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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히트 논의…데이터 ‘공감’이 선결조건
매번 바뀌는 보고서 자료로 신뢰 떨어지며 소모적 논쟁
사회적 합의 없는 관성정책은 막대한 국가적 손실 초래
[388호] 2015년 11월 16일 (월) 16:15:09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 국회에서 열린 그린히트 프로젝트 정책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패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투뉴스] 수도권 외곽지역의 미이용 열에너지를 활용해 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열공급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그린히트 프로젝트’를 둘러싼 대립각이 여전하다. 이해당사자 간 갈등의 열기가 식기는커녕 갈수록 뜨겁다.

2013년 11월 1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설명회를 시작으로 수면위로 떠오른 그린히트 프로젝트는 그동안 한국지역난방공사와 도시가스업계 간 공방이 이어지며 뚜렷한 입장차만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1월 기획단이 출범한 이후 국회, 시민단체, 학계, 연구기관 등 각계각층까지 휘말리며 의견수렴에 나서고 있으나 대립각만 확인될 뿐이다. 이대로라면 과연 국익 차원에서 진행한다는 정책 프로젝트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냐는 우려가 크다.

이처럼 프로젝트가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사업보고서와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제시된 각종 데이터의 신뢰성 여부다. 2013년 12월 26일 열린 산업부 주관 공청회와 지난해 2월 소비자시민모임 주최 토론회, 3월 한난 최종용역보고서, 6월 한난 사업계획서에 이어 올해 4월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예비타당성조사 중간보고서에 이르기까지 매번 데이터가 바뀌다보니 불신의 벽이 높다.

기본적인 자료에 대한 신뢰성을 모두가 공감하지 못하다 보니 그린히트 프로젝트의 당위성 여부를 따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16일 국회도서관에서 김제남 의원과 오영식 의원이 공동주최해 열린 ‘그린히트 프로젝트 정책토론회’에서도 데이터 신뢰도가 논쟁의 중심에 섰다. 김정인 중앙대 교수의 사회로 이해당사자인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김세호 광역망기획단장, 한국도시가스협회의 정희용 기획실장이 발제자로 나서고, 패널로 박희천 인하대 교수, 윤원철 한양대 교수, 이상진 짐코 전무, 채수천 경기도 아파트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이 자리한 이날 토론의 요점도 결국 데이터 신뢰도이다.

열생산·수요와 열손실률 왜곡, 열배관 투자비 오류, 소비자잉여 과다산정, 열공급가격 미검증 등이 논쟁의 사안이다.

도시가스업계에 따르면 열수요는 초기에 연간 717만G㎈로 제시됐으나 지난해에는 285만G㎈로, 올해 들어서는 다시 158만G㎈로 바뀌었으며. 열생산은 당초 연간 1104만G㎈에서 올해 KDI의 중간점검 보고서에서는 287만G㎈로 바뀌었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온실가스저감 편익과 대기질개선 편익의 중복성이 지적되자 최종보고서에는 대기질개선 편익 2558억원을 삭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생산비용절감 편익에 801억원을 추가시키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수치가 제시됐다. 30년 간 운영경비도 크게 달라졌다. 열수요가 4억504만G㎈에서 4억558만G㎈로 늘어나지만 오히려 수열비는 1452억원이 줄었다. 열수요가 증가하면 비례해 수열비가 늘어나는 것과는 다른 결과다.

소비자잉여에 따른 편익도 논점이다. 소비자가 재화를 구입하기 위해 지불할 의사가 있는 최대가격과 실제 지불한 가격의 차이인 소비자잉여의 경우 10% 안팎이 일반적이나 그린히트 프로젝트에서는 71%를 적용했다.

열손실률도 세계적으로 10% 이상을 적용하고 있는데 2%를 적용했다. 2012년 발간된 ‘지역난방 공동주택의 열부하예측 알고리즘에 관한 해석적 연구’에서 아파트단지의 열손실률이 27%로 제시된 것에 비춰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라는 게 도시가스업계 측 주장이다.

반면 한난 측은 당초 4개 구간의 광역망 사업계획에 대한 연구용역에서 1개 구간 사업으로 내용이 조정되면서 환경변화에 따른 수치 변경이 당연하다고 맞선다. 그러나 최종 사업계획 수립 이후에 중요한 수치가 임의로 변경된 사실은 없다는 게 한난 측은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잉여도 10%를 넘을 수 없다는 도시가스업계의 주장은 편향된 시각이며, 열손실률 2% 적용은 비용과 편익 추정의 범위를 광역망사업자와 소매사업자로 한정해 분석함에 따라 최종 소비자의 열손실을 제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광역망 열손실률 2%는 유럽통합규격에 따라 온도와 열전도 값 등의 운영조건을 적용한 이론적 계산결과이며, 실제 한난의 연간 열손실률은 약 5% 수준이라면서 중부발전과 GS파워의 예비타당성조사에서도 2%로 적용한 사례가 있다고 반박한다. 열손실률 2% 적용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느냐 틀리느냐를 따지고, 판단하자는 게 아니다. 그린히트 프로젝트는 3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대형 정책 사업이다. 대규모 정책 프로젝트가 사회적 합의 없이 관성적으로 진행될 때 국민혈세가 낭비되는 뼈아픈 사례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그런 만큼 시행 시기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당위성에 대한 설득과 협의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열린 공청회에서 소비자단체를 대표한 토론자가 대다수가 공감하지 못하는 정책과제 연구용역은 불확실성의 정책을 합리화시키는 공익성 포장이라며 ‘연구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장면이 또 다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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