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P체제 대신 장기계약 입찰시장 전환 등 검토

[이투뉴스]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지구촌의 새 기후변화협약 합의(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1)를 앞두고 전력산업의 저탄소화, 또는 탈탄소화를 향한 정부의 시장 구조개편 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최대 온실가스 배출원인 전력부문에서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CO₂줄일지는 연말 파리 협상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되겠지만, 가급적 빠른 시일내 전력정책의 방향과 철학 자체를 재정립하고 시장을 재설계해야 하는 처지라 바짝 조바심을 내는 눈치다. 

25일 정부 소식통과 전력계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 유엔에 2030년 감축목표(BAU 대비 37%)와 자발적 국가기여방안(INDC)을 제출한 이후 2차관 예하 에너지 관련 실(室)-국(局)-과(科)로 구성된 비공식·비정례 태스크포스팀(TF)을 운영해 왔다.

이 TF는 장·차관이 직접 쟁점을 챙기는 가운데 에너지신산업정책단이 아젠다를 세팅하면 에너지산업 실무과가 논의에 참여하는 방식을 통해 에너지신산업 특별법, 전력분야 규제완화 및 제도개선, 발전부문 온실가스 감축안 등을 수시 협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급조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신기후시대는 코앞에 와 있는데 산업부는 미동도 않더라’는 일각의 평가와 달리 나름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해 온 셈이다.

이중 신산업 특별법과 함께 최근 들어 산업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이슈는 전력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방안과 이를 위한 시장 재설계 방안이다. 전자가 장기간을 요하는 산업육성 조장정책이라면, 후자는 당장 산업지형에 큰 변화를 일으킬 규제정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 도출과 INDC 설정에 관여한 관계자의 전언에 의하면, 정부는 각 분야 현행 CO₂ 감축정책을 한층 강화하는 동시에 발전부문에선 가능한 범위내에서 원자력 비중을 제고하고 일정량의 석탄화력을 축소하는 방안을 유효한 감축수단으로 보고 있다.

산업·수송·건물 부문은 감축량이 제한적이고 신재생 확대나 CCS도입, 연료전환(LNG) 등은 각각 기술 성숙도나 비용측면에서 이들 믹스조정보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현행 CBP(변동비반영풀) 시스템으론 온실가스와 같은 다양한 제약요인을 전력시장에 반영할 방법이 없다는데 있다. CBP는 정부가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당시 한시적으로 도입한 1990년대 영국시장 모델로, 우리나라는 전력시장 자유화 중단 이후 15년째 유일하게 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현 제도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석탄화력 등에 탄소제약을 부여하면 예비력 확대와 기저발전 증설로 막다른 길에 내몰린 LNG발전기 등의 첨두부하 출구전략 마련은 물론 외부비용을 부채로 떠안아야 하는 전력공기업들의 경영난만 가중시켜 시장왜곡을 부채질하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전원간 경쟁과 급진적인 경쟁시장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우리나라 현실을 직시해 정부가 전원믹스를 신기후체제에 걸맞게 서서히 변화시켜 나가면서 같은 전원간 경쟁이 이뤄지는 장기 계약시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령 온실가스 배출계수가 높은 석탄화력은 전체 발전총량을 규제하면서 입찰방식을 도입해 효율화를 꾀하고, 중장기적으론 전원별로 장기계약에 의한 거래를 유도하면서 원별로 할당을 주고 가격입찰을 붙이는 형태의 CBP시장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발전사 한 관계자는 "당장 올해말 기후협약이 타결돼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논의가 본격화되면 결국 정부가 기존 시장제도 정비 논의를 공론화 하게 될 것"이라며 "이미 석탄 발전제약 등 다양한 옵션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법을 에너지가격 정상화 등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급측면에선 불확실성이 큰 원전확대 등의 옵션을 지양하고 수요측면에선 에너지가격 및 세제개편으로 에너지가격구조를 정상화하고 산업을 저탄소 고부가가치 구조로 점진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떤 형태의 시장개편이든 패러다임 전환은 정부 내부에서의 소통과 칸막이 문화 철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학계 관계자는 "산업부는 에너지원별, 또는 법령별로 고질적인 칸막이 문화가 여전한 부처중 한 곳"이라며 "같은 부(部) 안에서도 그런데 어떻게 타부처와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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