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물결 거셌던 에너지 패러다임

[이투뉴스] 올 한해는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 패러다임이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만큼 에너지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빨라 정책, 제도는 물론 업종별로 크고 작은 일이 끊이지 않았다.

이투뉴스는 박근혜정부가 대대적으로 내세운 에너지신산업과 전 세계가 2020년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에 공감한 ‘파리 협정’ 채택,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는 저유가에 따른 충격파 등을 올해 에너지·환경업계 10대 뉴스로 뽑았다.

해외자원개발은 세간의 집중포화를 맞으며 한파에 몸을 떨었다. 한국가스공사 사상 첫 내부승진으로 기대를 모았던 장석효 사장의 갑작스러운 해임에 따른 국제가스연맹 회장 당선자의 공석으로 한때 혼돈이 빚어졌으며, 관련부처 및 시민환경단체, 학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가 강행한 디젤택시 도입 정책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머물렀다.

집단에너지 시장은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졌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전력시장가격(SMP)에 발걸음이 더뎌졌으며, 공급위주 전력수급 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며 10대 뉴스에 올랐다.


◇ ‘파리 협정’ 타결…신기후체제 출범

기후총회 막판까지 치열하게 대립하던 국제사회가 예정됐던 마감일을 하루 넘겨서야 극적으로 의견을 조율, 파리협정을 내놨다. 2020년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을 담은 신기후체제가 출범한 셈이다. 국제사회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2℃이하로 억제한다는 장기목표와 함께 국가별 기여방안(INDC)을 스스로 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전반적으로 지구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기회를 잡은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 속에 일부에서 각국이 제출한 INDC에 부여하려던 강제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흉내에 그쳤다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 전력수요 정점, 한계 드러낸 공급정책

올해 초 집계된 2014년 전력수요 증가율(전년대비)은 0.6%. 최근 10년간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리던 수요증가율이 마침내 0%에 근접하는 결과로 나타났고, 올해 수요증가율도 2% 안팎에 그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기침체와 에너지다소비 산업의 불황이 직접적 원인이지만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 구조적인 수요둔화기가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필요한 만큼 발전설비를 증설해 수요를 충당하던 공급위주 전력수급 시스템도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 저유가 장기화로 몸살

국제유가가 바닥을 모르며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하락세를 거듭한 유가는 OPEC 정기 총회에서 감산 합의가 불발되면서 두바이유는 10년 최저치를 경신했다. 저유가 기조가 굳어지면서 업종에 따라 몸살이 심했다. 전문가들은 공급과잉에 따른 우려와 미 달러화 가치, 지정학적 불안 요인 등으로 유가 하락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바닥이 어딜지 다양한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내년 하반기까지는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한파에 얼어붙은 해외자원개발

한 마디로 올해는 해외자원개발의 암흑기였다. 자원 공기업이 주도한 자원개발은 혈세 낭비, 무리한 사업 추진 등을 이유로 뭇매를 맞으며 관련산업 전체가 얼어붙게 됐다. 자산 매각 검토 등 허리띠를 조르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탐사 사업에 지원돼 온 성공불융자 예산이 내년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자원개발은 중단 위기에 처했다. 몸집을 키우던 공기업들이 내실화로 방향을 전환했으나 산업부가 해외자산 합리화 TF를 구성해 개선조치를 준비하면서 또 다른 서막이 예고됐다. 
 

◇시동 꺼진 디젤택시 도입 정책

지난해부터 논쟁이 격화된 디젤택시 도입 정책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머물렀다. 환경성과 연비 문제로 관련부처 및 시민환경단체, 학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가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으나 강력한 역풍을 맞았다. 지자체의 잇따른 도입 유보와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이 터지면서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강조해온 ‘클린디젤’ 브랜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고, 디젤택시 도입 정책은 결국 시동이 꺼졌다.


◇SMP에 발목 잡힌 신재생에너지 보급

올해 국내 신재생에너지사업자의 가장 큰 고민은 전력시장가격(SMP)이었다. 다수 태양광설비 시공업체에 따르면 2012년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도입 이후 제도 자체에 대한 발전사업자들의 문의는 많이 줄었으나, 올해 SMP 전망에 대한 질문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와 함께 수익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은 수익의 근간이 되는 SMP와 REC가격이 둘 다 안정을 찾지 못하자 정부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 집단에너지시장 대대적 변화 지속

어려움을 겪었던 집단에너지업계는 3년여를 끌어 오던 열요금 제도개선을 마무리, 최소한의 생존기반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지역난방공사를 기준으로 책정하던 요금을 ‘한난+10%’ 수준의 총괄원가상한제로 바꾸고, 도시가스요금과의 연동제를 채택했다.
집단에너지시장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GS에너지가 인천종합에너지 등을 사들이면서 약진한 반면 SK E&S와 삼천리는 집단에너지부문을 오히려 축소했다. 매쿼리가 대전열병합을 사들이는 등 M&A가 올해도 이어졌고, 열연계 등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경쟁력 강화에 너도나도 힘을 쏟았다.

◇장석효 사장 해임…IGU회장 자격 혼란

천연가스산업의 경우 연초부터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져 시끄러웠다. 한국가스공사 첫 내부승진으로 기대를 모았던 장석효 사장이 개인 비리혐의로 논란이 이어진 끝에 해임의 불명예를 안았다. 장 사장이 해임되면서 국제가스연맹(IGU) 회장 당선자 자격을 놓고 혼란이 일었다. 한동안 혼돈 속에서 송재호 경동도시가스 대표가 후임자로 선임됐고, 6월 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IGU 연차총회에서 부회장 취임과 함께 2018년부터 3년 임기의 차기 회장을 맡게 됐다.


◇ 첨두부하 전원의 경영난과 타개책 시끌

전력수요는 제자리인데 전력수급난 직후 수립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해 대규모 기저 발전설비 증설이 이뤄지면서 연중 전력예비율이 15%를 웃도는 현상이 나타났다. 때마침 국제유가까지 반토막 나면서 전력시장가격(SMP)이 kWh당 80원대로 하락했고, 이는 첨두부하 전원으로 분류되는 LNG복합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LNG복합의 경우 이용률이 40%대로 하락했고, 이에 대응해 LNG발전사업자들은 용량요금(CP) 인상을 지속 요구했다. 
 

◇ 에너지신산업 등장과 프로슈머 시대

전통 에너지공급시스템의 위기와 신기후체제의 파고를 넘어설 전략으로 정부가 꺼낸 카드는 에너지신산업이다. 2030년까지 100조원 규모의 에너지 신산업 시장을 창출해 50만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560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에너지공급 및 수요관리를 혁신적 방법으로 수행하는 사업을 에너지신산업으로 규정, 기존 시장진입 장벽을 허물어 이들 신산업이 미래 먹을거리로 성장하도록 하겠다는게 정부의 구상이다. 신산업의 주역은 프로슈머, 저탄소 발전, 전기차, ESS(에너지저장장치), 친환경 공정 및 빌딩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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