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에너지컨퍼런스에서 전문가들 COP21 낙관론 피력
오염산업 2% 청정체제로 전환 및 화석에너지서 탈피 주장도

▲ 11일 열린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제에너지컨퍼런스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투뉴스] 지구의 미래를 좌우할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적인 석학들은 신기후체제 협상이 이번 파리총회(COP21)에서 타결될 것으로 내다보는 등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와 더불어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전환을 통한 지속가능도시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오염산업이 아닌 청정산업으로의 전환과 화석에너지 의존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시가 추진하는 ‘원전하나줄이기’ 등 에너지정책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이를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국제에너지컨퍼런스에선 에너지 분야 세계 석학을 비롯해 기후변화전문가, 미래학자 등 국가별 에너지 정책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도시에너지의 미래와 지속가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요르겐 랜더스 노르웨이 경영대학원 교수는 “신기후체제를 논의하는 기후변화협약 파리총회가 1년 전 만해도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동안 큰 변화가 일어나 지금은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50개 국가가 자발적 감축방안을 내놓았으며, 이를 통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면서 “이런 자발적인 접근방식이 법으로 강제하는 협정보다 더 나으며, 각 국가의 행동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에너지자문단장을 맡고 있는 월트 패터슨 영국 왕립 국제관계연구소 에너지·환경연구원도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2년 전에는 부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뭔가 기대를 갖도록 변화하고 있다. 기후문제는 위협이 아니라 기회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엄청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낙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관련 국내 시민운동을 이끄는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역시 파리총회에서 신기후체제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을 기점으로 변화가 일고 있다”며 “물론 그 수준(각국의 자발적 감축방안)은 아직 미흡하지만, 새로운 방식의 감축활동에 세계가 동참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 화석연료 탈피, 재생에너지 통한 전기생산 촉구
기조연설자로 2052년의 도시 미래를 기후환경 측면에서 예측한 요르겐 랜더스 노르웨이 BI 비즈니스스쿨 명예교수는 “2040년 정점을 찍은 이후 2050년경이 되면 전 세계적으로 인구 및 경제 성장이 점점 둔화되겠지만 여전히 기후위기를 촉발시킬 동력은 충분하다”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오늘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요르겐 랜더슨 노르웨이 경영대학원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도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현재 오염산업(석탄 등 화석에너지를 지칭)에 투입되는 노동력과 자본 등을 2%만 청정에너지부문으로 전환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산업 중 일부가 전기자동차를, 화석에너지산업계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전환하면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쉬운데도 잘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너무나도 큰 기득권의 저항(석탄 등 화석에너지 종사자 및 사업주) 때문이다. 여기에 규제강화와 높은 세금부담을 반대하는 세력이 이들 뒤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해법은 세가지를 꼽았다. 먼저 20∼40년 후의 상황이 너무도 자명한 이 시점에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바로 지금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각국이 지금 나서지 못하는 것은 경제(자금)와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협의와 합의’라는 의사결정이 도출되지 않아서라고 진단했다.

두 번째는 화석연료 기반의 자동차에 세금을 올리는 대신 청정활동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책 도입을 제안했다. 또 전기차의 버스전용차로 진입을 허용했더니 2배 이상 비싼 가격임에도 전기차 구매에 나서고 있는 노르웨이 사례를 제시하며, 부자가 낸 세금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원전하나줄이기 등 에너지정책에 대해서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에서 매우 흥미롭고 다양한 사업에 착수, 성과(부자나 엘리트가 아닌 일반시민의 편익 증가)를 거둔 것을 다른 도시에 알려야 한다”며 “파리총회 등 전 세계에 알리고 홍보해 세계 대도시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기후친화적인 도시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연구위원인 월트 패터슨 연구원은 ‘에너지 사고 전환 - 지역에서 찾는 세계 미래의 해법’이라는 기조연설에서 ‘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역설했다. ‘에너지’라는 통칭이 석유, 가스, 원자력 등 에너지원별 간 서로 대체가능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만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패터슨 단장은 “엑손모빌의 가장 큰 경쟁사는 BP나 쉘이 아니라 현대자동차다. 한국 정부 역시 에너지정책을 연료와 전기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자체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문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효율을 얘기하면서도 건물 자체를 개선하기보다 여기에 더 많은 전기와 에너지를 부어 왔다는 사례를 들었다.

