지를 주창하는 곳은 LPG충전업계다. 전국의 LPG충전사업자들은 구심점인 한국LPG산업협회를 주축으로 규제폐지에 총력을 쏟고 있다. 매년 시장이 위축되면서 LPG자동차 보급확대를 통한 수익 확대가 최대 현안이기 때문이다.

반면 SK가스나 E1 등의 LPG수입사는 조심스런 분위기가 역력하다. 가격 조정을 비롯해 제3의 수입사 허용 등 정책적 측면에서 연계가 불가피하다 보니 사실상 정부 입장과 엇갈리는 행보를 보이기 어렵다. 전면폐지보다는 점진적인 규제완화에 무게를 두고 중장기 과제로 신중하게 추진하자는 전략이다.

다자녀·다문화가구 LPG자동차 사용 허용, 5~6인승의 중소형 RV에 대한 LPG연료 사용 허용, 소형차 기준인 배기량 1600㏄ 이하 자동차의 LPG연료 사용 허용 등 에너지복지와 소비자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사용제한을 완화해가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연료 간 형평성과 적정 에너지믹스, 소비자 선택권과 관련산업 경쟁력 제고 등 규제개선의 당위성이 분명한 상황에서 업종별 이해득실이 엇갈리는 LPG자동차 사용제한이 이번 액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전환점으로 어떻게 변화될지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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