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이슈 가운데 풍력발전은 계통이용 제한

[이투뉴스] '탈(脫) 석탄화'를 통해 친환경 저탄소 에너지로의 전환을 약속했던 중국 정부가 이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 국제사회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국내 소식통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일례로 베이징 외각 허베이성의 한 작은 도시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와 열병합발전소가 새로 건립되고 있다.

베이징 정부가 소유한 회사가 운영할 이 발전소의 설비용량은 700MW이며 투자비는 5억8000만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설비용량 모두를 사용할지는 알 수 없다.

중국내 석탄화력발전 전력이 과잉공급되는 가운데 3년 내에 가동되도록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중국 전력당국에 의하면 올초부터 지난 9월까지 중국 국유 전력사들은 155개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허가(예비 혹은 최종)를 받았다. 설비용량은 123GW로 작년말 기준 중국 석탄화력 용량의 15%에 맞먹는다.

이들 계획이 모두 성사될 경우 미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석탄화력의 40%에 육박하는 양이 새로 지어지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들과 학계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재생에너지 및 원자력 확대 시책에 따라 이들 신규 발전소 대부분 혹은 전부가 불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1일 그린피스 동아시아가 발표한 '석탄발전소 버블' 보고서에 의하면 이미 너무 많은 발전소가 운영되고 있어 2013년 이후 중국 석탄발전소들의 평균 운전 시간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앞서 중국 정부는 각 지방 정부들이 에너지원을 관리하고 일자리와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고 압박해 왔고, 지방 정부들은 비교적 쉽고 빠른 석탄발전소를 선택해 왔다.

그런데 이는 지방의 건설 붐과 중국 전체 에너지 전환 계획 사이의 간극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지방 정부가 석탄을 선택하면 중국 전체의 에너지전환은 더 멀어진다. 

장 보팅 '수력발전을 위한 중국사회' 부회장은 "중국은 앞으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석탄 발전용량을 갖추고 있다"며 "향후 몇 년간 발전소들이 얼마나 쓸모없게 되는지 목격하게 될 것이다. 강철과 시멘트 산업에서 이미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발전사들이 155개의 석탄화력을 짓기 위해 투입한 자본금은 74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 등은 "중국이 소비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한다고 했으나 여전히 투자 중심 경제가 뿌리깊이 내재해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이 석탄 소비를 빠르게 줄이고 비화석연료를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세계 1위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주요 책임국으로 눈총을 받고 있는데다 대기오염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석탄발전산업이 확대되면서 풍력, 태양광, 수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과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업계는 석탄발전 확대가 다른 에너지원이 전력망에 전기를 팔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저탄소 전력원에 우선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장 보팅 부회장은 "석탄발전소들은 시장을 과점하려 하고, 지방 정부들은 안정과 고용을 유지하려 한다. 그들이 석탄발전에 충분한 시장 점유율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 발전사들은 석탄화력의 최소 발전량과 생산 전력 판매를  보장하는 계약을 맺고 있으나 재생에너지는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매년 막대한 양의 풍력 설비량이 늘고 있으나 그만큼 버려지는 발전량도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동안 활용되지 못한 풍력발전량은 전체의 15%로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킨 하이얀 중국 풍력협회 사무총장은 <차이나 일렉트릭 파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신규 석탄발전소 확대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석탄과 풍력간의 갈등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는 석탄발전의 시장 독점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지적한다. 

발전산업협회인 중국 전력위원회는 올해 보고서에서 수력 발전에 대한 투자가 3년 연속 하락했으며, 올해 1분기  확보된 투자금은 2012년 동기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선 경기둔화로 중국의 석탄소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석탄소비량도 정체인데다 경제 성장률 목표 달성도 불확실해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현재의 건설 붐은 중국이 대체에너지에 신속하게 투자하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 상당기간 석탄이 비중을 유지할 것을 의미하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밀리버타 중국 전력위원회 연구원은 "중국은 재생에너지원에 투자돼 청정발전을 할 수 있는 자금을 낭비하고 있다"며 "석탄발전소가 이미 운영되고 있는 시점에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그린피스 보고서에 의하면 석탄발전은 현재 전용량 이하로 운영되고 있으며 평균 운영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평균 4706시간이 가동돼 2013년 대비 314시간 줄었다.

밀리버타는 "언젠가 전용량의 절반 이상이 가동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경단체 측은 중국 정부가 현재 계획된 사업들을 취소하고 신규 건설허가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할 것을 제안했다.

중국 전체 석탄화력 발전용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인구가 많은 동부지역에 있는 발전소를 중심으로 노후화하거나 소규모 발전소들을 일부 폐쇄하고 있다.

2020년까지 중앙정부는 서부 지역에 석탄화력을 주로 운영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초고전압선을 통해 동부 지역까지 전력을 전송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린피스 연구원들은 동부 지역들은 여전히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에 대한 수많은 허가를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쑤성은 올해 17개 발전소를, 산둥성은 16개 발전소에 대한 허가를 내줬다는 것이다. 중국에선 산시성 다음으로 가장 많은 발전소 건설승인을 받은 곳들이다.

환경단체 측은 석탄 사용을 줄일 것을 요구한 중앙 정부의 정책에 역행하는 행보라며 반발하고 있다.

동부 지역에서 새로운 석탄화력 건설은 불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설비용량이 과잉인데다 계획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이 이행되면 예상 전력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린피스는 "만약 155개 석탄화력발전소가 기존 수준으로 운영될 경우 연간 5억60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것"이라며 "이는 브라질의 전체 에너지 배출량과 같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의 발전사업 허가는 올초 중앙 환경보호국 대신 지방환경 관리부서가 이를 허용하도록 관련법이 변경되면서 급증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