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우리나라는 물부족국가라고 하지만 절수정책에는 소극적인 듯하다. 하루에 한사람 당 쓰는 물의 양이 280~330리터로서 독일의 100리터보다 2~3배나 된다. 상하수도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물절약이어야 하며, 그중 가장 쉬운 것이 수세변기를 절수형으로 바꾸는 것이다. 변기란 가장 깨끗한 수돗물이 가장 더러운 하수로 바뀌는 장소이기 때문에 절수형으로 바꾸면 상하수량 모두 줄일 뿐만 아니라, 상수를 처리·운반하고 또 하수를 처리하는데 드는 에너지(1.5kWh/톤)도 줄일 수 있다. 사용자는 상하수도요금(2200원/톤)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수도사업자는 수입이 줄어든다고 싫어할 수 있다.

수세변기의 1회 물 사용량은 변기 뒤 물탱크의 가로, 세로, 높이를 곱한 부피로 쉽게 계산할 수 있다. 기존의 변기는 대략 12리터이다. 한사람이 하루에 6번 정도 누른다고 가정하면 72리터를 사용한다. 만약 수세변기를 1회 4리터짜리 초절수형으로 바꾸면 하루에 한 사람당 48리터씩을 절약할 수 있다. 5000만 인구를 곱하면 일년간 절약되는 양은 약 9억톤, 에너지는 13억kWh가 된다. 전국의 모든 변기를 절수형으로 바꾼다면 댐 7개 중 한 개는 줄일 수 있고, 발전소 몇 개를 줄여도 되는 계산이 나온다.

기술적으로 보면 절수변기의 핵심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변기의 구조다. 배관을 유트랩 형으로 복잡하게 만든 기존의 변기는 구조적으로 물을 많이 쓴다. 억지로 물량을 줄이면 잘 씻겨지지 않아서 두세번 세척해야 하므로 오히려 물이 더 든다. 하지만 직선배관으로 된 변기로 바꾸면 4리터의 물로도 세척이 가능하다. 둘째는 절수장치다. 수도관의 압력이나 대소변에 따라 자동으로 한번에 4~13리터 씩 조절하는 자동감응식 플러시 밸브가 최신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지만, 수도법 기준에 따르면 가장 큰 수치인 13리터가 사용수량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이러한 장치는 절수형은 아니다. 결과적으로는 절수형이 아닌 변기들이 절수형같이 시중에 많이 유통되고 있다.

절수변기의 경제성을 보자. 12리터를 4리터짜리로 바꾸면 회당 8리터가 줄고, 만약 하루100번 사용하는 변기라면 800리터, 한 달이면 24톤이 절약된다. 최근에 오른 상하수도요금 2200원을 곱하면 변기 한 개 당 매달 5만원가량 줄일 수 있다. 시판되는 변기당 가격은 15만~50만원, 1년 이내에 교체비용이 빠지고 그 다음부터는 계속 이득이다. 변기 한 개당 줄어드는 전기량은 연간 360kWh이며, 전국적으로 보급됐을 때 정부의 에너지 수급계획에 엄청난 도움을 준다.

하지만 정부의 수도법과 시행령이 절수형인듯 하지만 절수형은 아니다. 첫째, 연도별 절수목표 수치가 없다. 둘째 절수형이 아닌 변기의 설치는 물론, 제조 유통까지 금지해야 하고 초절수형 변기의 연구개발, 보급을 해야 한다. 셋째, 시민단체들과 함께 절수 효과를 홍보하면서 절수기기 보급에 앞장서야 한다. 넷째, 절수 시행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절수정책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수도사업자의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절수정책을 펴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 제도도 잘 돼 있고, 초절수형 변기 기술도 있다. 수도요금이 올라서 경제적으로도 타당하다. 물절약을 위한 민간기구도 있다. 단지 정부의 의지와 그것을 따르는 시민들만 있으면 된다.

이것을 간단히 해결하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건배사를 제안한다. 먼저 앞에서 이공이공(2020)이라고 선창하면 후렴으로 이공공(200)하는 것이다. 이것은 2020년까지 우리나라 한 사람당 물 사용량을 현재의 330리터에서 200리터로 줄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든 사람이 이 건배사의 의미를 새기는 순간 우리나라는 물부족국가에서 벗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초절수변기 기술과 그것을 보급해 물을 엄청나게 줄인 제도적 사례는 전세계의 물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물산업의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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