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MW~최대 100MW급 프로젝트 속속 착공·허가
신에너지로 포장한 화석연료가 재생에너지 발목

[이투뉴스] 지난달 30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제185차 전기위원회 회의. 18개 사업자가 신청한 20건의 신규 풍력·바이오·연료전지 발전사업허가안이 상정돼 이중 11건이 당국의 ‘허가딱지’를 받았다. 이 가운데 발전용 연료전지는 보류결정이 떨어진 1건을 제외한 4건. 모두 20~40MW 규모 대형 프로젝트로 이날 허가난 사업물량만 100MW에 달한다.

덩치싸움을 연상케 하는 연료전지 대형화의 열기는 제183차 전기위원회에서 정점을 찍는다. 지난 8월말 열린 심의에선 사상 최대 100MW급 대구그린연료전지의 사업허가가 떨어졌다. 설비용량만 기존 최대 사업인 58MW급 경기그린에너지의 갑절규모인데다 예상 사업비는 50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9월말 기준 발전용으로 등록돼 전력판매 사업을 영위한 연료전지는 164.8MW. 같은달 연료전지로 생산된 전력은 8만6770MWh로, 이미 풍력발전량(6만9785MWh)을 앞서 있다. 이런 추세라면 연료전지가 입지난으로 확대가 여의치 않은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량을 추월하는 것도 시간문제란 전망이 나온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4년차를 맞아 대형 연료전지 발전사업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수십MW급 연료전지 사업이 속속 착공에 들어가고 있고, 이에 질새라 기백MW급 초대형 사업까지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형 연료전지 발전사업이 거침없이 세(勢)를 확장하는 시장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대형 연료전지 발전사업 흥행은 연료전지를 신에너지로 분류해 RPS 의무이행 수단으로 인정해주는 현행법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 연료전지는 신에너지및재생에너지개발이용보급촉진법상 IGCC와 함께 신에너지로 분류돼 지붕형 태양광(1.5)보다 높은 REC가중치(2.0)를 받고 있다.

사업개발과 인·허가에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풍력이나 MW단위 물량확보가 쉽지 않은 태양광에 비교하면 입지 제약이 덜하고 단기간에 공급의무량을 충당할 수 있어 RPS의무이행사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7차 전력수급계획 당시 제출된 연료전지 발전사업 건설의향만 600MW가 넘는다.

발전자회사 한 관계자는 "태양광·풍력은 부지가 제한적인데다 대부분 민원문제가 걸려 있어 사업개발부터 인·허가까지 최소 3년에서 최장 10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매년 과징금 압박에 시달리는 우리 입장에선 빠르면 1~2년 안에 성과를 내고 단위도 큰 연료전지가 아무래도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연료전지 쏠림현상이 과연 애초 RPS 시행취지에 부합하는지다. 신재생 보급률 제고는 본래 화석연료 대체와 온실가스 감축이 주목적인데 연료전지의 경우 LNG를 연료로 사용하다보니 이 두 요건에 해당이 안된다. 새 연료전지 프로젝트가 발표될 때마다 ‘친환경’, ‘무공해’라는 수사를 붙이지만 누구도 이런 사실을 문제 삼지 않는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올해 7차 수급계획을 수립하면서 처음으로 대용량 연료전지에 대한 진입규제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연료전지 건설의향 전량을 그대로 수급계획에 반영했으나 앞으로는 40MW 이하 의향만 계획에 반영하고 그 이상 설비는 LNG복합 필요물량 범위내에서 LNG와 동등하게 비교·평가해 허가를 내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kWh당 발전단가가 250원 수준인 연료전지를 150원 안팎의 LNG복합과 경쟁시킨다는건데, 사실상 40MW 이상 대형 연료전지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다만 정부는 4차 신재생에너지계획과의 연계성 확보와 정책 변화에 대한 유예기간 부여 측면에서 기존 계획(2029년 기준 1351MW) 물량까지는 지금처럼 별도로 용량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발전사들의 대용량 연료전지 발전사업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태양광 컨설팅사 한 CEO는 “신에너지로 포장된 연료전지가 화석연료는 연료대로 소모하면서 오히려 진짜 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을 가로막고 있다”며 “발전사들이야 전기료에 RPS비용을 얹으면 그만이고, 설비공급사야 한몫 챙기면 그만이겠지만 결국은 국민들을 속여 자기들만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CEO는 “태양광이든 풍력이든 투자비가 엄청나게 하락해 잘 운용하면 그리드패리티에 가깝게 다가 갈 수 있고, 부존자원이 없다고 하지만 의지만 있다면 수GW 단위로 개발할 수 있는 태양광·풍력이 널려있는 곳이 우리나라”라면서 “에너지안보를 이야기하면서 실제는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 가장 먼 길을 택해 가는 게 우리의 통탄할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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