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 김대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이투뉴스] 해외자원개발을 둘러싼 길었던 질곡이 이제 종착역을 향해가는 모습이다.

자원개발이라는 주제를 놓고 전직 대통령과 국회의장, 총리와 장관, 게다가 대기업 회장까지 내노라 하는 수많은 주연과 조연급 배우들이 등장해 무려 2년을 넘게 진행됐던 한 편의 연극이 파국에 다다르고 있다. 하지만 그 끝은 허탈하다.

비리와 부패의 온상이라며 칼을 빼들었던 검찰은 그 간의 수사 결과로 두 자원개발 공기업 전임 사장들을 배임 혐의로 기소하는 것으로 마감했다.

2년을 넘게 국회, 감사원 등 감찰기관의 조사와 연일 언론을 수놓았던 국부유출과 비리의혹, 신임 총리의 타깃형 기업사찰에 따른 과잉된 조사와 기업총수의 자살, 그리고 뒤이은 총리의 사임 등 어느 드라마보다 극적이었던 스펙터클한 사건의 결과로는 허무하기 짝이 없다.

평생을 자원 안보와 자원산업 발전을 위해 고민했던 전문가로서 이를 바라보는 심정은 참담하고 비극적이다. 아니 희극적 비극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해외자원 비리를 밝힌다는 2년 여의 기간 동안 자원개발산업 생태계는 회복 불능 상태로까지 무너졌다. 국제적 자원개발전문기업으로의 성장이라 기치를 높였던 자원개발 공기업들은 신규 사업 투자는 물론 보유한 우량자산 관리에 필요한 최소의 자금조차 조달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민간기업은 경남기업의 몰락을 보며 자원개발 투자가 재앙인 것처럼 여겨 투자 의사결정을 미루고만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민간기업의 자원탐사사업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던 2000억원 이상의 에특회계 융자금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전액 삭감 조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과 학계의 기술역량 제고의 중심 역할을 했던 자원개발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또한 축소돼 중장기적으로도 산업경쟁력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산업 분위기 속에서 기업의 자원개발 부서의 구조조정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십 여년 이상 기술과 사업경험을 쌓았던 중견 전문가들이 실직하거나 타 부서로 전근해, 애써 가꾼 전문인력 상실이 확대되고 있고,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관련 전공 기피 현상이 확대돼 대학의 탄식이 깊어지는 것이다.

이렇듯 지금의 자원개발산업은 자금, 기술, 인력 등 산업생태계 모두가 무너져 진흙탕에 빠져버린 총체적 위기라 할 수 있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한 단계씩 무너진 벽과 지붕을 수습하고, 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이 될 것이다.

화석연료와 금속자원의 99%를 해외에서 조달하는, 자원안보지수에서 세계 최하위를 보이는 우리나라가 자원개발산업을 포기하는 일은 국가 경제라는 집을 받치는 4개의 기둥 중 하나를 없애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이 무너진 자원개발산업의 회생을 위해 지금 시급히 수습해야 할 4가지 일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는 조속히 해외자원개발과 자원확보를 위해 자원산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육성을 위한 의지를 새롭게 시장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는 움추려든 자원개발의 핵심주체인 기업 투자 의지를 회복시키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해외자원개발산업이 국고를 낭비하고 비리의 온상으로 사회적 오해가 확산된 현 상황에서, 정부의 산업정상화를 위한 육성 의지는 자원개발 관련 모든 플레이어에게 희망과 재건의 의지를 주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각계 전문가의 지혜를 모아 정책목표 수립과 함께 산업 정상화를 위한 정책 우선순위와 실행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공표해야 할 것이다.

둘째, 자원개발 공기업들 또한 기존의 자본중심의 성장정책에서 효율 중심 정책으로 경영전략을 새로 짜야 할 필요가 있다.

자원개발 투자사업과 관련해 정치적 영향력에서 독립적인 투명한 사업투자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재정립하고, 뒤떨어진 기술력을 보완해 최고 수준의 국제적 기술전문인력을 확보하는데 우선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과거의 타성에서 벗어나는 구조적 전환이 요구된다.

셋째, 해외자원개발투자의 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정부가 새로 도입한 자원개발관련 예비타당성평가 제도의 조속한 폐지가 시급히 요구된다.

유망한 자원개발프로젝트 발굴과 투자 결정은 매우 비밀스럽고 촌각을 다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 투자와 관련해 1년이 넘는 심의 기간이 필요한 예비타당성평가 절차를 요구하는 것은 투자를 포기하거나, 가장 경쟁력이 떨어져 누구도 투자하지 않는 프로젝트에 투자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이는 또 다른 무책임과 비효율을 유도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마지막으로 자원개발 관련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이 주체가 되어 자원안보 및 해외자원 확보의 중요성과 자원개발산업의 특성을 사회 각층의 구성원에게 소개하는 사회적 소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해외자원개발 스캔들은 자원개발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좋은 사례이다. 지금이라도 정계와 언론계, NGO 등 사회적 여론을 주도하는 집단은 물론 차세대 젊은 학생들에게까지도 자원개발산업의 특성을 설명하고 국가 자원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함께 나누는 일을 체계적으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

해외자원개발 관련 국회 국정감사와 검찰의 수사 종결에 맞춰, 해외자원 문제를 둘러싼 긴 질곡도 끝이 보이는 듯하다.

이제 절망과 탄식을 뒤로하고 비온 뒤 땅이 더욱 굳어지듯 자원개발산업의 정상화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학계의 모든 구성원들의 협력과 노력이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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