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육성 주문 1년 이상 구조 변화 제자리
정부는 미적미적…시장은 시큰둥

[이투뉴스] 2030년까지 100조원 규모의 에너지신산업 시장을 창출해 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INDC)를 달성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정작 주체로 지목된 민간 측으로부터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민간의 시장참여를 이끌어내려면 낡은 제도나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고 장기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하는데, 에너지신산업의 핵심인 전력부문은 여전히 시장개방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데다 정부 당국조차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전력·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작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은 ‘에너지 신산업 대토론회’에서 신산업 육성을 위한 3대 제도개선 과제를 주문한 뒤 ‘시장으로, 미래로, 세계로’라는 구호까지 직접 제시했으나 1년 넘게 지난 현 시점에서 짚어보면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아직 시장 조성 초기라 예단은 이르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에너지정책 기조, 기존 전력산업 프레임에 매몰된 미시적 접근, 시장개방과 제도개선에 대한 정부 의지 결여 등으로 애초 목표 달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민간 측은 우선 정부가 수요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정책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례로 현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은 소규모 신재생 발전사업자들이 주체가 되는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과 대척점에 서 있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값싼 전기’로 통칭되는 원자력은 2030년까지 비중이 29%로 증가하는데, 이런 여건 속에서 군소 분산자원이 자생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게다가 국민들은 공공부문의 효율보다 당장 값싸고 질좋은 전기사용에 관심이 쏠려 있다.   

한 재생에너지 CEO는 “정부는 원자력도 육성하고 재생에너지도 키운다는 자기모순에 빠져 있다. 어떤 나라도 이런 믹스 전략을 추구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결국 국민 수용성이 낮은 원자력은 원자력대로, 재생에너지는 재생에너지대로 국제시장서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산업의 낡은 틀은 그대로 둔 채 시장개방과 신산업 육성을 운운하는 것도 패착이란 지적이다. 이미 정부는 에너지신산업 특별법 제정 논의 과정에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시장을 민간에 얼마나 개방할 지를 두고 한동안 내부 격론을 벌인 바 있다.

정부 출연연구기관 소속 B 연구원은 “판매시장 개방은 산업부의 금기어가 된 지 오래”라며 “공공부문이 시장을 과점하고 민간의 시장진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누가 섣불리 투자에 나서겠는가. 에너지신산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과거와 달라질 생각이 없는 정부 의지”라고 일갈했다.

중견기업의 A 사업개발 팀장은 "혹시나 하고 (정부를)지켜봤지만 역시나더라. 홍보만 요란했지 민간이 뛰어들만한 것도, 그럴만한 제도적 여건도 안돼 있다"며 "하던대로 해선 신산업이 만들어질 수 없다. 근본이 달라지지 않는데 무엇이 바뀌겠나. (신산업을)기대하는 기업은 별로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견해도 있다. 신기후체제의 윤곽이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새로운 제도 설계나 시장개방 등을 서두를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당국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모든 패를 꺼내보일 순 없다. 내년 이후 국제협약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된 후에야 정부 움직임이 가시화 될 것"이라며 "이때 해외 선진사례를 가져와 색칠하는 것보다 우리 실정에 맞는  시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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