불(사실상 화석연료를 의미)과 전기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에너지사용행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태우는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오염물질, 이산화탄소(온실가스)가 나오는 불이 인간의 통제에 벗어나서 댓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꼭 필요하지 않는데도 불구 불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불의 진정한 대가를 계산하고, 그 결과(오염물질 배출 등 부정적 측면)도 비용에 부담시켜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그는 “인간활동시스템을 바꿔 더 적은 불과 전기를 사용하도록 하고, 불 대신 전기기반으로 바꿔나가는 것(전기자동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불이 없는 전기생산시스템(석탄과 가스 등 화석에너지 기반의 전기생산이 아닌 태양과 바람을 통해 전기를 생산)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터슨 자문단장은 이같은 에너지전환에 도시정부가 앞장서야 하며, 서울시의 경우 비전을 제시하고 약속하는 등 이미 실천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서울시의 에너지정책이 지역(도시) 차원에서 어떻게 나아가야 되는지를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전 세계는 서울시의 스토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도시에너지 정책과 교통, 거버넌스 등도 논의
이어진 오후 시간대는 도시재생과 교통분야 등 3가지 주제로 나눠 전문세션이 진행됐다. 특히 독일, 일본, 중국 등 각국 전문가들이 자국 사례를 공유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돼 호평을 받았다.
 
먼저 ‘대도시 에너지정책의 실행체계와 거버넌스’를 주제로 열린 첫 번째 세션에서는 ▶에너지 거버넌스 ▶아시아 도시사례연구 ▶태양광정책에 관해 주제발표자들이 자국의 사례를 소개하고 서울의 적용가능성을 탐색했다.

이 자리에는 데루유키 오노 일본 신재생에너지재단 전무이사를 비롯해 만프레드 피셰딕 독일 부퍼탈 인스티튜트 부회장, 유공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에너지효율화센터 교수, 존번 미국 델라웨어대학교 교수 등이 참여했다. 또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위원,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최승국 태양과 바람에너지 협동조합 상임이사 등도 주제발표에 나섰다.

도시재생과 건물에너지를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는 제라드 스트리힙 유럽 신재생 냉난방기술협회장과 이명주 명지대 교수가 지속가능한 도시에너지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토마스 드리센 미국 ESCO협회 이사와 마이클 슈나이더 에너지 및 원자력정책 컨설턴트, 주대관 문화도시연구소장, 정재희 홍익대 건축공학부 교수가 연사로 나서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교통(모빌리티)과 에너지를 주제로 지속가능한 교통에너지 정책방향 세션도 진행됐다. 우선 라르스 닐손 스웨덴 룬트대학 환경에너지 교수가 교통과 도시계획에 대해, 알란 마이어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선임과학연구원이 대도시에서의 모빌리티를 발표했다. 또 마티야스 베르틀링 독일 아헨대학교 공과대학원 연구원과 황상규 한국교통연구원 종합교통본부장이 교통과 혁신을,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과 이동민 서울시립대 교수가 교통과 에너지에 다양한 사례와 정책을 소개했다.

이밖에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원전하나줄이기’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서울의 약속’ 등 서울시가 벌이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노력과 성과를 공유하고 발전방향을 토의했다. 대다수 참석자들은 지방정부인 서울시가 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는 것을 모범사례로 칭찬하고, 세계 도시정부로의 확산이 필요성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회사에서 “에너지는 모든 문제의 중심에 있다”고 지적했따. 이어 그는 “지속가능한 미래와 에너지와 환경 문제, 공통의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길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은다면 하나뿐인 지구를 위한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역설했다.

▲ 컨퍼런스가 시작되기 전 박원순 서울시장과 국제에너지자문단 위원들이 환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